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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갉아먹는다…`공공의 적` 만성피로

풍월 사선암 2013. 9. 1. 09:40

야금야금 갉아먹는다`공공의 적` 만성피로

 

자고 또 잤는데도 몸이 찌뿌드드내 건강 위험신호

피로 6개월 지속땐 간·갑상선·폐 등 각종질환 의심해봐야

섣부른 자가진단으로 보약 복용은 금물

 

 

직장인 박두흠 씨(41)"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매일 아침이면 도무지 풀리지 않는 피로감으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깨는 뻐근하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예전에는 몸이 찌뿌드드할 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렸지만 이제는 종일 자도 쉽사리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계속되는 야근, 실적 달성에 대한 압박감으로 일상생활에서 만성피로를 느끼기 십상이다. 만성피로는 대부분 사람이 느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만성피로는 급성간염과 같은 간질환, 갑상선 또는 부갑상선 기능 이상 등 각종 질병 초기 증상일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박창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오기 전 거의 모든 환자가 엉뚱한 자가 진단을 내리고 피로 해소에 좋다는 당분 섭취, 비타민보약 복용 등 자가 치료를 시도해 본 뒤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안 다음에야 의사를 찾는다""섣부른 자가 진단은 피로 원인인 질환과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을 혼동해 사용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다르다. 만성피로는 임상적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말한다. 만성피로(chronic fatigue)는 질병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만 어떤 원인이나 질병이 있을 때 나타난다.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은 극심한 피로와 함께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잠깐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쇠약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 장애, 두통, 근육통, 우울증, 관절통 등을 호소한다.

 

만성피로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환절기와 무더운 여름철에 체감적으로 더 많이 느낀다. 특히 무더위가 지속되는 6~9월 냉방병에 따른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여름철 이유 없이 피로하고 두통이나 근육통이 동반되는 만성피로는 십중팔구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다.

 

이동환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원장은 "냉방병은 우리 몸이 바깥 기온과 실내 기온 차이에 적응하지 못할 때 발병한다""환기하기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 빌딩증후군 일종으로,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 근육통 현기증 등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바깥 기온과 온도 차가 5~8도 이상인 환경에 오래 있으면 실내외 온도 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체 생리적 변화로 체온 조절 자율신경계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주로 피로감이나 두통, 근육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졸음 등을 비롯해 손이나 발, 얼굴이 붓거나 권태감까지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전체 인구 중 0.1~1.4%가 앓고 있으며 주로 3040대에서 나타난다.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적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로 진단한다.

 

만성피로 가운데 약 30%는 결핵, 간염, 당뇨병, 갑상선 질환, 폐 질환, 빈혈, , 심장병, 류머티즘 질환 등 각종 질환에 대한 위험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이나 신경 안정제, 혈압 조절약, 피임약 등 약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김선미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로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각종 질환 전조 증상이거나 정신적 원인, 약물 등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을 통해 확실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각 원인에 따라 휴식과 생활습관 개선, 운동요법, 약물요법, 행동요법 등으로 완치되거나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피로 검사는 빈혈 간기능 신장기능 등을 확인하는 혈액검사, 세포기능을 체크하는 소변 유기산 검사부터 체내 미네랄 상태를 분석하는 모발미네랄 검사, 혈액검사로는 나타나지 않는 부신피질호르몬(일명 스트레스호르몬) 이상을 진단하는 타액호르몬 검사 등 다양하다.

 

검사를 통해 만성피로 원인이 확인되면 영양주사나 영양제 같은 개인별 맞춤 치료 처방이 내려진다.

 

치료와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것이 생활습관 교정이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오랜 PC 작업으로 근육 통증이 있는 만성피로 환자는 자세 교정, 숙취가 심한 만성피로 환자는 절주, 감기에 잘 걸리는 만성피로 환자는 면역력을 튼튼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는 스트레스성 만성피로가 많다. 주부는 집안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유시간을 갖고 여행, 운동,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 외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20대 여성은 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 상태 불균형이 문제일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은 현미 같은 정제되지 않은 잡곡,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 저지방 단백질 식품 등이 만성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포화성 지방, 카페인이 든 음료, 알코올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매경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