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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빵 名家'를 성지순례 하듯 빵지순례] (상) 전라도·강원도

풍월 사선암 2013. 2. 21. 19:17

[전국의 '名家'를 성지순례 하듯 빵지순례] () 전라도·강원도

 

지금 이 빵을 안 사면 안 된다는 최면에 빠진 듯단팥빵 하루에 1만개 넘게 팔려

68세 단팥빵·40세 야채빵맛도 전통도 '빵빵'

 

애정을 넘어 집착을 갖게 되는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게 빵이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빵은 밀가루가 원조 물자로 공급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해 이제는 쌀밥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루라도 빵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빵순이’ ‘빵돌이들에겐 빵은 집착을 넘어 열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빵 마니아들이 꼭 가서 맛봐야 하는 빵집들이 있다.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쌀단팥빵을 맹렬하게 집어담고 있다. 군산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성당에서 쌀단팥빵이 나올 때 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빵은 만두피처럼 얇고 팥소는 터질 듯 가득하다.

 

오랜 역사와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전국의 유서 깊은 빵집들이다. 빵 마니아들을 대신해 전국의 빵 명가(名家)’를 성지순례 하듯 다녀왔다.

 

그리고 이 여행을 빵지순례라고 이름 붙였다. 이번 주는 전라도와 강원도다.

 

경상도와 충청도의 오래된 빵집들은 다음 주 소개할 계획이다.

 

이성당(군산)

 

오전 11, 전북 군산 '이성당'은 빵집답지 않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집게와 사각형 플라스틱 트레이로 '무장'한 손님들이 무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뒤쪽에서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리자, 손님들은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종업원이 밀고 나오는 3단 수레에는 따뜻하고 윤기 반지르르한 단팥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종업원이 단팥빵을 진열대에 내려놓기 무섭게, 손님들이 집어 담기 시작했다. '지금 이 빵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집단최면에라도 빠진 듯 보였다. 30개 넘게 트레이에 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많던 단팥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늘 이러느냐"고 묻자, 수레를 밀고 나온 종업원은 "매일 단팥빵만 1만개 넘게 나간다"면서 "주말에는 손님이 하도 많아 1인당 판매 개수를 10개로 제한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주‘PNB풍년제과를 찾은 날, 대량주문이 들어온 전병을 포장하느라 과자상자가 매장 곳곳에 기둥처럼 쌓여 있었다. 현 사장의 아버지 때부터 80년 동안 변함 없이 지켜온 맛이 이곳 전병 인기의 비결이다.

 

이성당은 현존하는 국내 빵집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올해로 68년째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 '이즈모야'1945년 현 대표의 시아버지와 친인척이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다양한 빵이 있지만 최고 인기는 '쌀단팥빵'(1200)'야채빵'(1400), '블루빵'(700·2500)이다. 쌀단팥빵은 얇은 빵 속에 팥소가 가득 들어 있다. 비싼 팥은 적게 넣는 대부분 빵집 팥빵과 크게 차이 난다. 빵 총무게 130g 중 팥이 무려 90g이나 된다. 더 대단한 건 맛이다. 밀가루가 아닌 100% 쌀가루로 만들면서도 예전의 맛을 지켰다. 너무 달지 않고 구수한 팥소도 훌륭하다. 가늘게 썬 양파, 당근 등 채소를 마요네즈에 버무려 넣은 야채빵은 오븐에 굽는다. 덕분에 대개 튀겨서 만드는 다른 빵집의 야채빵보다 덜 느끼하다. 2006년 개발한 블루빵은 새로운 인기 상품. 버터, 우유, 달걀을 넣지 않고 쌀가루, , 소금, 약간의 설탕만으로 만들어 빵을 잘 먹지 못하는 이들도 속이 편안하다. 전화 주문도 가능하다. 택배로 주문 다음 날 바로 간다.

전북 군산시 중앙로 112-2, (063) 445-2772

 

◀광주를 대표하는 빵집궁전제과진열대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볼 수 없는 빵들이 다양하다.‘ 나비파이도 그 중 하나다. 빵 명가들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제품을 한두 가지씩은 갖고 있다.

 

궁전제과(광주)

 

올해로 개점 40주년을 맞은 궁전제과를 대표하는 빵은 '공룡알빵'(2000)이다. 어른 주먹만 한 동그란 롤빵을 반으로 잘라 바삭한 껍질만 남기고 속을 비워낸 다음 '계란사라다'라고 불리던 달걀샐러드로 가득 채워넣었다. 궁전제과 충장점 공장장 이용기씨는 "1982년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후렌치 샌드위치'라고 이름 붙였는데, 여고생들이 '공룡알처럼 생겼다'면서 공룡알이라고 부르기 시작해 아예 이름을 바꿔버렸다"고 했다. 삶은 달걀·감자·양배추 따위 재료가 아주 실하다. 마요네즈는 이런 재료들을 버무리는 최소한의 접착제 역할만 할 정도로 적게 넣었기 때문인지 별로 느끼하지 않다.

 

이 공장장은 "공룡알빵 하나에 삶은 달걀 2개가 들어간다"고 했다.

 

◀목포코롱방제과의 야채빵.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구워 느끼하지 않다. 속이 실하다.

 

또 다른 대표 메뉴는 '나비파이'(1800)이다. 습자지처럼 얇은 페이스트리 반죽을 수십 수백 번 겹쳐 쌓은 다음 가운데를 눌러 굽는다. 전체적으로 나비 날개처럼 보이는 파이다. '종이파이'(1800)는 일반 페이스트리 파이처럼 네모난 모양이 다를 뿐, 맛은 나비파이와 똑같다. 페이스트리 파이는 전국 어느 빵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은 먹는 방법과 맛이 조금 다르다. 투명한 비닐 포장 겉면에 '전자레인지에서 15~20초 돌려 먹으라'고 적혀 있다. 실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 보았다. 바삭하기만 한 다른 제과점 파이와 달리, 바삭하면서도 촉촉하고 약간 쫄깃한 씹는 맛이 훌륭하다. 이 밖에 빵은 200여 가지, 케이크는 60여 가지가 있다. 2층에 빵을 사 가지고 올라가 먹을 공간이 있다. 전자레인지와 가위, 물은 물론 남은 빵을 싸갈 비닐봉지와 케첩, 핫소스까지 꼼꼼하게 갖춰 놨다.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11-9(본점), (062)222-3477, www.gungjeon.co.kr

 

◀군산이성당진열대에 놓인 빵 나오는 시간 안내판.

 

코롬방제과(목포)

 

1949년 오픈해 올해로 64년을 맞은 목포의 명물이다. 3대 사장을 맡고 있는 이정숙 사장은 "생크림을 국내 최초로 사용한 빵집"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과거 국내에서 케이크 등에 사용하는 크림은 고소하고 진하지만 느끼하기도 한 버터크림을 주로 사용하다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덜 느끼하고 산뜻한 생크림으로 확 바뀌었다. 그 변화를 처음 시도한 빵집이 바로 여기란 소리다. 그래서인지 크림이 들어간 빵과 케이크가 강세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 집의 '생크림빵'(2000)은 속이 터질 듯 가득 들어 있는 크림이 고소하면서도 산뜻하다. 크림치즈를 넣은 '치즈타르트'(6000)'크림치즈바게트'(5000), '요구르트빵'(5000)도 괜찮다.

 

'새우바게트'(4500)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빵이다. 길쭉한 바게트빵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고 새우가루로 만든 소스를 발라 굽는다. 과거 스파게티집에서 흔히 팔던 마늘빵과 비슷한 모양이다. 구수한 새우 맛과 향이 물씬 난다. 새우깡 과자를 빵으로 먹는 기분이랄까. 약간 느끼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단호박을 아끼지 않고 넣은 '단호박브레드'(2500), 옥수수가루로 만든 '옥수수꽈배기'(1200), 40년 동안 만들어온 '야채빵'(2000)도 인기다. 2층에서 커피 외에 모과차·석류차·대추차 등 전통차(3500)를 파는 게 이색적이다.

전남 목포시 무안동, (061)244-0885

 

◀목포 '코롬방제과크림치즈바게트.

 

PNB풍년제과(전주)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황색 과자 상자가 매장 안 여기저기 잔뜩 쌓여 있었다. 강현희 대표는 "한 기업으로부터 센베(전병) 200상자 주문이 들어왔다"고 했다. 풍년제과는 그만큼 전병으로 이름났다. 1951년 가게 문을 열 때부터 62년째, 강 대표의 아버지가 남의 가게에서 전병 기술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헤아리면 80여년 전병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강 대표에게 "잘 만든 맛있는 전병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삭하면서도 딱딱하면 안 됩니다. 이로 깨물어 부러질 때 날카로우면 안 되죠."

 

그의 말을 듣고 전병을 먹어봤다. 바삭하지만 부드럽다. 화투패 2장을 붙인 크기에 기왓장처럼 둥그렇게 휜 모양의 전병은 너무 달지 않고 은근하게 구수하다. 매일 만들어 24시간 안에 모두 판매한다. 땅콩·생강·참깨·4종류가 있다. 모두 1봉지에 7000원씩 받는다.

 

◀광주궁전제과공룡알빵.

 

'초코파이'(1000)도 인기다. 모양은 대기업에서 만드는 같은 이름의 빵과자와 같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브라우니처럼 촉촉하면서 단단한 초콜릿 빵 2장 사이에 크림과 딸기잼을 바르고 겉에는 초콜릿을 입혔다. 군데군데 호두도 씹힌다. 하루 1000~4000개가 팔린다고 한다.

 

초코파이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카스텔라도 훌륭하다. '고방카스테라'(3000)'지푼카스테라'(3000) 두 가지가 있다. 빵집 열 때부터 만들었다는 고방카스테라는 옛날 카스텔라 맛 그대로다. 밀가루 풋내나 베이킹소다의 쓴맛 없이 촉촉하고 달착지근한 향긋함이 추억을 자극한다. 1970년대부터 만들었다는 지푼카스테라는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바닐라 향이 인위적이랄 정도로 강하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40-5(본점), (063)285-6666, www.pnbakery.co.kr

 

◀전주원제과점바나나빵

 

원제과점(전주)

 

액체인 바나나맛 우유를 고체의 빵으로 변형시킨다면 딱 이럴 것 같다. 바나나맛 우유를 씹어 먹는 듯한 맛과 향이다. 빵집 주인은 "바나나빵을 만든 지는 6년쯤 됐는데, 3년 전 한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것 같다"고 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손가락보다 조금 긴 바나나빵 2개를 담아 1800원에 판다. 주인은 "유서 깊은 빵집들과 같이 나갈 만한 규모와 맛이 아니다"며 부끄러워했다. 전주로 여행 갔다가 출출할 때 들러 사먹을 정도의 맛은 충분히 된다. 풍남문 로터리와 연결된 길모퉁이에 있다. 전동성당, 한옥마을 등 전주의 관광 명소에서 멀지 않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1184, (063)288-6820

 

대원당(춘천)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1968년 개업했다. 약사천 복원사업으로 원래 있었던 효자동을 떠나 퇴계동으로 최근 이전했다. ·생과자 400여 가지 중 '찹쌀떡'(1000)이 가장 인기다. ···호두 등 원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고, 그날 만든 빵은 그날 다 팔아 신선함을 유지한다. '헤이즐넛 스폰지케익'(3만원), 밤 모양으로 빚어 밑부분에 참깨를 묻힌 '밤만주'(1200)도 괜찮다. 견과류를 듬뿍 올린 '팥빙수'(5000)도 빵만큼이나 이름났다.

강원도 춘천시 퇴계로 183번지, (033)254-8187

 

◀이성당은 밤이건 낮이건 손님들로 붐빈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201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