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들풀 - 류시화

풍월 사선암 2012. 12. 12. 07:51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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