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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돌리면 골칫덩어리 '슬러지(Sludge)'도 소중한 자원

풍월 사선암 2014. 3. 9. 08:30

눈을 돌리면 골칫덩어리 '슬러지(Sludge)'도 소중한 자원

 

[쓰레기를 돈으로 둔갑시킨 성일종 대표]

 

폐수·음식 찌꺼기인 '하수 슬러지' 발전연료로 개발세계 첫 특허

인도네시아 석탄 활용법도 연구

 

"대기업들 전부 돈 주고 외국기술 써그 장벽 깨려 하자 저항이 어마어마"

 

강변북로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올라타면 광활한 대지가 오른쪽에 보인다. 수도권 매립지다. 난지도(蘭芝島)가 꽉 차면서 하루 배출되는 수도권 쓰레기의 80%가 여기로 모인다. 600만평, 수용량이 무려 22800t()이다.

 

쓰레기 중 가장 고약한 게 하수 슬러지(Sludge). ·오줌·폐수, 음식 찌꺼기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되고 남는 침전물로, 냄새 심하고 진흙처럼 끈적댄다. 전국에서 하루 1t, 수도권에서 4000t이 쏟아진다.

 

이런 골칫덩이를 '황금'으로 둔갑시키는 장소가 수도권매립지 한복판에 있다. 그냥 황금이 아니라 화력발전소 연료로 석탄과 함께 섞어 쓰는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특허받은 처리법은 이렇다. 쓰레기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들어온다. 저장조로 슬러지를 쏟으면 건조기가 800도 열풍(熱風)으로 말린다. 이렇게 하면 수분 함유량이 80%에서 나중에 10%로 줄어든다. 그사이 쉴 틈 없이 분쇄기가 슬러지를 갈아댄다. 이 과정에서 악취(惡臭)가 생긴다. 그 악취에 850도 고온을 가하면 신기하게 냄새가 사라진다. 이런 냄새조차 여과 집전기와 냉각기를 통해 하늘로 날린다. 바싹 말린 슬러지는 콩알처럼 만들어 발전소로 보낸다.

 

슬러지가 자원이 되는 건 성분 절반이 유기물인 탓이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성일종(成一鍾·53) 엔바이오컨스 대표도 "남들에겐 하수 슬러지가 쓰레기로 보이지만 내겐 자원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의 단골 식사 메뉴는 청국장이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불순물을 거르는 미생물처럼 청국장이 그렇게 맛있고 몸에 좋을 수 없다"고 했다. 고려대 나와 신영증권-경남기업을 거친 그는 일찍부터 독립을 준비해왔다.

 

"사업은 학생 때부터 준비했어요. 각종 페어(Fair)에 다녔고 증권회사 경험으로 산업 흐름에 민감했죠. 회사를 만들려던 때 IMF가 터졌어요. 망설이진 않았습니다. 어려울 때 창업해야죠." 그때가 19994월이다.

 

성일종의 눈이 향한 것은 환경, 그것도 쓰레기였다. "처음 손댄 게 광산(鑛山)에서 나오는 폐수였어요. 중금속으로 가득 찬 물을 정화하는 것을 연구했어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함백·영동탄광에 도입됐습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한 사회과학도다. 그런데 어떻게 이공계들이 할 법한 회사를 만든 걸까. "광운대에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반쯤 끝날 겁니다. 저는 CEO는 공학도가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성일종이 그런 대표적 사례로 든 인물이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다. "박 대통령은 포병 출신에 독도법(讀圖法), 박태준 회장은 탄도학의 대가입니다. 장쩌민-시진핑도 전기과, 화공과 출신이고요."

 

쓰레기 중에서도 가장 처치 곤란한 하수 슬러지를 자원으로 둔갑시키는 공법을 개발한 성일종 대표가 그 과정을 말하고있다. 이 공장은 신기하게도 악취가 거의 없었다

 

현재 음식 쓰레기 처리의 선진국은 오스트리아다. "우리나라에서 환경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은 전부 돈 주고 외국 기술 사다 쓰는 겁니다. 그 장벽을 깨려 하자 어마어마하게 저항하더군요. 투서는 기본이었고요."

 

그가 슬러지를 고온으로 말리는 기술을 개발한 건 실패의 산물이었다. "처음엔 폐수를 감경(減輕)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돈도 많이 날렸고요. 그러면서 감경 대신 말려서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은 거죠."

 

서울과 부산에서 쓰레기로 자원을 만드는 그가 눈독 들이는 분야가 인도네시아에 지천으로 널린 석탄이다. "그곳 석탄은 수분이 40%나 돼요. 그대로 쓸 순 없지만 말리면 어떻겠어요? 마른 장작 타는 원리와 같죠."

 

3년 전부터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인도네시아 탄광들과 양해각서 체결을 앞둔 성일종은 올해 야심 차게 선보이는 기술이 또 있다고 했다. 바로 물속의 중금속 정화다. "공업단지 주변 하천에 중금속이 많아요. 그 해결법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성 대표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마인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 가는 길, 분진 없앤다고 매일 물을 뿌려대는데 도로 주변을 낮게 설계하면 세차비 줄어들겠죠? 경인운하, 거기로 쓰레기 운반하면 쓰레기차 때문에 생기는 도로 파손이나 교통 체증 줄일 수 있잖아요. 운하가 어는 겨울엔 힘들겠지만. 그런데 이런 얘기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어요."

 

문갑식 선임기자 : 2014.03.06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