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78세인 나를 울린 문자 메시지

풍월 사선암 2014. 1. 6. 22:06

 

78세인 나를 울린 문자 메시지

 

조인스 닷컴과 SK텔레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올바른 휴대전화 사용문화 만들기” 캠페인의 수기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된 글을 보고 한 독자가 감동의 편지를 보내왔다.

78세 할아버지인 이 독자는 수기 당선작

“하늘나라 시어머니가 문자를 안 받아” 작가인 손현숙씨에게

전해달라며 10만원권 우편환도 동봉했다.

손현숙씨의 당선된 글과 독자의 글을 차례로 적어 소개합니다.

 

하늘나라 네 시어머니가 '문자'를 안 받아

    (1등으로 당선된 손현숙씨의 글)

 

나에게는 핸드폰 2개가 있다.

한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니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 드린 것은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기념일 선물로 두 분에게 각각 한대씩 커플 핸드폰을 사 드렸다.

 

문자 기능을 알려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하나인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시러 나가신 후

띵 동 ~”하고 문자메시지가 들어 왔다. 어머님의 핸드폰이었다.

여보 오늘은 내가 '야간 조'이니까 저녁밥은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 증상이 오는 게 아닌가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에 또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가 와서 우산 가지고 마중가려고 하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오늘은 정말 보고 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문자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에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뭐 필요한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 거라.”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두 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 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말씀을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 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는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나에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손현숙 / 923일 중앙일보>

 

 

78세인 나를 울린 문자 메시지

   (손현숙씨의 당선된 글에 대한 독자의 글)

 

수기를 보고 저는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숙씨 가정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타인이어서

실례가 되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해

 편지라도 한 장 보내고 싶었습니다.

 

저는 78세이며 저의 아내는 75세된 노부부입니다.

저희는 현재 2층 단독 주택에 1층 점포를 운영하며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습니다.

31녀의 자식을 두고 우리 역시 며느리가 셋이나 되어 수기를 본 후

자연스럽게 우리 며느리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현숙씨의 글 중에서 마지막 구절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속옷은 어디 숨겨 두셨어요?”

부분은 저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현숙씨 아버님은 정말 천사 같은 착한 며느리를 두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효부상을 드린다면 정말 현숙씨가 적격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숙씨 아버님의 정이 듬뿍 담긴 말씀과 행동은 같은 노인에게

귀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현숙씨 아버님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수기의 내용은 저의 부부의 지난 세월 역시 반추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아버님 부부는 정말 잉꼬부부셨던가 봅니다.

아울러 가정 내에서도 며느님과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실지

충분히 헤아려 집니다.

 

고인이 된 아내 휴대 전화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그 애 뜻한 마음에

가슴이 시렸습니다.

생전에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홀로 되신 아버님께도 깊은 동정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도 휴대 전화라는 물건이 그토록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현숙씨 아버님과 함게 삼겹살에 소주 파티라도 하시라고

자그마한 성의를 같이 동봉해서 보냅니다.

 

결례일 수 있지만 좋은 글에 감동받은 한 노인의 호의라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멀리서 현숙씨 가족끼리 오붓하게 파티 하는 모습을 상상하겠습니다.

그럼 현숙씨 가정의 행복과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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