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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10人 릴레이 탐구 ④ 정홍원

풍월 사선암 2013. 6. 17. 07:25

국무회의 長官 불참땐 '왜 안왔나' 추궁"책임총리엔 미흡"

 

['파워 10' 릴레이 탐구]정홍원

 

부처간 갈등조정엔 큰 힘 실려 '반구대' 등 현장 찾아 조정

"나라 지켜달라"기도 하루 시작'원만히'같은 官街용어 싫어해

 

대통령과 현안 전화로 상의늦게배운 기타, 공관서도 연주

일부선 "역대 의전총리처럼 존재감 별로 없는 것 같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부채를 든 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요즘 읽는 책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이다.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제도라는 점을 강조한 책이다.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책임총리냐 의전총리냐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 책임총리제를 공약했다.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국무위원(장관) 후보자를 3배수로 제청토록 하고, 총리의 정책·갈등 조정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현 정부의 첫 장관 임명에서 정 총리는 제청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17명 중 3분의 1 정도는 정 총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거의 모든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인사들이었고, 정 총리는 후보자 임명 발표 직전 박 대통령과 상의를 한 정도"라고 했다. 정 총리는 주변에서 "어떤 장관을 추천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인사는 내가 말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무조정실 간부들은 "정책이나 갈등 조정에서는 과거보다 총리에게 힘이 많이 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정 총리는 매주 금요일 각 부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다. 지난달엔 서울시 등 지자체의 양육수당 예산 고갈 문제가 의제로 올라왔는데, 추가 국고 지원은 불가하다는 기재부와 "추가 지원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복지부가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정 총리는 '중앙정부는 이미 국고 지원을 했다. 지자체가 약속한 예산을 배정하도록 설득을 해라'며 이 문제를 정리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보존 방안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다. 이후 문화부 장관과 문화재청장, 울산시장에게 수시로 연락하며 중재를 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조만간 조정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다른 갈등 현장도 총리가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진주의료원과 밀양송전탑 갈등 등에서 정 총리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역대 '의전총리'들처럼 존재감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정 총리는 주변에 "내 색깔보다는 조용히 성과를 내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대통령에게 주례 보고하는 것 이외에 가끔 전화로도 상의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알맹이만 보고하라"

 

정 총리는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총리 공관으로 배달된 신문들을 훑어본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를 보면 국무조정실 담당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한다. 그는 '차질 없이' '원만히' 같은 관용어를 싫어한다. 국무조정실 한 간부는 "보고서에 실효성 제고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는데 정 총리는 이를 지적하며 '어떻게 실효성을 높일지 그 알맹이를 보고하세요. 립서비스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더라"고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부처 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차관을 국무회의 등에 대신 참석시키면 정 총리는 장관이 왜 오지 않았는지 꼬치꼬치 묻는다"고 했다.

 

정 총리가 최근 국무조정실 간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일자리 이거 어떡하나"라고 한다. 그는 서울과 세종시를 오갈 때 KTX 안에서 기업인을 만나면 제일 먼저 "요즘 사람 쓰기가 좀 어떻습니까"라고 묻는다. 공식 행사가 없으면 점심은 도시락이나 햄버거로 10~20분 만에 해결한다.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는 8000원짜리 강된장 쌈밥 도시락이다. 그는 집무실을 나설 땐 기립하고 있는 비서실 직원들에게 "오늘도 신세 지고 갑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주말엔 2~3시간씩 등산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한다. 검사 생활 30년간 이어져 온 습관이다. 서울에서는 북악산 말바위에 자주 간다. 걸음이 빨라 뒤따르는 경호원들이 힘들어하면 농담조로 "체력은 아직 40"라고 말한다.

 

정 총리는 통기타, 클래식 기타 등 4개의 기타를 갖고 있다. 2008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기타를 배워 하루 5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총리공관에서 기타를 친다. 자주 연주하는 곡은 앤디 윌리엄스의 '문리버'.

 

조백건 기자 / 입력 : 2013.06.1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