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녹이는 세월과 인내
내가 아는 J씨는 한국에서
성실하고 인품 좋기로
주위 사람들에게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그가 한순간 사업 실패로
도망가듯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으로 갈 때 고의 반,
타의 반 실수를 저지르고 간 것이다.
주위 친구, 친지들에게
돈을 잠시만 빌리겠다고 하고는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돈을 빌려준 사람들 모두가
겨우겨우 살아가는 서민들이라
돈을 빌려준 그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그 후 8년, 그러니까 2,900여 일이 흘렀다.
이번 미국 방문 때 우연히 만났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가슴이 뭉클했다.
나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지난날의 회한에 통곡했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잘 나가다가
하루아침에 거지 신세로 전락하여
도망치듯 미국으로 가야 했고,
40대 중반 넘는 나이에 신문을 돌리고,
청소부 일을 하고 잔디를 깎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도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살아가던
초창기의 미국 생활은 눈물로 얼룩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자에게는 열매를 거두게 하는 법,
세월이 흘렀다.
올해는 돈을 빌려준 그들에게 갚을 돈을 가지고
방문한다고 하며 쉼 없이 울먹였다.
한국에 들어와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돈은 나중이고 그 사람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돈을 빌려 간 그도, 돈을 빌려준 그들도 모두
세월의 흐름에 미움을 녹이고
친하게 지냈을 때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소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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