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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2>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

풍월 사선암 2014. 8. 17. 16:37

손가락 쉼없이 단련 폐암 수술 성공률 98.5%

베스트 닥터 <2>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

 

중앙SUNDAY와 건강 포털 코메디닷컴이 선정하는 베스트 닥터의 호흡기 수술 분야에서는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성숙환(59)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20138월 건강의료 포털 코메디닷컴이 전국 14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및 호흡기내과 교수 49명에게 가족이 아프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서 집계한 결과다. 이 분야에서는 최근 10여 년 동안 성숙환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심영목 교수가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대병원 김영태 교수도 두 사람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2010622일 의료계가 웅성거릴 소식이 나왔다. 서울대 최고 칼잡이가 가톨릭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기사였다. 뉴스의 주인공은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 의료원장인 이동익 신부가 의료원 간부인 교수들과 함께 모태 천주교 신도인 성 교수를 설득해 이뤄낸 성과였다.

 

성 교수는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가슴 부위에 구멍을 3~5개 뚫고 진단기구와 장비를 넣어 수술하는 흉강경 수술의 국내 최고수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폐암·식도암 수술 분야의 최고 경지에 올랐으며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병원,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등에서 실력을 닦았다.

 

심장병 수술 전담하다 폐·식도 쪽으로성 교수는 고교 3년 때 가야 할 의학과재미있는 화학과를 두고 고민하다가 가야 할 길을 갔다. 가련한 동생 때문이었다. 네 살 아래 여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우심실에서 혈액이 나가는 곳이 좁고 심실의 사이막에 구멍이 있는 활로4환자였다. “유명 대학병원 의사도 수술하면 살 확률이 낮아 주저한다며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귀 넘어 들었다.

 

성 교수는 내가 의사가 되면 여동생을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의대에 지원했다. 여동생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꿈꾸며 흉부외과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틈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져 동생이 수술을 받고 회복될 가능성이 큰 종류의 심장병임을 알아냈다. 그는 노준량 교수에게 동생을 살려달라고 부탁했고, 동생은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성 교수는 처음에 심장병 수술을 전담하다가 스승인 서정필 교수의 권유에 따라 폐와 식도 수술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에는 폐암이나 식도암 진단이 곧 사망선고와 마찬가지여서 누구도 맡기를 꺼렸지만, 성 교수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이어서 더 전의를 느꼈다.

 

성 교수는 흉강경이 나오기도 전에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전공의 때 비뇨기과의 방광경을 보면서 우리도 가슴 안을 보면서 치료하면 얼마나 좋을까부러워하는 생각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91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병원 연구원으로 있을 때 한 의료기기 회사가 정말 그런 기계를 들고 왔다. 처음 보는 흉강경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젊은 여자 의사가 수술 시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 사용하는 장비인 데다 조수와 손발이 안 맞았기 때문. 옆에서 한참 동안 지켜보던 조엘 쿠퍼 교수가 형편없는 젓가락 수술(Chop Stick Surgery)’로 규정하고 자리를 떠났었다. 그러나 성 교수의 머릿속에서는 흉강경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차피 서양인과 달리 젓가락을 쓰는데, 젓가락질 잘하는 우리라면 흉강경 수술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성 교수는 1992년 귀국해서 자비로 흉강경을 구입해 50대 기흉 환자를 수술했다. 지금은 30분 안에 할 수술을 2시간 땀을 뻘뻘 흘리며 수술했다. 곧이어 종격동 종양에 걸린 10대 환자를 수술했고 지금까지 7000여 명의 환자를 흉강경으로 수술했다.

 

유학 때 본 흉강경, 귀국 후 자비 구입

 

성 교수는 199420대 결핵 환자의 한쪽 폐를 다 떼어내는 수술에 성공했다. 당시 폐암 환자도 수술할 실력에 도달했지만 과학적으로 기존 수술에 비해 더 낫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서두르지 않았다. 수술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쌓이고 장비가 개선되자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폐암 환자를 흉강경으로 수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환자의 20~30%를 흉강경으로 수술했지만 지금은 90% 이상을 하고 있다. 성 교수의 폐암 수술 성공률은 98.5%인데 수술 뒤 1년 생존율이 92% 282% 378% 568.9% 등으로 나타나 미국 최고의 암 치료기관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성적이다.

 

성 교수는 사람을 살리는 손을 섬세하게 하기 위해 자나 깨나 노력했다. 전공의 4년 동안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왼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었다. 가위나 수술집게 같은 도구가 손에 익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회진을 하거나 복도를 다닐 때 의사 가운의 단춧구멍에 실을 넣고 양손으로 매듭을 묶는 연습을 했다.

 

성 교수는 폐암 환자도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다면서 폐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부정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담배는 폐암의 명백한 원인입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 아버지는 담배 피우면서 오래 살았는데 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느냐고 따지는데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4~70배까지 올라갑니다. 이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