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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튀긴음식 입은 즐겁지만…혈관엔 트랜스지방 쌓인다

풍월 사선암 2013. 11. 16. 08:08

[토요 FOCUS] 바삭바삭 튀긴음식 입은 즐겁지만혈관엔 트랜스지방 쌓인다

 

분해·대사 잘 안돼 각종 질병의 원인쇼트닝·마가린 섭취는 가능한 피해야

한국 기준 엄격보다 상대적 안전

 

트랜스지방이 무서운 이유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를 정도로 은근하고 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먹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 놓고 먹는다. 하지만 먼 훗날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암 등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다. 그 당시 미국 월터 윌렛 교수가 소비자들이 모르는 새로운 음식 중 40%에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부분경화유가 사용됐고 그에 따라 10만여 명이 트랜스지방 때문에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트랜스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줄여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에서 금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트랜스지방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고 과잉 섭취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유태우 박사는 "평소 지방 섭취가 많은 미국인은 트랜스지방을 섭취할 경우 심장병 발병을 부추기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심장병 발병이 미국의 10분의 1~30분의 1 수준이고 트랜스지방 섭취 제한량을 넘게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유 박사는 오히려 한국에서는 트랜스지방보다 짜고 단 음식, 술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가공식품에 한해 트랜스지방 저감화 사업을 진행해 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트랜스지방 안전지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트랜스지방 왜 해로운가

 

빵과 과자에 포함된 트랜스지방은 식감과 맛을 높여주기 때문에 한 번 먹게 되면 자주 손이 간다.

 

대표적인 트랜스지방 함유 식품은 비스킷 초콜릿을 비롯한 과자류, 케이크 크루아상 페이스트리 등 빵류, 튀긴 음식 등이다. 식약처는 트랜스지방 표시 의무화로 거의 모든 가공식품이 함량을 지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과다 섭취했을 때다.

 

트랜스지방은 가공식품이 함유 제한량을 지키고 있어도 적게 먹을수록 좋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기름에 튀긴 음식은 조금만 먹고 간식으로 가공식품보다 과일이나 채소 등 천연식품을 먹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트랜스지방이 몸 안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그것을 분해대사하려고 한다. 하지만 트랜스형으로 변한 지방산은 천연이 아니어서 분해대사에 시간이 걸리고 다량의 미네랄과 비타민을 소비한다. 트랜스지방을 분해흡수해도 노화나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다른 중요한 지방산의 기능을 방해한다.

 

트랜스지방이 가장 무서운 것은 세포막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일본 야마다 도요후미 교린예방의학연구소장(`병에 걸리기 싫다면 기름을 바꿔라` 저자)"세포막은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하고 세포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흡수하는데, 트랜스지방이 몸 안으로 들어올 경우 필수지방산의 역할을 못하게 막아 세포막 구조나 활동이 불완전해진다"고 설명한다.

 

세포막이 불완전해지면 인슐린 흡수가 제대로 안돼 당뇨병이 생기기 쉽다. 또 암세포에 의해 손상을 입은 유전자를 복구하는 DNA복구 효소가 작용을 못해 암세포가 없어지지 않고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트랜스지방은 간에 타격을 줘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무너뜨린다. 그로 인해 HDL이 감소하고 LDL이 과다 생성돼 혈액의 균형이 무너진다. 과도한 LDL은 혈관벽에 달라붙어 쌓여 혈관통로를 막아 동맥경화와 심장병으로 진행된다.

 

트랜스지방은 뇌에도 매우 나쁘다. 사실 뇌는 기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뇌의 60%는 지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부나 유아가 기름을 섭취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태아기 때 왕성하게 세포 분열을 하며 출생 후 1년 동안 약 80%가 완성되고 3세까지 신경회로가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임신부나 유아가 트랜스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을 부추길 수도 있다.

 

`트랜스지방 0`의 함정

 

요즘 즐겨 먹는 가공식품에는 트랜스지방 함량이 표시돼 있다. 200712월부터 표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한 달 뒤인 20081월부터 유제품도 트랜스지방 함량 표기 대열에 참여했다.

 

대부분 가공식품은 `트랜스지방 0`이라고 표시돼 있다.

 

그러나 함량 표시 규정을 보면 `1회 섭취량당 트랜스지방 0.2미만인 경우에는 `0`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0표시는 0.15일 수도 있고 0.19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1회 섭취량`이라는 단서도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가공식품은 한 포장에 1회 섭취량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수십 회 섭취량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식품 1봉지를 먹으면 적지 않은 양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 하루 종일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튀긴 과자 몇 봉지만 먹어도 섭취 제한을 금방 초과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이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