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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1000명 연이틀 집단지각한 사연은

풍월 사선암 2013. 6. 18. 10:02

세종청사 1000명 연이틀 집단지각한 사연은

 

부처이전 6개월비효율 현장 가보니

11, 12일 고속도 막혀 직원 15% 발묶여정책지연-예산낭비 결국 국민 피해로

 

611일과 12일에는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000여 명이 한꺼번에 지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이틀 연속 교통사고가 나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7개 부처의 공무원 6400여 명 가운데 15%집단 지각을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이틀 연속으로 벌어진 것.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는 월요일 아침마다 장관 주재로 열던 간부회의를 301시간씩 늦췄다. 간부회의가 늦춰지면서 실국별 일정도 차례대로 연기돼 이날 세종청사에 공무원들을 만나러 온 민원인들의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 공기업 경영 평가 때문에 기재부를 찾았던 한 공기업 임원은 오전에 업무를 보고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회의 중이라고 해서 계속 기다리다가 오후 2시가 지나서야 겨우 만났다면서 일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니 퇴근 무렵이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1219일 기재부 장차관실이 세종청사로 이주하면서 정부세종청사 1단계 이전이 마무리된 지 6개월이 지났다. 행정비용이 급증하고, 정부의 정책 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등 행정비효율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개선할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정비효율에 따른 피해는 결국 행정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행정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행정효율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거액을 투자한 영상회의 운영실태를 보면 정부가 비효율을 개선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세종청사에는 55억 원의 예산을 들인 최첨단 영상회의장이 설치돼 있지만 영상국무회의는 6개월간 단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서울 오가느라 엔저대응 타이밍 놓치기도

 

출장비 4개월 만에 40억 원 육박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A 씨는 최근 한 기업에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조사 대상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미리 알고 철저히 대비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A 씨는 대부분의 기업은 시간을 끌면서 조사를 지연시키기 마련인데 너무 적극 협조해 오히려 수상했다면서 세종시로 오면서 동선이 길어지다 보니 조사정보를 업체에서 미리 알아챈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위 일부 부서에서는 현장 조사 방식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수도권 기업에 조사를 나갈 경우 조사관들을 하루 전 서울로 보내 하룻밤을 자게 한 뒤 조사당일 아침에 조사관들에게 대상 기업을 알려준다. 직원들이 세종청사에 있다가 조사를 가면 이동 시간만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조사 나간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국장은 출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하루 먼저 올려 보내는데 그런 움직임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세종청사의 7개 부처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출장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 이미 4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124800만 원)와 국토교통부(12733만 원)는 이미 10억 원을 돌파했다. 올 한 해 7개 부처의 국내출장비만 1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근버스(80여 대) 임차료로 책정된 예산 745300만 원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안전행정부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해 추산한 결과, 세종청사 이전에 따른 비효율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47000억 원에 이르렀다.

 

눈에 안 보이는 비효율도 고스란히 국민 피해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던 3월경 금융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재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엔화 약세 충격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기재부 환율 라인(당시 신제윤 1차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 은성수 국제금융정책국장, 유광열 국제금융심의관)’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 4명 중 2, 3명은 서울에 있거나 출장 중이어서 2월 중순부터 한 달 정도 세종시에서 다 같이 모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율 관련 간부들이 늘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면서 신속성이 가장 중요한 환율 문제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의 피해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 부처에 민원을 내려는 수도권 사람들은 하루를 꼬박 허비해야 한다. 정부 산하 공기업의 한 직원은 세종시로 이주한 뒤 민간비효율 역시 행정비효율 못지않게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들은 대부분의 일정을 서울에서 소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효율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현장 실무진이 맡는 정책의 질은 이미 나빠지고 있다이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근본대책 내놓아야

 

정부가 이 같은 행정비효율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세종시에서 국무회의가 한 번 열린 것 외에는 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가 모두 서울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행정비효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윤원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자주 가는 국회, 서울역, 강남 같은 곳에 영상회의 시설을 마련해 언제든지 회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광화문이나 강남에 통합사무소를 만들어 모든 부처가 자유롭게 이용토록 하는 등의 보완책만 내놓아도 비효율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3-06-17 세종=유성열·황진영 기자>

 

세종청사 경제장관들은 출타중

 

5명 공개일정 3분의 2는 서울서 소화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경제 부처의 장관들이 공개된 일정의 86%를 서울 등 세종시 이외의 지역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각 부처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등 세종청사로 옮긴 경제부처 장관 5명이 취임 후 수행한 공개 일정은 164건이었다. 이 중 23(14%)만 세종시에서 이뤄졌고, 나머지 141(86%)은 세종시 이외 지역에서 진행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10건으로 6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세종청사로 이전한 뒤에도 경제부처 장관들은 일정 3건 중 2건을 서울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간 단위로 보면 평일 닷새 중 나흘은 매주 서울에서 장관들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다. 화요일 국무회의, 수요일 경제장관회의, 목요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금요일 국가정책조정회의도 대부분 서울에서 열린다. 4·1 부동산 정상화 대책,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굵직굵직한 경제정책도 서울에서 발표됐다.

 

현 부총리가 취임 이후 50일 동안 공개된 일정 48건 가운데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것은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 1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일정 가운데 42(88%)은 서울에서 수행했다.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 역시 10건 중 6건 정도는 서울에서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화상 국무회의를 비롯해 장관 취임식이나 부처 현판식, 출입기자 간담회 등을 빼면 부처별 간부회의 정도가 세종청사에서 이뤄지는 장관 일정의 전부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와 청와대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제부처만 세종시로 내려오다 보니 장관들이 서울에 머물면서 일정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