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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서울 불바다’가 어려운 까닭

풍월 사선암 2013. 3. 19. 17:36

[세상 읽기] ‘서울 불바다가 어려운 까닭

 

북한의 도발 위협보다 대형마트 휴무가 더 불편한 일이라고 말하는 서울의 중년들에게 북한은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북한이 말로 뱉어낸 위협대로라면 서울은 벌써 수십번은 불바다가 되고도 남았을 일이지만 이제 그런 한반도 묵시록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 서울을 핵무기나 장사정포로 타격하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이미 수도권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모두 1409577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781616(55.4%)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베트남 162254(11.5%), 미국 68648(4.9%), 남아시아 62862(4.5%), 필리핀 59735(4.2%) 순이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 ‘핵바다로 만들기 위해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댄다면 그들의 동맹국인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 외국인이 몰려와 있다. 경기 안산시(6583), 서울 영등포구(57180), 구로구(43239), 경기 수원시(4537)로 모두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70) 안이다. 북한은 세계와 전쟁을 해야 한다.

 

둘째, 전쟁 때 이 외국인들은 탈출하기 어렵다. 특히 영미계의 외국인이 전쟁 때 본국으로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각국 대사관이 마련한 비상계획대로 성남 서울공항에 집결해야 한다. 여기서 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하여 사실상 유사시 서울공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다음 집결지는 오산 미 공군기지인데, 우리 군은 교통을 전면 통제하게 되면 걸어서라도 가야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결국 퇴로가 차단된 외국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서울 불바다의 인질이 되는데, 이것이 김정은을 난처하게 한다.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

 

셋째, 서울이라는 이상한 도시는 북이 쏠 테면 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 현재 수도권에 화생방에 대비한 1등급 대피시설은 23(6000)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핵전쟁에서 전체 거주자의 0.08%밖에 수용할 수 없다. 방사성 진료기관 역시 1차 진료기관이 12, 2차 진료기관이 14곳밖에 없기 때문에 유사시 사상자 처리 대책이 거의 없다.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에는 총 26000여곳의 대피시설에서 견딘다고 하지만 에너지·식수·통신 공급이 전면 차단되기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시민을 피난시키는 정부 계획을 세우기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무방비로 목숨을 내놓겠다는데 이것은 김정은을 더욱더 난처하게 한다.

 

역사상 적의 대포가 불과 40밖에서 위협하는 전쟁터에 1500만명이 거주하는 경우는 없었다. 비좁은 전쟁터에 이렇게 높은 인구밀도는 역사상 어떤 전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의 도시가 아니라 전세계가 공유하는 도시다. 전쟁 위협 앞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서울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억지와 방어라는 안보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이상한 도시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직관적으로는 전쟁은 없다는 사실을 서울시민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그걸 아는 북한은 자신의 불바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크게 허탈해할 일이다.

 

한겨레신문 / 등록 : 2013.03.14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화보] 주력 대응 화력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구룡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 증강 배치한 130mm 다연장로켓인 구룡’()K-9 자주포

 

, 대응화력 강해지자 타격수법 바꿔

 

백령도 겨냥 사거리 65km 장사정포 이동 배치

 

북한이 백령도 맞은편인 황해남도 내륙 지역에 장사정포를 배치한 것은 더 먼 거리에서 긴 펀치로 서북도서를 타격해 한국군의 대응 계획에 차질을 초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국군은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 K-9 자주포와 130mm 다연장로켓인 구룡을 증강 배치했다. 당시 북한군이 일제타격(TOT)’ 방식으로 포탄 170여 발을 연평도와 인근 해상에 쏟아 부은 데 반해 적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격파할 수 있는 대응 전력이 부족해 아군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북한이 서북도서 인근에 집중 배치한 포병 전력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고려한 조치였다.

 

K-9 자주포와 구룡은 정확도와 파괴력 측면에서 북한이 서해 최전방 지역 섬과 해안지역에 배치한 122mm 방사포나 76mm 해안포보다 월등하다. 실제 서북도서에 K-9 자주포와 구룡이 보강되면서 대북전력과 화력 면에서 연평도 도발 이전보다 4, 5배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또다시 서북도서에 포격 도발을 감행할 경우 증강된 포병 전력으로 도발원점을 강력 응징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북한은 한국군의 이런 경고가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 연평도 도발과 같은 수법으로 백령도를 건드릴 경우 한국군 해병부대에 치명타를 입히기는커녕 호되게 당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특히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학과를 다녔고, 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백령도를 겨냥해 한층 강력하고 기발한 도발 수법을 예하부대에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일환으로 장사정포를 백령도와 마주 보고 있는 서해 내륙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연장로켓) 등 북한군 장사정포는 사거리 연장탄(RAP)을 사용할 경우 최대사거리가 5465km에 달한다. 특히 240mm 방사포는 군용트럭에 20여 개의 로켓 발사관을 탑재한 다연장포로 한 차례 발사로 축구장 4, 5배 면적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무차별 포격을 가할 수 있다. 강력한 기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김정은이 백령도와 가까운 월내도 방어대에 이어 서해 내륙의 백령도 타격부대641장사정포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170mm 자주포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은 백령도에서 50km 이상 떨어진 황해남도 내륙기지에서 장사정포로 기습포격을 감행해 2의 연평도 도발을 획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런 도발을 일으킬 경우 군 당국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아닌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전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서게 된다. 공군 전투기를 이용한 정밀폭격이나 육상에 배치된 사거리 60km 이상의 육군 다연장로켓포(MLRS)와 사거리 160km급의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테킴스) 등으로 도발원점과 지원, 지휘세력에 대한 보복 타격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 공군 전투기가 정밀타격을 하려면 북한 서해지역의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해야 한다. SA-10, KN-06 등 북한이 서해 지역에 배치한 지대공미사일은 최대사거리가 100km에 달한다. 이만큼 먼 거리에서 적진을 공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는 공대지미사일(SLAM-ER) 정도인데 최근 성능에 일부 문제가 생긴 데다 수량도 40여 발에 불과하다.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의 서해 내륙기지의 갱도 속 해안포를 정밀 타격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해온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도 기술적 문제로 서북도서의 실전 배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대사거리가 100km 이상으로 산 뒤편에 숨은 북한 장사정포를 잡을 수 있는 한국형중거리정밀유도폭탄(KGGB)도 지난해 말부터 일부 전투기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해 아직 수량이 충분치 않다.

 

북한이 황해남도 서해안을 따라 배치한 함대함·지대함 미사일도 우리 군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최대사거리 80km인 스틱스 함대함미사일은 북한 해군 함정에서 발사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서북도서에 접근하는 아군 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20026월 제2차 연평해전 당시 한국 해군 초계함이 북한 경비정을 쫓다가 서해기지에 정박한 북 경비정의 스틱스 미사일 발사 신호를 포착하자 결국 채프(적의 레이더 신호를 교란하는 물질)를 뿌리면서 추격을 포기해야 했다. 최대사거리가 80km인 실크웜 지대함미사일은 한 발로 구축함을 격침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다.

 

합참의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서해지역의 각종 미사일로 아군 해·공군 전력의 손발을 묶는 동시에 장사정포로 서북도서를 타격할 경우 충분한 보복 응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3-03-15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