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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한국인의 영혼, '시래기국밥'

풍월 사선암 2014. 3. 18. 22:00

한국의 맛 한국인의 영혼, '시래기국밥'

 

[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

시래기국밥 등 전통국밥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미옥불고기>

 

서리에 맞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서리에 맞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우리 주위에 시래기가 되어

생의 겨울을 나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도종환 시인의 시래기 전문)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시래기국밥 이야기가 나왔다. 그 지인이 몇 년 전 우즈베기스탄 고려인 마을에 갔을 때 고려인들이 시래기국밥을 먹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우즈베기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려인은 1930년대 스탈린의 잔혹한 소수민족 분산정책에 강제로 이주를 당한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애초 생존 길을 찾아 한반도에서 연해주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화물열차에 실려서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버려졌다. 1만명 이상이 이주 중에 사망했다. 독재자 스탈린은 소수민족에게도 가혹했다.

 

그러나 고려인(카레예츠)은 강인한 생존력으로 황무지를 개척하고 농장을 일구었다. 고려인들에게는 추운 겨울철을 버티게 하는 시래기 같은 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고향에서 머나먼 곳에 삶의 터전을 잡아 주거환경이 모두 바뀌었지만 식생활 문화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락장물이라 칭하는 시래기국밥은 고려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시래기는 우리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은 식재료다. 구한말 일본은 밀정을 보내 조선을 염탐했다. 일본 밀정이 조선 각지 주막의 시래기국밥에 질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조선 주막에서 시래기국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래기는 너무나 흔한 먹을거리였다. 필자가 판단하건데 시래기국밥은 한국의 음식 중 가장 상징성 있는 소울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흔한 시래기국밥을 요즘에는 시중에서 거의 사먹기 힘들어졌다. 심지어 가정에서 시래기국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에서 시래기국밥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 격으로 거의 없다. 경남 통영에서 장어육수를 넣고 끓인 시락국 정도가 좀 알려졌을 정도로 시래기국밥은 어느덧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래기국밥에 관심이 있어서 경북 상주에도 갔었고, 대구 고산골에서 시래기국밥을 일부러 찾아먹으러 갔었다. 그러나 시래기국밥을 판매하는 식당이 워낙 없어서 거의 연중행사 정도로 접할 뿐이다. 필자가 시래기와 시래기국밥에 관심을 가진 것은 웰빙적인 섭생과 아울러 전통탕반 복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몇 달 전 필자는 설렁탕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설렁탕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의 탕반 중 상징성 있는 먹을 거리였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설렁탕을 거의 안 먹는다. 1960~70년대에 설렁탕은 짜장면과 더불어 서민물가를 재는 지수 품목이기도 했다. 그런 설렁탕이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탕반인 설렁탕이나 시래기국밥 모두 점점 쇠락하고 있다.

 

한국인을 닮은 먹을거리 시래기국밥

 

어렸을 때 시래기국이 식탁에 자주 올라왔다. 식감이 부드럽지 못한 시래기국은 다소 기피음식이었다. 먹기는 먹어도 즐겨 먹지 않았다. 맑은 육수의 무국이나 콩나물국 혹은 사골국 등이 더 맛났다. 같은 된장이라도 시금치나 배추를 넣고 끓인 토장국이 더 입에 맞았다. 시래기 특유의 식감이 좀 억세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시래기국을 본능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인의 타고난 유전자적 기질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철이 들면서 시래기국을 찾았지만 어느 덧 우리 주변에서 먹기가 힘들어졌다.

 

 

충남 홍성 <일미옥불고기>는 가끔 가는 식당이다. 시래기밥으로 홍성에서 제법 유명세를 만들어가고 있는 식당이다. 몇 달 전 만났을 때 시래기국밥에 마음을 빼앗긴 필자가 이 집 주인장에게 메뉴로 올려볼 것을 권했다. 메뉴에 시래기밥이 있으니 시래기국밥도 해보라고, 메뉴 구성의 아이덴티티도 있고 아마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의 의도는 어찌됐든 전국에서 시래기국밥을 판매하는 식당이 조금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미옥불고기> 업주는 필자의 말에 빠져들었다. 타 지방의 시래기국밥을 벤치마킹하고 몇 개월에 걸쳐 자신만의 시래기국밥을 개발한 것이다. 얼마 전 필자에게 한 번 방문해달고 연락이 왔다. 마침 대전에서 있어서 서울 올라오는 길에 잠깐 들렀다. 30년 셰프 경력이라는 믿음도 있지만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원래 대부분 시래기국밥은 멸치가 기본 베이스다. 그리고 가격도 헐하다. 그러나 이 집 시래기국밥은 한우를 사용해 조리했다. 주인장 왈, 홍성 사람들은 멸치 국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우사골로 끓이고 한우사태를 듬뿍 넣은 한우시래기국밥이 나왔다. 시골 된장의 구수한 맛이 코를 찌른다. 한 숟가락 들어보았다. 맛있다. 30년 조리 경력은 분명 내공이 있었다. 사실 두 시간 전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해서 국물만 살짝 맛보려고 했지만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이 필자의 폐부를 파고 들어온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된다. 필자가 동경하던 그 시래기국이다.

 

한우로 끓여 고급스러워졌지만 시래기와 된장과 한우의 하모니는 조화를 잘 이뤘다. 밥을 말아서 먹었다. 파김치를 얹어서 먹었다. 이 맛이 진수성찬이 안 부러운 바로 우리의 맛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지겹도록 먹은 음식이지만 그 맛에는 진중한 중독성이 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시래기는 무엇보다 된장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어느 덧 훌훌 먹다가 보니 한 그릇을 싹 비웠다. 동행한 입맛 까다로운 일행도 이 시래기국밥을 아주 좋아한다. 더도 말고 이 국밥 맛만 유지해도 우리 같은 중년층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막걸리 한 사발이 생각났지만 장거리 주행 관계로 꾹 참았다. 이런 국밥에는 탁주가 제격이다. 필자의 의견으로 도입한 시래기국밥이지만 시래기국밥이 많이 팔려 전국 도처에서 먹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된장찌개, 비지찌개, 시래기국밥 등이 당긴다. 필자의 주관적 견해지만 시래기국밥은 분명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먹을거리다.

 

<일미옥불고기> 충남 홍성군 홍성읍 남장리 114-6 (041)632-3319 

 

 

시래기이야기-

 

무보다는 몸에 좋다는 시래기는, 식이섬유가 배추나 무보다도 더 풍부합니다. 칼슘은 배의 2, 무보다는 4배 더 많습니다.

더군다나 철의 함량은 무보다 4배나 더 많습니다. 시래기를 먹으면 몸에 어떻게 좋을까요?

 

1) 골다공증 예방

골다공증 예방 칼슘과 나트륨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좋습니다.

 

2) 변비 치료 및 암 예방

비타민A, C와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변비치료에 효과적이고 장내 노폐물을 제거하여 대장암과 간암에 효과적입니다.

 

3) 빈혈 예방

칼슘과 철분이 무보다 4배나 더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빈혈 예방에 탁월합니다.

 

4) 동맥경화 예방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식유섬유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있어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5) 소화 흡수 도움

무청에는 전분 분해효소, 단백질 분해 효소, 지방 분해 효소 등 여러 가지 소화 효소를 함유하고 있어 소화 흡수를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