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역사,인물

러시아에서 러시아인이 본 빅토르 안(안현수)

풍월 사선암 2014. 3. 1. 09:59

러시아에서 러시아인이 본 빅토르 안(안현수) 

-Виктор Ан глазами российских болельщиков.

 

빅토르 안, 러시아 국가 부를 때 1억 러시아 시청자들 울었다.

러시아 국민들, 안현수를 "비쵸크"라 부르며 사랑해

-예카테리나 포포바 / 성균관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소치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러시아에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빅토르가 새로운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이며, 한국 출신의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라는 사실을 끊임 없이 강조한다. 스포츠 해설가들도 한국 출신의 러시아 국가대표 빅토르 안이라는 해설을 수차례씩 한다.

 

러시아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빅토르는 인기 검색어다. 한국으로 하면 검색어 1위다. 빅토르를 치면 빅트르 안의 이름이 가장 먼저 뜬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민주주의 열풍 대명사로 통하는 락가수 빅토르 최도 아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그의 특이한 이력에 관심을 쏟아낸다. 어떻게 한국 사람이 러시아 국가대표가 됐는지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러시아는 빅토르 신드롬한국에서 귀화한 빅토르 호기심에 빠져 인터넷 검색어 1

 

러시아 기자들은 빅토르의 인생 기복과 운명이야말로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빅토르의 인생이 이토록 기막히고 사연이 많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다. 빅토르에 대한 최대 관심은 그가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특별하다는 데 있다. 올림픽 3관왕을 지낸 쇼트트랙의 영웅이 러시아 선수가 됐으니 말이다.

 

사실, 러시아 국민들은 러시아를 떠나 다른 나라 대표 선수로 대회에 참가하는 러시아 선수 소식에 익숙하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10명에 이르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이 다른 나라 국적으로 참가했다. 스키 선수 다랴 가야조바와 이반 바비코프는 캐나다 대표, 바이애슬론 선수 알렉세이 알무코프는 동계 스포츠에 낯선 호주 대표로 출전했다.

 

◀지난 15일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빅토르 안(안현수)이 금메달을 만지며 미소짓고 있다.

 

선수들이 국적을 바꾼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알무코프는 어렸을 때 호주에 살았던 인연으로, 토리노올림픽 당시 러시아 대표였던 바비코프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캐나다로 귀화했다. 굳이 말하자면 안현수와 같은 경우다. 가야조바는 토리노올림픽 대표 선발 당시 러시아 대표 선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캐나다를 택했다. 스스로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국민들은 국적을 달리해 출전한 선수중 러시아에게 가장 큰 층격을 준 선수로 아나스타샤 쿠즈미나를 꼽는다. 그는 러시아 출신이면서 슬로바키아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선수로 나서 두차례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소치에서도 금메달을 따 2연패를 해냈다. 어찌보면 그는 조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조국인 러시아가 자신을 억지로 떼미는 바람에 슬로바키아 국적으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쿠즈미나의 남동생 안톤 쉬플린은 바이애슬론 러시아 대표로 나서 아쉽게 4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이들 남매의 소식에도 안타까워 한다. 쿠즈미나는 러시아라는 대국, 능력있는 수많은 선수들, 훌륭한 코칭스태프까지 있는데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다른 나라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벨로루시 대표로 나서 바이애슬론 금메달을 딴 다리야 돔라체바도 러시아 선수로 출전했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고, 스위스 대표로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딴 유리 포드라드치코프도 러시아 대표 선수 경력이 있음에도 코칭스탭과의 갈등으로 스위스 국적으로 참가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러시아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해 다른 나라 국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러시아 언론은 이를 잔인한 결과라고 표현한다.

 

러시아 떠나 다른 나라 대표로 참가한 러시아 출신 선수들 조국에 비수 꽂아

그러나 빅토르 안, 상처받는 러시아인들 한방에 치료

 

이런 러시아의 잠재적 손실을 만회한 경우가 빅토르다.

빅토르는 러시아 국민들이 자국을 떠나다른 나라 국적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모두 녹이는 러시아의 자부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빅토르가 10일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1500m에서 올림픽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선사한 데 이어 15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러시아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지난 15일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빙판에 키스를 하고 있다.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인 그는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8년 만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토리노올림픽 3관왕의 러시아 귀화, 또 러시아 국기를 달고 연속 메달을 따내면서 러시아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동시에 자부심을 갖게 했다. 이런 분위기가 러시아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빅토르에 열광하게 한다.

 

빅토르는 의심의 여지없이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진심어린 동정의 대상이 됐다. 이는 빅토르가 1000m 결승전에서 선전할 때 러시아 관객들이 보여준 응원열기가 증명했다. 러시아 제1채널은 빅토르가 결승전을 벌이는 동안 관객석의 러시아 국민들이 내지른 함성은 108 데시벨로 락콘서트장 소음 소준이었다이는 소치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최고의 응원 기록이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민들이 일치 단결해 빅토르’ ‘러시아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소치올림픽 개최 이후 처음 있는 기록적인 일이라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나도 가족들과 TV를 보면서 똑 같이 응원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빅토르가 귀화한 뒤 새로운 조국 러시아가 제공한 운동 환경에 잘 적응하고, 스스로 러시아를 사랑하려는 마음 가짐에 매료당한다. 빅토르가 안현수라는 한국 이름을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으로 변경한 것에도 점수를 준다. 안현수라는 이름을 두고 굳이 러시아 이름을 택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국민, 빅토르를 비쵸크라 부르며 열렬한 사랑 표현

빅토르 우승하던 날 러시아 관객 함성 108데시벨 소치올림픽 응원 기록 세워

 

이미 러시아 국민들는 빅토르를 비쵸크라고 부르며 러시아 친구대하 듯한다. ‘비쵸크는 아주 친한 사람이 빅토르를 부를 때 쓰는 별칭이지만 이미 러시아 국민들은 남녀노소 그를 비쵸크라 부른다.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각)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빅토르 안(안현수)이 플라워 시상식을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자 러시아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빅토르를 보는 시각이 매우 긍정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러시아어를 배우려 하고 심지어 초급 수준의 러시아어 실력이지만 두려움 없이 언론과 러시아아로 인터뷰를 하려한다는 데에도 감동한다. 러시아어 구사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견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현재 국적인 러시아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운동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고는 감사하기까지 한다.

 

빅토르, 금메달 시상식 때 러시아 국가 부르자 1억 러시아 시청자들 뜨거운 눈물 흘려

 

빅토르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극도의 감동을 준 것은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된 메달 수상식이었다.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국기가 올라가는 동안 빅토르가 러시아 국가를 따라부르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는 이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1억명에 이르는 러시아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진정한 러시아 스포츠 영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러시아인들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열망을 주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빅토르, 그는 이미 러시아에서 스타가 됐고, 국민들은 그를 진정한 스타로 여긴다. 러시아 국민들은 올림픽 이후 그가 TV각종 토크쇼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그런 모습을 통해 빅토르를 더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의 사랑 대상이 된 것이다.

 

러시아는 2010밴쿠버올림픽에서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러시아인에게 밴쿠버올림픽은 실패를 넘어 스포츠 재앙으로 여긴다. ‘실패의 대명사이기도 한다. 당시 러시아는 고작 3개의 금메달(7, 종합 11)로 동계스포츠 강국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을 심각하게 준비해왔다. 러시아가 동계 스포츠 강국이라는 선도적 지위를 입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2 18 일 오후 1145분 현재 러시아는 금 5, 8, 6개로 전체 메달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좋은 성적으로 거둔데는 빅토르가 큰 기여를 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빅토르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빅토르 돌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지면 빅토르 신드롬이다.

 

◀지난 10일 빅토르 안이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러시아 국기를 들어보이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빅토르는 한국·러시아 잇는 스포츠 대통령

역대 한국·러시아 국민들, 이렇게 서로에 관심 보인 적 없어빅토르 큰 일 해내

 

빅토르 신드롬은 러시아에서 두가지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쇼트트랙과 한국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러시아내 비인기 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을 국민적 관심사로 이끌었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소치에 있는 한국 소개 전시관은 러시아인들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설 정도다. 이곳을 방문한 러시아 국민들은 빅토르의 조국인 한국 문화 등 한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게 돼 아주 흥미롭다고 말한다.

 

소치올림픽에서 빅토르의 활약은 한국과 러시아의 스포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기록될 듯하다. 특히, 쇼트트랙을 통한 한국과 러시아 양국민의 관심은 과히 폭발적이다. 그가 어떤 이유로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양국의 관심을 이끌고 양국민 사이에 상대국가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안현수는 러시아에게는 소치의 큰 별로 기록될 것이다. 쇼트트랙을 통해 새로운 조국 러시아를 세상에 알린 주인공으로 러시아 스포츠사에 영원히 기록될 첫번째 업적을 만든 스포츠 영웅이다.

 

빅토르의 진정한 조국 한국은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빅토르의 활약으로 러시아 국민들 대부분은 다음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지 25년째지만 한국과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요즘처럼 서로 관심을 보인 것은 처음인 듯하다. 빅토르는 그 누구도 못했던 양국 관계를 최상으로 만든 민간외교관이 됐다. 그에게 오늘 스포츠 대통령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