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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위대한 여정’

풍월 사선암 2013. 7. 2. 16:37

박인비 위대한 여정

US 오픈 우승메이저 3회 연속 우승 쾌거세리키드, 세리를 넘다.

 

선수 한 시즌 최다승 박세리 넘어 시즌 6데뷔 7년차 상금 수입 박세리와 비슷

브리티시오픈 우승땐 PGA·LPGA 사상 첫 그랜드슬램

 

골프여왕박인비(25·KB금융그룹)원조 골프여왕박세리(36·KDB금융그룹)를 넘어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박인비는 1(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72·6821야드)에서 열린 제68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 정상을 차지하며 시즌 6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 6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를 모조리 석권하며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또한,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우상인 박세리의 기록도 갈아 치웠다. 시즌 6승을 기록해 박세리가 갖고 있는 LPGA 투어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5·2001, 2002)을 뛰어 넘었다.

 

박인비는 1998년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US여자오픈 정상을 차지했던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키즈. 그런 박인비가 이제는 박세리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25vs 9

 

박세리는 1998년 미 LPGA 투어에 데뷔했다. 1997년 퀄리파잉스쿨을 1(크리스티 커와 공동1)로 통과해 LPGA 무대를 밟았다. 박세리는 16시즌 동안 통산 25승을 기록했다. 우승은 데뷔 초반부터 7년차까지 집중됐다. 박세리는 데뷔 첫해 메이저 2(LPGA챔피언십·US여자오픈) 포함 4승을 올렸다. 이듬해도 4승을 추가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2000년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11게임 밖에 나서지 못한 박세리는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뒤 2001년과 20025승씩을 추가하며 데뷔 5년 동안 무려 18승을 올렸다. 20033승을 추가한 박세리는 데뷔 6년 만에 20승 고지를 돌파했다. 20041승을 추가해 7시즌 동안 22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2007년 데뷔했다. 20062부 격인 퓨처스 투어 상금랭킹 3위에 올라 LPGA 입성에 성공했다. 2008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4년 넘게 LPGA 투어 우승이 없었다. LPGA 투어에서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와 말레이시아 사임다비 우승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냥에 돌입했다. 올해 6승을 추가한 박인비는 통산 9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 선수 역대 3(2위 신지애 11)에 해당한다.

 

통산 우승에서는 박세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러나 박세리는 7년 차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이후 9시즌 동안 3승에 그쳤다. 박인비는 데뷔 6년차(2012)부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작년 2승에 이어 올해 6승이다. 10승 고지 돌파까지는 1승만 남겨두고 있다.

 

데뷔 6,7년차 전성기는 비슷

 

박인비는 박세리와 닮았다. 특히 상금 수입에 있어서 닮았다. 박세리는 16시즌 동안 통산 11903003달러(한화 약 1351580만원)를 벌었다. 322개 대회에 나섰으니 대회 당 약 36960달러(4196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박세리의 수입은 우승이 몰린 데뷔 67년차까지 집중됐다. 7시즌 동안 번 수입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데뷔 첫해 872170달러를 시작으로, 2001162만 달러를 벌어 처음 100만 달러를 돌파했고, 2002년엔 역대 최다인 1722281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2004년까지 7시즌을 뛰며 8019359달러(91598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박인비는 7시즌(2013시즌 진행 중) 동안 7374551달러(83738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148개 대회를 뛰어 대회 당 약 49828달러(5657만원)를 벌고 있다.

 

지난해 처음 228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던 박인비는 올해 13개 대회를 남겨두고 벌써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우승상금 585000달러를 받아 시즌 총상금 2106827달러를 기록 중이다. 올해 안으로 생애 총상금 800만 달러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세리 넘어 새 역사 창조

   

박인비는 우상의 기록을 차근차근 넘보고 있다. 박인비는 2008US여자오픈 우승과 동시에 박세리의 기록을 바꿔 놨다. 박인비는 1911개월6일로 우승을 차지해 박세리가 보유한 209개월(1998년 우승)을 깨고 최연소 US여자오픈 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박세리 뛰어넘기가 시작됐다. 이번 우승으로 두 가지 새 기록을 썼다. 가장 먼저 한국 선수 최다승이다. 6승째를 신고하면서 박세리의 5승을 넘어섰다.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 기록도 갈아 치웠다. 박세리는 1998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2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3승을 기록했다.

 

메이저 최다승 기록 경신도 사정권에 들어 왔다. 박세리는 통산 메이저 5승을 기록했다.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승만 추가하면 박세리와 타이를 이룬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도 박세리보다 박인비가 먼저 이룰 가능성이 높다. 박세리는 메이저 5승을 기록했지만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오픈(814)만 추가하면 된다.

 

박인비가 박세리를 넘어선 기록도 수두룩하다. 박인비는 416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12주째 1위자리를 지키며 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박세리는 한번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수상 경력에서도 박인비가 앞선다. 박세리는 1998년 신인상, 2003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수상한 게 전부다. 상금랭킹 2위만 4차례(1998, 2001, 2002, 2003) 기록했다. 박인비는 작년 LPGA 상금왕과 베어트로피를 수상했다. 올해는 상금과 베어트로피는 물론 올해의 선수까지 타이틀 독식이 예상된다.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은 시즌 시작 때부터 목표로 정했다. 주변에서 그랜드 슬램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그와 같은 큰 영광을 앞두고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엄마 배 속부터 모태골퍼가족은 나의 힘 

세리 뛰어넘은 세리키드,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다.

 

◀‘새로운 골프여제박인비(25·KB금융그룹)1(한국 시간)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72)에서 열린 제68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메이저대회 3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황제나 영웅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게 있다. ‘황제타이거 우즈(38·미국)는 세 살 때 이미 9홀에서 48타를 쳤고 다섯 살 때는 골프다이제스트에 등장했다. ‘차세대 황제로 평가받는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는 두 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를 날렸다.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과 함께 시즌 6승째를 올린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들에 비해 시작은 미약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열 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TV에서 박세리(36·KDB금융그룹)맨발 투혼을 앞세워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걸 본 직후였다. 3개월간의 맹훈련 끝에 출전한 첫 대회에서 박인비는 126타를 쳤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50)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 소녀가 15년 뒤 LPGA 투어를 평정하는 세계적인 골퍼가 될 줄을.

 

배 속에서부터 골프 친 모태골퍼

   

◀“우리 딸 최고부모님의 키스 박인비(가운데)가 제68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어머니 김성자 씨(왼쪽)와 아버지 박건규 씨로부터 양 볼에 키스세례를 받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약혼자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

 

박인비가 골프 선수가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아버지 박건규 씨(52)는 한때 언더파를 칠 정도로 아마추어 고수였다. 어머니 김 씨 역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김 씨는 우리 부부가 정말 골프를 좋아했다. 인비를 임신하고 5개월쯤 됐을 때다. 너무 골프가 치고 싶어 출장 간다고 둘러대고 골프 치러 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까지 3대가 종종 라운딩을 하곤 했는데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요즘도 박인비가 귀국할 때는 가족 라운딩이 열리곤 한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든 박인비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1년 만에 박인비는 최고 유망주가 돼 있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갖고 돌아왔다. 김 씨는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비가 나오면 출전하나마나 똑같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박인비가 중학생이 되자 부모는 딸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냈다.

 

박인비를 일으킨 사랑의 힘

 

성공적인 아마시절을 보낸 뒤 2007LPGA 투어 무대에 데뷔한 박인비는 2008US여자오픈에서 덜컥 우승했다. 19세의 나이에 이뤄낸 대회 최연소 우승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우승이 독이 됐다. 갑자기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고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당시 박인비의 샷은 들쭉날쭉했고,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박인비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때다.

 

당시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약혼자인 남기협 씨(32)였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출신으로 미국 전지훈련 중 만난 남 씨는 힘든 상황에 빠져 있던 박인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인비는 오빠가 내 스윙을 정말 잘 본다. 그리고 항상 경쟁에 지쳐 있는 투어 생활에서 누군가 항상 내 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또 분위기 전환을 위해 2010년부터 뛴 일본 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약혼자 남 씨와 항상 함께하는 박인비는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1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에 4타 뒤진 2위를 차지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인비는 요즘 골프 안팎으로 행복해 보인다. 항상 가족, 친구와 함께하면서 여유를 갖는 게 좋은 플레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작년부터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시겠다고 했는데 이미 결혼 허락은 받은 것 같다. 결혼은 때가 되면 할 것이다. 급할 것 없다고 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골퍼

 

박인비의 플레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거리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스윙 폼이 교과서적인 것도 아니다. 스스로도 샷을 할 때건 퍼팅을 할 때건 몸에 배어있는 감()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박인비는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코스에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공을 친다. 아버지 박 씨도 이런 성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스릭슨 클럽 등 장비를 후원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클럽과 공에 관해서도 박인비 선수는 상당히 쿨(cool)하다. 한 번 세팅을 한 뒤에는 큰 불만 없이 사용하는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