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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아내의 호소문(가상)"에 대하여
오늘 아침 TV조선을 보니 최성령님의 가상글이 뉴스로 크게 떴습니다. ‘가상글’이라는 점을 명확히 적시하면서 주요내용을 조목조목 공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산속에 칩거하고 있는 채동욱이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여론에 촉각을 세우며 법적대응이라는 말만 반복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최성령님은 이 법적대응이라는 엄포에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는 듯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내용, TV조선의 가정부 보도, 법무부 발표내용, 그리고 중앙일보가 보도한 가평 아파트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종합해 보면 “사실로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성립합니다. 구태여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도 “사실로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채동욱 측이 고소를 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렇게 되면 법원은 유전자검사를 명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소위 검찰총장을 했다는 사람이 일반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채동욱의 품위를 걸레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정부는 채동욱과 대질방송을 하고 싶다 합니다. 그런데 채동욱은 이에 응하지도 않고 그 가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여기에서 채동욱의 자유공간은 그리 넓지가 못합니다. 저라면 조금도 염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담대하게 응하시기 바랍니다.
이 가상 편지에 채동욱이 발끈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검찰총장은 고사하고라도 일반 상식인으로서의 기초소양 자체가 의심스러운 사람입니다. 가상의 호소문은 채동욱과 그의 처가 그야말로 숙연한 자세로 음미해야 할 도덕 지침서로 보입니다. 그 가상의 편지가 인터넷 공간을 타넘어 스마트폰으로까지 범람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 글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국민의 마음이 최선생님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채군이 채동욱의 피를 받은 아이냐, 아니면 채동욱과 첩실생활을 하면서 임여인이 따로 다른 남자의 피를 받아 낳은 아이냐, 하는 것은 이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첩실살림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첩살림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로 믿을만한 충분한 자료가 확보돼 있습니다. 지금 채동욱은 그야말로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은 존재입니다. 여기에 더해 ’누워서 침을 뱉는‘ 자기 모멸적인 말들을 자꾸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검사들이 민망해 할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혼이 심각하게 병든 사람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채동욱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툭하면 "유전자검사"를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고 있는데, 그 전가의 보도는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무참히 베어지는 건 당신 채동욱 자신입니다. 그 칼은 오욕의 칼이지 빛나는 칼이 아닙니다.
2013,10.6. 지만원
[이철호의 시시각각] 스스로 스텝이 꼬인 한겨레신문
채동욱의 혼외자 의혹이 어디로 흐를지 국민은 다 아는데 두 신문만 모르는 눈치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다. 마지막까지 끝장을 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어영부영 미궁에 빠질 것이란 게 우리 사회의 상식적 판단이다. 최후의 스모킹 건(smoking gun)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다. DNA 검사는 저~얼~대 안 할 게 분명하다. 정말 DNA 검사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 버~얼~써 했다. 이러니 팩트는 증발되고 날선 주장들만 판친다. 돌아보면 조선일보의 첫 보도는 “혼외자로 밝혀졌다”는 위험한 결론을 내린 게 사실이다. 정황증거만 있고, 당사자 반론조차 없었다. 자칫 ‘채동욱 찍어내기’의 청부 언론으로 몰릴지 모를 위기였다.
반격의 총대는 한겨레신문이 멨다. 2009년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의 혼외자 파문 때의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조선일보 칼럼까지 끄집어내 이중잣대를 비난했다. 다양한 음모론도 빼놓지 않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감독 아래 법무부와 조선일보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몰아갔다. 지면에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라고 전해졌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팩트는 없고, 정황증거조차 애매했다. 설득력이 약했다.
이쯤에서 한겨레신문이 2년 전 ‘나경원 1억원 피부과 파문’을 어떻게 다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사IN’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550만원을 쓴 것으로 끝났다. 전형적인 과장보도였다. 그럼에도 이 신문의 2011년 10월 21일자 사설은 이렇게 따진다. “나 후보가 제 돈을 내고 고급 클리닉을 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보통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서 공적 영역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관한 기준이 흔들리는 게 문제인 터다….” 사생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사소한 의혹까지 놓치지 않았다. “지역구인 중구에도 피부과가 차고 넘치는데, 강남의 특별한 시설만 찾은 이유는 뭔가?”라며 몰아세웠다. 한발 더 나아가 익명의 법조계 인사를 내세워 돌직구를 날렸다. “나 후보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고액의 (피부)관리를 받았을 텐데, 이는 정치 행위이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정치자금”이라며 “치료비를 할인받은 거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까지 치고 나갔다. 범죄 의혹을 풍겼다.
여기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국민의 눈높이에선 나경원이나 채동욱이나 고위 공직자이긴 매한가지다. 그런데 왜 혼외자 의혹은 사생활로 감싸고, 피부과 출입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할까? 그 판단 기준 사이의 거리가 아득할 뿐이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봐도 그렇다.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혼외자 의혹은 부인 쪽에서 소송을 걸면 처벌이 가능한 회색지대의 범죄다. 반면에 피부과 출입은 우리 법률 어디에도 처벌조항이 없다. 어느 쪽이 더 공직자의 도덕성을 해치는 사안인지 궁금하다. 나경원 피부과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알권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참 편리한 고무줄 잣대다. 만약 여성 정치인의 피부가 사생활이 아니라면, 똑같은 논리로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도 알권리로 접근했어야 했다. 더구나 검찰총장은 간통죄를 단죄하는 준사법기관의 수장 아닌가.
한겨레신문이 소중한 가치의 하나를 잃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고위 공직자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해 성역화시켜 버린 것이다.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한겨레신문은 혼외자 스캔들이 터져도 입을 열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업무와 관계 없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모든 사생활에 면죄부를 줘야 할지 모른다. 왜 한겨레신문이 4년 전 남의 신문의 개인 칼럼까지 꼬집으면서, 2년 전 자신의 1억원 피부과 보도와는 엇박자를 내는지 의문이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엄청난 족쇄가 될 수 있다. 한번 나온 기사는 언제든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의 스텝이 자꾸 꼬여가는 느낌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3.10.07 00:50 /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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