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홍준표 경남지사,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에 정면 반박

풍월 사선암 2013. 6. 20. 23:41

"공공의료 축소 아닌 귀족노조 철밥통 없앤 것"

 

홍준표 경남지사,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에 정면 반박

 

요즘 홍준표 경남지사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다.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의 제1 공적(公敵)이 된 것은 물론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까지도 그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19일 만난 홍 지사의 표정엔 기죽은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홍 지사는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병원 확충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 정치권과 정부가 좌파 포퓰리즘에 휩싸여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쇄는 철밥통 귀족노조만을 위한 병원을 없애는 대신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주는 공공의료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경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전임 지사들 14년간 폭탄 돌리기 급급

 

-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해 공공의료는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된 다는 비판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도립병원만 공공의료기관인가? 우리나라 모든 병원이 공공의료 기관이다. 포괄수가제 때문에 전국 어느 병원에 가도 수술비가 다 똑같다. 공공병원에서 적자가 나는 건 싸게 진료비를 받아서가 아니다. 노조가 득세를 하고 있어 직원들이 민간병원처럼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올려 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김천의료원은 어떻게 흑자를 냈나? 노조가 와해되고 난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덕분이다.”

 

- 공공의료체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 있다.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민노총 소속 보건의료노조 가운데 가장 악성이 진주의료원 노조다. 경남에선 14년 전부터 진주의료원 존폐 문제가 불거졌지만 전임 지사들이 폭탄 돌리기에 급급했다. 2008년부터 도청과 도의회에서 47회에 걸쳐 경영개선 요구를 했지만 노조에서 전부 거부했다. 매년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면서도 노조원들은 세습 채용, 가족입원비 90% 감면 등 온갖 특혜를 누렸다. ”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산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는데 조례 공포를 강행할 건가.

 

강행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밟는 거다. 조례가 위법하려면 상위법령을 위반해야 하는데 전혀 위반한 게 없다.”

 

- 국회가 국정조사를 할 때 홍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어떻게 할 건가.

 

진주의료원 폐업은 지방 고유사무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대해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나라고 국회에 나가 속 시원히 말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하지만 이번 국조에 출석을 하면 10월 국정감사에 또 나가야 되는데 그러면 한 달간 도정이 마비된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국감 대상도 아니다. ”

 

적자 불가피하다면 김천은 왜 흑자냐

 

- 도지사 취임 후 한 번도 진주의료원에 간 적이 없고 노조원들과 만나지도 않았다.

 

 

진주의료원은 이미 전임 지사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곳인데 내가 다시 가봐야 뭐가 달라지나. 또 왜 도지사가 노조와 대화하나. 노조의 대화상대는 의료원장이다. 나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세금을 바르게 집행하겠다는 것뿐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민노총에서 가장 센 집단인데 국회 환노위원장을 지낸 내가 그걸 모르고 건드렸겠나. 내가 폐업 결정할 때 도 간부들에게 민노총이 다 몰려올 테니 아랫배에 힘을 줘라고 얘기했다. 그래도 힘없는 극빈자들을 위해 세금이 쓰여야지 극소수의 노조원들한테 가는 건 안 된다는 거다.”

 

대권 행보? 그럼 의료원 더 지었겠지

 

- 치매요양원이나 재활병원 등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대안은 모색해보지 않았나.

 

이미 14년 전부터 기능 전환을 모색했지만 노조에서 구조조정이 선행된다며 거부한 내용이다. 이미 진주는 의료과잉 지역이다. 운영이 엉망인 진주의료원은 없애지만 지금 잘하고 있는 마산의료원은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진주의료원을 처분하고 남는 돈은 전부 경남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게 진정한 공공의료 강화다.”

 

- 차기 대권행보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크게 웃으며)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면 의료원을 자꾸 더 지어야지 왜 없애나. 나는 오로지 파탄지경에 이른 경남도의 재정을 살리겠다는 생각 하나뿐이다. 18일자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용감한 준표씨’)이 상황을 정확하게 썼더라.”

 

[중앙일보] 입력 2013.06.20 03:00 / 김정하·권호 기자

 

[송호근 칼럼] 용감한 준표씨

 

홍반장이 드디어 일을 냈다. 실세의 부상에 떼밀려 퇴진해야 했던 새누리당 전 대표, 거침없는 화술로 공적을 양산했던 겁 없는 정치인 홍준표가 격투기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회 이름은 경남 공공의료 타이틀 방어전’, 그가 지명한 챔피언은 격투기 고수 민노총이 코치를 맡은 전국보건의료노조다. 도전자 홍반장은 나 홀로 선수다. 잡음을 싫어하는 청와대는 관전 중이고, 복지부 장관은 불똥이 튈까 두려워 내려오라고 다그치고 있다. 거기에 보건의료노조와 진보단체가 응원군을 한가득 태운 생명버스를 파견할 예정이라니, 간 큰 홍반장, 난처하게 됐다.

 

용감한 준표씨, 뭐든 조심조심 짚고 가는 현 정권에서 일단 싸움을 걸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물론 닥치고 공격!’이 능사는 아닐 테지만 일단 싸워야 뭐가 문젠지, 누가 진짜 선수인지를 가려낼 수 있지 않은가. 누적적자 279억원, 지난해 한 해만 69억원 적자를 낸 진주의료원, 그냥 뒀다가 떠나면 그만인 것을 까탈스러운 홍반장이 참을 리 없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전국 34개 지방의료원들도 5년간 1조원에 가까운 혈세로 버티고 있는 판에 유독 홍반장만은 폐쇄라는 강공을 선택했던 것이다.

 

무상의료에 목숨을 걸었던 민주당은 놓칠세라 국정조사권을 발동했다. ‘공공의료 사수라는 명분에 딴죽을 걸었다간 유권자들에게 찍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슬며시 동조하는 분위기고, 민노총은 오랜만의 출전 준비에 들떠 있다. 도백(道伯)의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국정조사 출석 요청을 거부한 홍반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불쌍한 홍반장, 그러나 이참에 공공의료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유를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주기를 희망한다. 실패하더라도 그게 정치의 정도이고, 정치인의 도리다.

 

정의감이 충만한 공공의료 사수!’는 듣기에 향기롭다. 사수파가 원하는 모델은 병원 90%가 공공기관이자 의사와 직원 모두 공무원 신분인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HS). 2000년 의료파업 당시 사수파는 모든 의료기관의 국유화의료인력의 공무원화를 주창했다. 지금 민주당의 무상의료 이론가인 김용익 의원이 선두에 나섰고 의료산업 진보단체의 열렬한 엄호를 받았다. 그런데 사수파 논리에 하나가 빠졌다. 건강보험료 인상! 영국은 공공의료의 증진을 위해 국민들 스스로 소득의 13%에 달하는 거액의 보험료를 지불한다. 한국은 5.89%.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없으면 공공의료는 천상의 소리다.

 

한국의 병원 중 지방의료원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은 6%에 불과한데, 막대한 혈세 지원이 없으면 유지 존속이 불가능한 지경에 놓여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가장 결정적 요인은 민간 병원과의 무한경쟁. KTX가 개통된 이후 서울의 대형 병원들이 전국의 환자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지방 중대형 병원들이 속속 도산했던 것이 지난 10년간 일어난 소리 없는 학살사였다. 이런 와중에 시설이 열악한 지방의료원은 어떻게 버텼을까. 더욱이 진주는 병원 과잉 지역이라서 진주의료원의 선호도는 급락했다. 직원 240명에 하루 환자 200명이 내원했다. 너무 한가하고 너무 조용한 병원이었던 것이다.

 

적자 재정을 떠안은 도정의 경영 개선 명령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한적한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직원의 봉급은 민간 병원 수준이었다. 병원장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도 없었고 적자를 메워주는 마당에 무리수를 둘 필요도 없었다. 진료비가 민간 병원에 비해 83%, 돈 되는 비급여시술을 하려면 고가 장비를 들여와야 하는 터에 노조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으랴만, 노조 보호막만은 단단하게 쳤다. 직원 및 가족진료비 감면 조항을 과감하게 늘렸다. 빚잔치와 다를 바 없는 혜택 향연은 적자 지방의료원의 공통 사항이지만, 정년퇴직자 가족 우선 채용은 진주의료원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협약 사항이다. 물론 김천·군산의료원처럼 경영진과 노조가 발 벗고 회생에 나선 모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반장이 노조 해방구라 했던 그 원색적 표현은 공공의료의 상처를 건드린 아픈 개념인 것은 틀림없다. 홍반장은 적자 충당금을 아예 빈곤층 무상의료에 쓰겠다고 선언했다. 차제에 34개 지방의료원을 저소득층 전문병원으로 바꿀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인데, 평등의식으로 무장한 공공의료 사수파의 거센 저항을 불러온 것이다.

 

돈 내기는 싫고 공공성 열망은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홍반장이 선택한 이 극약처방을 공공의료 말살로 비난할 수 있을까? 생명버스가 부려놓을 거칠고 화려한 구호들과 대면할 용감한 준표씨는 우군 없는 외로운 투쟁에 나설 것이다. , 불쌍한 홍반장!

 

[중앙일보] 입력 2013.06.18 00:31 /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