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다

풍월 사선암 2013. 5. 18. 08:22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다

 

마음의 스승이 되는 스님이 몇 분 계신다.

그 중 한 분 얘기다.

 

내가 아직 이십대였던 어느 해,

산사에 찾아가 머물 때였는데

어디선가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스님이 말씀하셨다.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다.”

 

포장 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나는 짜증이 났다.

가위로 자르면 편할 걸

별것 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거렸지만,

나는 끙끙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다.

 

다 풀고 나자 스님 말씀,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 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겠지?”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덧붙이셨다.

잘라내기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인연처럼..”

 

- 김선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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