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냄비와 무쇠솥

풍월 사선암 2014. 5. 11. 07:43

 

냄비와 무쇠솥

 

작은 무쇠솥에 밥을 짓습니다.

무겁고 번거롭긴 하지만,

전기밥솥의 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구수한 맛이 있습니다.

또한 냄비밥의 얕은맛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단점이라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지요.

 

흔히 냄비근성이라고 하지요.

쉽게 끓어 넘치고 쉽게 잦아드는 우리의 근성이라고도 하네요.

그것은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에

좋지 않은 것은 어서 잊고 싶어 하는 속내가 들어있거나

어서 지워버려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한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도 털끝 같은 작은 싹에서 시작되고,

구층이나 되는 높은 누대라도

한줌의 쌓아놓은 흙으로부터 시작된다.'

노자의 말씀처럼,

제발 이번만은 근본부터 꼼꼼히 다지고 가야합니다.

부르르 끓어올랐다가 어느새 목소리를 죽이는 냄비가 아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제 맛을 뜸들이는

무쇠솥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으면,

까마득히 잊은 훗날에도 전혀 고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 최선옥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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