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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타락 한국 사회 뿌리를 흔들다

풍월 사선암 2013. 5. 28. 11:55

부자들의 타락 한국 사회 뿌리를 흔들다

 

입학부정, 원정출산, 병역면제, 역외탈세

 

일부 특권층의 타락이 한국 사회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사회 자본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 사회 자본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정부와 교육기관에 대한 신뢰에 있다.

 

특권층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부자들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여러가지 사회감시망이 작동하고 있어 스스로 몸조심을 하고있지만 일부 부자들은 사회적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탐욕의 질주를 벌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드러난 국제중학교와 외국인학교 입학 관련 범죄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것은 늘 보아온 권력층·기업인의 부패·비리와는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정치인의 부패는 국가청렴도가 높은 선진 일류국가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정과 부패가 끼어들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교육 분야다. 교육의 생명은 공정한 기회의 보장에 있다. 국제중학교와 외국인학교 입학부정은 일부 특권층의 타락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520일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학교와 대원국제중학교의 2013년 입시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학교는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특정학생들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여론은 폭발하고 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로 국제중학교의 입학비리를 다뤘다.

 

아이에게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그렇게 살아온 지난날이 허무하다. (영훈)국제중도 열심히 하고 간절히 원하면 될 거라고 가르쳤는데 이제 접어야 할지 고민된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우리 애는 당연히 붙어야 할 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떨어져서 이상했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국제중 입시비리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법보다 돈이 우선이고, 재력이나 권력이 있으면 불법·탈법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감사 결과가 나온 후 특목중·특목고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의 일부이다.

 

불법·탈법의 온상이된 영훈국제중학교가 주목을받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영훈초등학교를 졸업했다.사회적 배려대상자에는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소년소녀가장이 포함된다. 일반인이갖는 상식적인 의문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어떻게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포함될수 있느냐는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한부모 가정, 비경제적 배려대상에 해당돼 입학전형을 통과했다.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 일반전형 모집경쟁률은 128명 모집에 1193명이 지원해 9.3 1이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모집경쟁률은 32명 모집에 155명이 지원해 4.8 1이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서류심사만으로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학교장 추천만으로 지원이 가능해 편법 입학의 문제가 생기자 2011년 곽노현 당시 교육감은 누구나 국제중에 입학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경제적 배려대상과 비경제적 배려대상 조항을 넣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서 경제적 배려대상과 비경제적 배려대상으로 배당된 입학정원은 각각 16.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부모는경제적 배려대상자에 들어가고, 한부모가정등은 비경제적 배려대상에 포함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9년 부인 임세령씨와 이혼한후 혼자 살고있으니 한부모 가정에 해당한다.

 

영훈국제중이 16명을 뽑는 비경제적 배려대상자전형을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가관이다. 영훈국제중은 주관적 영역점수를 조작해 특정학생에게 유리하도록 했다. A 학생에게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줬는데도 A 학생이 합격권에 들어가지 못하자 다른 학생들의 주관적 영역점수를 최하점으로 깎아 A 학생을 합격시켰다. 영훈국제중은 입학전형 평가 전에 불합격 학생 그룹을 미리 정해두고 성적을 임의로 조작해 떨어뜨렸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떨어진 123명이 합격자 32명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을지는 불문가지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을 둘러싼 행태는 한술 더 떠 목불인견이다. 인천지검이 지난해 11월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을 수사해 학부모 1명을 구속하고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419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 박상아씨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KBS 아나운서에서 현대가 며느리가 된 노현정씨는 검찰의 수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하다 추가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두 사람이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학교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D 외국인학교.

 

외국인학교 입학은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학부모가 외국에 3년 이상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에 한해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알려진 대로 박상아씨는 TV 연기자 출신으로 2003년에 전재용씨와 결혼했다. 박상아씨는 초혼, 전재용씨는 세 번째 결혼이었다. 박씨는 지난해 미국 국적의 외국인학교 입학처장 K씨와 짜고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1~2개월 다니게 한 뒤 영어유치원이 외국인학교인 것처럼 기재된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아 K씨가 근무하는 외국인학교에 부정 전학시켰다. 인천지검은 박씨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뒤 1개월 만에 자퇴시킨 데다 금품거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원정출산에 이어 부정입학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정대선·노현정 부부

 

노현정씨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자녀 두 명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를 받아왔다. 노현정씨는 검찰의 소환통보에 외국 체류 중을 이유로 들어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인천지검은 노씨가 귀국하는 대로 소환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노현정씨는 검찰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자녀들을 자퇴시켰다.

 

노현정씨는 KBS ‘상상플러스를 진행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아나운서. 노씨는 현대 가문 3세 정대선씨와 결혼했다. 정대선씨의 아버지는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 노씨는 스스로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공인의 삶을 선택했다.

 

노현정씨는 이미 전력(前歷)이 있다. 2009년 원정출산으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은 2009121일자 칼럼 어느 재벌가의 원정출산에서 노씨의 원정출산을 준엄하게 비판했다. 양상훈 논설위원은 이 공인들이 미국 가서 아이 낳으려고 계산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역겹기에 앞서 어떻게 이토록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지가 더 놀랍다면서 공적인 의무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책임감 따위는 느껴 본 적도 없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정대선·노현정씨 부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후 정대선·노현정씨는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노현정씨가 2012년 또다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에 이름을 올려 현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인천지검이 박상아씨와 함께 부정입학 혐의로 기소한 다른 학부모의 면면을 보자.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 이정갑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며느리,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며느리,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딸 등이 재판을 받고 있다. 안국약품과 초당약품 가족도 있고, 강남성형외과 원장 부인도 있다.

 

이들이 벌인 부정입학 행태는 이들의 정신상태를 의심케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식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위조 여권을 구입하는 국적 갈아타기형, 둘째는 외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인 남편과 고의로 이혼하고 외국인과 결혼한 위장결혼형, 셋째는 현지를 방문해 실제 여권을 받아오는 현지 방문형이다.

 

이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국적 갈아타기 사례를 보자. 이들은 2009년부터 부정입학 알선브로커들에게 5000~15000만원을 주고 중남미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도미니카 등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위조여권을 받았다. 이들은 왜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이런 국가들의 국적을 필요로 했을까. 이유는 이들 국가가 실제 국적 취득 여부 확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청 지역 중견기업 오너의 며느리는 브로커에게 1억원을 주고 3개국 여권을 넘겨받아 딸을 서울의 외국인학교 2곳에 부정 편입학시켰다가 이번에 구속됐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만든 여권 사본을 제출해 자녀 53명을 부정입학시켰다.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나자 외국인학교 측은 이들의 자녀 53명을 퇴학시켰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슈를 선점했던 경제민주화를 촉발시킨 것은 재벌 3세들의 끝모를 탐욕 퍼레이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나라 특권층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는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이다. 재벌가의 병역면제율은 일반인 6.5%의 다섯 배인 33%.

 

지난 522일 독립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카리브해 섬나라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명단 245명을 발표했다. 이수영 OCI 회장(전 경총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 등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페이퍼컴퍼니가 역외탈세의 도구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쓰나미처럼 한국을 덮칠 것이다.

 

일부 특권층의 타락이 입학부정, 원정출산, 병역면제, 그리고 역외탈세로까지 확대된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될까. 오윤환 뉴데일리 논설위원은 그의 글에서 가진자들이 배를 쓰다듬으며 거드름피우고 천민자본주의를 만끽하는 뒤편에 악의 씨앗이 뿌려지는법이라면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깔아뭉개는 세력들이 우연히 나온게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들 특권층의 타락이 자생적 종북세력에 자양분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2009121일자 양상훈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울림이 있다. “이들 탐욕스러운 일부 상류층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최대의 적()이다.”

 

<자료 :  2013.05.27 주간조선(조성관/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