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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과 해결책

풍월 사선암 2014. 8. 20. 09:46

층간소음, 28아이가 1분간 쿵쿵분쟁요건

 

층간소음 갈등과 해결책

 

우퍼 스피커(저음 전용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하고 외출 시 헤비메탈을 트세요.”

 

지난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층간소음 복수법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거주자가 전체 국민의 6070%에 달하면서 주민들 사이 층간소음 갈등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층간소음 민원센터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건수는 지난해 15455건이나 됐고 올 상반기만 벌써 9852건에 이른다. ‘참는 게 미덕이라며 넘어가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말다툼으로 시작해 방화, 폭력, 살인으로 이어지며 강력범죄화하는 추세다.

 

층간소음의 법적기준, 분쟁사례, 배상관련 제도 등 해결책에 대해 알아본다.

 

1. 층간소음이란

 

글자 그대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한 층에서 발생한 소리가 다른 층 가구에 전달되면서 생기는 소음이다. 주택법 제4421항은 공동주택에서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층간소음을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마련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층간소음이 두 종류로 나눠 규정돼 있다. 아이들이 뛰는 행위로 벽이나 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직접충격소음이 하나고 텔레비전, 오디오, 피아노 등에서 발생해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공기전달소음이 나머지 하나다. 욕실 물을 틀거나 내려보낼 때 나는 소음은 층간소음에서 제외됐다. ·아래층 세대 간 소음뿐 아니라 옆집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층간소음에 들어간다.

 

2. 층간소음 피해 민원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층간소음 관련 민원센터 이웃사이센터에 집계된 층간소음 민원은 지난해 월 평균 1288, 올 상반기는 월 평균 1642건에 이른다. 이웃사이센터가 2012320135월 처리한 민원을 유형별로 보면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2238(73.5%)으로 가장 많았다. 망치질같이 하는 소리가 123(4.0%)으로 뒤를 이었고, 가구 끄는 소리 70(2.3%), 피아노 등 악기소리 69(2.3%), 가전제품 소리 63(2.1%) 등도 층간소음 유형으로 꼽혔다.

 

3. 왜 문제인가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거주문화가 바뀌고 국민 10명 중 67명꼴로 공동주택에 살게 되면서 껄끄러운 사회 문제의 하나로 떠올랐다. 특히 서양과 달리 방바닥에서 생활하는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음에 더 민감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 년 새 층간소음 문제로 불면증이나 신경과민을 호소하고 이웃과 다투다 폭력, 방화, 살인 등 극단적인 일까지 벌이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통계는 우리 국민들이 층간소음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 잘 보여준다. 19세 이상 공동주택 거주자 929명 중 60%557명은 1000만 원이 비싸도 층간소음이 적은 아파트를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또 현재 층간소음이 매우 심각하거나 조금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은 391명으로 42%에 달했다.

 

4. 분쟁사례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가 참극이 벌어지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면목동 층간소음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설 연휴기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30대인 윗집 형제와 다투다 형제 2명을 찔러 숨지게 한 40A 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지난해 6월에는 현직 부장판사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이웃집 차량을 부수고 타이어에 펑크를 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가 결국 법복을 벗은 일도 있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서울 구로경찰서가 지난 3월 말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다투다 해당 이웃집 현관문 앞에 놓인 유모차에 불을 질러 1450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사람을 구속했다. 3월 서울 상도동에서도 20대 젊은이가 위층에 사는 40대를 찾아가 쿵쿵거려 시끄럽다고 따지다가 흉기를 휘둘러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경우도 있었다.

 

5. 법적기준은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국토부와 환경부는 급기야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5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접충격소음은 1분 평균소음이 주간 43(데시벨), 야간 38을 넘을 때 층간소음으로 판정된다. 최고소음은 주간 57, 야간 52을 초과하면 층간소음이다. 공기전달소음은 5분 평균소음이 주간 45, 야간 40을 넘어야 한다. 43은 체중 28의 어린이가 1분간 계속해서 뛸 때 나는 소음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규칙에는 별도의 처벌규정은 없다. 분쟁 발생 시 당사자나 아파트관리기구 등에서 중재를 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1시간 동안 소음을 측정해 1분 평균소음이 기준치를 넘으면 화해나 조정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6. 소음방지 위한 건축규정은

 

정부는 층간소음 관련 바닥구조 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1991년 주택법에는 각 층간의 바닥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모호한 문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법 개정을 통해 바닥 두께를 21이상으로 해야 하고 바닥 충격음을 중량충격음은 50, 경량충격음은 58이하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3일부터는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원룸, 고시원 등 건축허가를 받고 짓는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층간소음 가이드라인이 제정돼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포되고 있다. 지금은 권장사항이지만 건축법이 개정되는 1129일부터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 된다.

 

20가구 이상 규모의 아파트는 바닥을 일정 소재·구조·두께로 시공해야 했는데 소규모 주택의 층간소음도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기준을 만든 것이다. 30가구 이상 소규모 건축물은 중량충격음이 50이하, 경량충격음이 58이하가 되도록 지어야 한다. 30가구 미만이면 중량충격음 50이하, 경량충격음 58이하이거나 표준바닥구조(일정 두께 이상의 바닥판에 완충재, 경량기포 콘크리트 등을 차례로 얹은 구조)를 따라 지어야 한다.

 

7. 소음 적은 아파트 있나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자가 층간소음이나 화재감지 설비에 대한 등급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일부 개정안이 6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현재 아파트 분양 전 층간소음 차단 성능 등 주택의 품질을 미리 알 수 있다. 분양 때 표시해야 하는 공동주택 성능등급은 모두 54개인데 여기에는 경량충격음, 중량충격음에 대한 차단성능, 화장실 급·배수 소음, 가구 간 경계벽의 차음성능 등 소음 분야가 들어간다. 공동주택은 착공 전 설계도를 바탕으로 이런 내용을 평가해 14등급 중 하나의 등급이 매겨진다. 국토부 주관으로 소음저감 바닥재, 능동형 소음저감 기술, 고성능 바닥구조 등 기존 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층간소음 완화 기술도 개발 중이다.

 

8. 피해는 어디에 호소하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협약을 만들어 분쟁소지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당사자 간 해결이 안 될 경우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요청해 층간소음 발생을 중단토록 권고할 수 있다. 그래도 소음이 이어질 경우 시군구에 설치된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조정신청을 하면 조정위원과 심사관이 지정되고 현장조사를 거쳐 거주기간 등에 따라 1인당 최고 130만 원까지 배상액을 제시한다. 다만 소음 측정비 6070만 원을 내야 하고 기간이 67개월가량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9. 손해배상 법원판례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에 분쟁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전문가 전화상담(1661-2642) 및 현장 소음측정 서비스를 제공해 분쟁조정을 돕는다. 국토부도 아파트 관리 민원을 할 수 있는 우리함께 행복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조정에 실패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법정행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력 및 살인사건을 제외하고 층간소음 자체가 소송으로 이어져 손해배상이 이뤄진 판례는 많지 않다. 층간소음이라고 규정할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층간소음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윗집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소음수준을 넘어선 게 명백하다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아랫집 주민을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사건에 대해 집에 들어가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라며 신청 일부를 받아들이면서도 소음 원인과 정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면담 요구나 연락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전화 걸기나 문자메시지 보내기 금지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2008년 부산지법이 주민의 손을 들어줘 손해배상과 위자료로 500여 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0. 외국사례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012년 발간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는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인 소음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소음을 유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오전 7오후 10시 위반 횟수에 따라 3501050달러를 부과하고 오후 10오전 7시는 강도를 높여 위반 횟수에 따라 4501350달러를 부과하는 식이다.

 

독일도 연방질서위반법에 따라 불필요한 소음 자체를 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최대 63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오후 10오전 7시 악기 연주와 음향재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문화일보 2014년 08월 14일(木)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