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
연구진은 일본 동쪽 오가사와라 제도에 있는 하하지마 섬에서 달팽이를 즐겨 먹는 동박새와 직박구리에게 달팽이를 먹인 뒤 얼마나 살아남는지 조사했다.
놀랍게도 새들에 먹힌 달팽이 7~8마리에 한 마리 꼴(평균 15%)이 살아있었다. 달팽이는 새에게 먹혀 소화관을 통과하면서도 생존했으며, 한 마리는 배설 직후 새끼를 낳기도 했다. 달팽이가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폭풍이나 파도에 휩쓸리거나 혹은 새의 몸에 부착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 연못에서 물고기가 다슬기를 이동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비교적 단거리 이동에 새들의 소화관을 이용한다는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새들이 식물의 씨앗을 확산시키는 것처럼 달팽이를 퍼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섬에 분포하는 달팽이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유전적 변이가 크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무언가의 힘으로 달팽이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달팽이의 유전적 다양성과 이들을 먹이로 삼는 새들의 서식밀도 사이에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가장 느린 달팽이가 기꺼이 날아다니는 새의 먹이가 되어 달팽이의 씨를 퍼트리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미물이라고 우습게 볼일이 아니구나.… 아 ~ 생명의 신비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