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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 폐·심장 지배하는 내몸의 컨트롤 타워

풍월 사선암 2012. 10. 24. 20:12

[H story | 자율신경] ·심장 지배하는 내몸의 컨트롤 타워

 

교감·부교감 신경 나뉘어균형추 구실하며 신체 제어

 

맛있는 음식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인다, 무서운 것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성관계를 할 때 오르가즘을 느낀다, 긴장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이 모든 게 우리 몸의 자율신경(自律神經) 작용이다. 숨을 쉬는 것도, 심장이 뛰는 것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지지만, 그 컨트롤 타워가 우리 몸에 존재한다. 그게 바로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폐, 심장, 동공, 땀샘, 침샘, 호르몬 분비샘 등 스스로 활동하는 기관을 지배하는 신경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는 "자율신경이 단 1분이라도 작동을 안 하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 전반에 분포돼 있는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시소처럼 한쪽이 활성화하면 한쪽이 위축되는 '길항(拮抗) 작용'을 한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활성화하면 자율신경은 반대 쪽이 활성화되도록 균형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신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서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쓰러지고,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혈압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낮아져서 기립성 저혈압으로 실신할 수 있다. 허성혁 교수는 "쓰러져서 병원에 오는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자율신경 기능 저하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율신경 기능은 젊은층에서는 여성이, ·장년층에서는 남성이 주로 떨어진다. 젊은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왕성하거나 생리를 할 때 혈액량이 줄고, ·장년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이나 고혈압 때문에 먹는 약(알파차단제 성분)이 자율신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한다.하지만 무너진 자율신경을 회복시키는데 직접 작용하는 약은 없다. 생활습관 개선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허 교수는 "식습관 개선, 운동, 숙면을 하면 자율신경 기능이 개선돼 신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감신경 지나치면 소변·성관계에 문제부교감 과하면 어두운 곳 사물 못 봐

 

 

자율신경은 온몸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우리 몸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감정과 자율신경은 서로 영향줘

 

자율신경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여행 가서 잠자리가 바뀌면 교감신경이 활성화한다. 반대로 추운 날씨에 따뜻한 실내에 들어가거나, 한적한 숲길을 걸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경의 반응은 곧 사라진다. 이는 감정중추인 뇌의 '변연계'와 신경중추인 뇌의 '연수'가 서로 영향을 끼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에 대한 부정적·긍정적 감정이 신경에 영향을 끼치고, 신경에 생긴 변화는 다시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교감신경이 활성화해서 두근거리거나 얼굴이 빨개지거나 땀이 나는 등의 신체 변화가 지속되면, 뇌는 스스로 "이제 안정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반대로,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서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있다가 뇌가 스스로 "극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는다.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 활성화

 

교감신경이 활성화해야 할 때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해야 할 때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고 한 쪽이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오히려 그 부위의 기능이 망가진다. 하지만, 이상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자율신경 균형을 탓하면 안 된다. 을지병원 신경과 권오현 교수는 "나타난 증상과 관련이 있는 진료과를 먼저 찾아야 한다""그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이 없을 때 자율신경의 문제로 보고 균형을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교감신경 항진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불안감이나 초조함뿐 아니라 신체 증상도 유발한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곳은 눈·순환기·기관지·소화기·방광·생식기다. 눈에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동공 크기가 줄지 않는다. 교감신경은 원래 어두운 곳에서 동공을 크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밝은 곳에서도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눈부심 증상을 겪는다. 이 때문에 습관적으로 실눈을 뜨거나 눈을 찡그린 채로 사물을 보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순환기의 교감신경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권오현 교수는 "순환기에 있는 교감신경이 계속 활성화해 있으면 평소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긴다""심한 경우 급사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기관지의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점막을 촉촉하게 하는 점액 분비가 잘 안 된다. 이는 기침이나 가래를 유발한다. 소화기에서도 위액과 침 분비를 억제하고, 장운동을 못 하게 막는다. 이 때문에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하는 것도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기 때문이다. '면역혁명'이라는 책을 쓴 일본 의학자 아보 도오루는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백혈구 속의 과립구가 지나치게 많아져 활성산소를 방출하고, 이로 인해 세포조직이 파괴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교감신경은 배변을 어렵게 하는 것처럼 배뇨도 억제하는데, 차움 안티에이징센터 박병준 교수는 "교감신경이 과하게 깨어 있으면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찰 때까지 소변을 못 보다가 나중에는 결국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할 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남성은 발기가 잘 안되고, 여성은 질 분비액이 잘 안 나와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교감신경 항진

부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도 무기력함이나 우울감뿐 아니라 신체 여러 곳에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순환기·소화기·방광·생식기가 대표적이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있으면 어두운 곳에서도 동공이 안 커져서 사물을 구별하기 어렵다. 부교감신경은 땀을 흘리는 것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서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체온 조절이 잘 안된다.

 

순환기에 있는 부교감신경은 기립성 저혈압과 관련이 있다. 박병준 교수는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야 뇌까지 피가 제대로 공급돼서 어지럼증이 안 생긴다만약 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실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교감신경은 장운동을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이 활동이 과도하면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이 생긴다. 방광을 수축시켜 소변이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것도 부교감신경이다. 이 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돼 있으면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차지 않아도 소변을 보는 과민성방광을 겪을 수 있다. 남성이 사정을 할 때도 문제가 된다. 부교감신경이 활동하면 방광 근육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는다. 이는 정액이 방광으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을 유발한다.

 

아보 도오루는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몸이 외부 침입자에 과민하게 반응해서 알레르기성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교감신경이 문제면 짜게 먹어야 할 수도

 

자율신경 균형 찾기

교감신경 낮추려면 반신욕하고 따뜻한 물 한잔, 비타민B 풍부한 음식 섭취

부교감신경 낮추려면 커피·홍차·찬물 마시고 빠른 운동으로 신경 활성화

 

자율신경은 교감신경이나 부교감신경 중 한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이상이 생긴다. 그 경우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을 누그러뜨리면 다른 쪽이 반대로 활성화되면서 균형이 잡힌다. 평소 생활 속에서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인체의 자율신경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려면 반신욕이나 요가를 하고, 부교감신경을 낮추려면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생활습관 교정하면 대부분 호전"

 

특별한 질환이 없으면서 자율신경 이상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누웠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심장 박동수와 혈압 변화를 측정하는 자율신경 균형 검사와, 땀과 눈물 양을 알아보는 분비액 검사 등이 있다. 자율신경 균형이 깨졌으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교수는 "자율신경 기능을 직접 개선하는 약은 없다""생활습관을 고치고 한달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당뇨병이나 파킨슨 증후군도 자율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이 질병에 대한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 신경병증으로 인해 신경 자체가 손상됐을 수 있고, 파킨슨 증후군은 자율신경을 지배하는 뇌하수체가 망가졌을 수 있다.

 

만약 자율신경 기능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거나,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가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한 증세를 유발한다.

 

자율신경 균형 맞추는 생활습관

 

교감신경 안정시키려면

몸을 따뜻하게 하면 교감신경이 안정된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현숙 교수는 "조울증 환자는 추운 겨울에 조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감신경이 차가운 것에 잘 반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차분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면 차가운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온이 낮은 아침·저녁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거나, 10분 정도 반신욕을 하면 좋다.

 

마그네슘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브로콜리, 시금치 등)나 비타민B가 많이 든 간·생선·닭고기를 먹는 것도 교감신경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김현숙 교수는 "하루에 한 번은 이 식품으로 만든 반찬이나 샐러드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이 많이 든 통조림 식품이나 견과류는 좋지 않다. 인에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카페인이 들어있거나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도 피해야 한다. 격한 운동을 피하고, 요가나 태극권과 같은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부교감신경 낮추려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과 반대인 생활습관을 가지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오전에 커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 이 든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오후에는 차가운 물을 마신다. 인이 많이 든 우유·견과류·계란 노른자를 챙겨 먹는 것도 좋다. 고혈압이 없으면 음식을 약간 짜게 먹는 것도 혈압을 높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는 데 도움이 된다.

 

부교감신경 항진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생겼다면,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을 주는 것이 좋다. 김병조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이 심할 때는 팬티스타킹을 신어서 혈액이 하체에만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수영·등산 등 움직임이 많은 것을 하는 게 좋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