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빠담 빠담

풍월 사선암 2013. 9. 10. 11:13

'빠담 빠담'

 

문득 보니 길가에 코스모스가 빨갛게 피었습니다. 바람 끝은 서늘하고 뭉게구름 하얗게 피어난 하늘은 높기만 합니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가을이 되면 늘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가을이 되면. 가을이 되면.

 

두근두근은 프랑스어로는 빠담 빠담입니다.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1952년에 부른 노래 빠담 빠담으로 널리 유명해진 단어입니다. 이렇게 가을이 되면 저는 조금 숙연해집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세상의 온갖 허세는 혼자 다 부리고 다니면서도 바람 끝에 나뭇잎 하나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가슴이 설렙니다. 엊그제만 해도 이 더위가 언제 물러갈까 싶었는데 어느덧 귀뚜라미 울어대는 가을이 왔습니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 봅니다.

 

무언가를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습니다. 호미를 들 때가 있고 낫을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의 선택이 인생사 모든 결정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때를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기분 나쁘다고, 밉다고, 자존심이 상하다고 감정에 치우쳐 결정한 일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팔릴 때도 있습니다. 누구라고 다르겠습니까. 어제는 어느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자존심 상해서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친구도 그럴 때가 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문사 사장인 나도 사실은 쪽팔릴 때가 있다. 너는 신문사 사장이 쪽팔릴 일이 뭐가 있겠냐 하겠지만 나도 사람인데 쪽팔릴 때가 왜 없겠냐.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살아보니 그래야 하겠더라.

 

내가 그렇게 참을 수 있는 까닭은 나중에 내가 잘될 것이라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것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네가 회사를 나와서 작은 회사의 사장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그냥 참고 견뎌라. 세상사는 일 모두가 그런 것 아니겠냐." 그렇게 다독였습니다.

 

참아야 할 때 참을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묵묵히 속으로 삭힐 줄 아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습니다 

이 모죽은 씨를 뿌리고 5년 동안 땅 위로는 하나의 싹도 나오지 않습니다. 5년 동안 모든 성장은 땅속에서만 이루어집니다. 만약에 나오더라도 1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순이 땅위로 조금 나올 뿐입니다.

 

그러다가 다섯 번째 해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80cm씩 무서운 속도로 자라납니다. 그리고는 거의 25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로 자라납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커서 비바람 속에서도 눈보라 속에서도 100년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5년 동안 땅위에 보이지 않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클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렇다면 모죽에게 5년 동안의 시간은 과연 어떤 시간이었겠습니까? 모죽은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닐 것입니다.

 

땅 속에서 뿌리를 견고히 내리면서 모진 세월을 견디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장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준비 때문에 때가 되어 땅 위에 올랐을 때,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빨리 그리고 높이 자라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더디 크는 것 같고, 언제 클까 싶은 사람도 어느 순간에 모죽 크듯이 쑥쑥 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남들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 사람입니다.

 

지금 당장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현재를 낭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 준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엄청난 성장이 그 안에서 이루어진 사람입니다.

 

혹시 님께서는 모죽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지금 비록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 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이겨내고 나면 모죽같이 쑥쑥 커 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러려면 인내해야 하겠지요. 그러려면 지치지 않고 끊임 없이 노력해야 되겠지요. ! 그러한 가운데 한 가지는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뚜렷한 목표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품고 있으면 내가 가는 길에서 방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모죽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특히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고생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는 그리고 님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인내하고 무엇을 노력해야 하겠습니까?

답은 각자가 자기 안에서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하겠지요.

 

고운 하루되십시오. 사랑합니다.

동부매일 대표 박 완 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