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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환절기 호흡기질환

풍월 사선암 2012. 10. 23. 08:53

천식·결핵 환자, 감기는 생명 위협하는 흉기

 

위험한 환절기 호흡기질환

 

김진영(가명·55··서울)씨는 15년 동안 기도가 좁아지는 기관지 천식을 앓았다. 관리를 잘 해 큰 문제 없이 지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찾아온 감기에 발목을 잡혔다. 기침과 가래가 늘더니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검사 결과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됐다. 천식 증상이 겹쳐지며 급성호흡부전이 발생했다. 인공호흡기를 달아도 호흡 유지가 힘들었다. 당뇨병이 있어 항생제도 잘 듣지 않았다. 결국 폐가 모두 손상돼 입원 2주 만에 사망했다.

 

◀서울대병원 폐기능검사실에서 20대 여성이 폐활량 검사를 받고 있다. 만성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폐기능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폐활량 검사가 추천된다.

 

만성호흡기질환에 당뇨병 있으면 위험

 

감기·독감(인플루엔자폐렴. 호흡기 환자가 증가하는 환절기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정흥수 과장은 매년 11월부터 3월은 라이노바이러스, RS바이러스처럼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유행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환절기 호흡기 질환은 평소 건강한 사람에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존에 기도와 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감기가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유철규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천식·만성기관지염·기관지 확장증·결핵 같은 만성 호흡기병이 있는데 환절기 질환에 걸리면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특히 급성으로 악화하면 호흡 곤란, 저산소증에 빠져 수 주 내에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COPD 환자는 45세 이상의 16%, 천식 환자는 인구의 5~10%로 추산될 정도로 많다봄보다 가을·겨울 환절기에 증상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5~6배 높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천식 환자가 폐렴에 걸리면 염증 때문에 기도가 더 막힌다. 결국 가래를 뱉지 못해 증상이 급속히 악화한다.

 

결핵을 앓았던 사람도 위험하다. 유 교수는 결핵으로 폐가 30% 이상 손상된 사람이 감기나 폐렴에 걸리면 폐가 빠르게 망가진다고 말했다. 결핵환자는 매년 약 36000명이 새롭게 진단 받는다. 문제는 결핵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심 교수는 만성호흡기질환에 당뇨병 같은 성인병까지 있으면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치료가 힘들다고 말했다.

 

호흡기질환 부르는 세 가지 원인

 

천식이 있는 72세 남성의 건강한 폐 모습(). 폐의 색이 검게 보이면 이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폐렴에 걸린 후 2주 만에 폐 전반에 염증이 생겨 하얗게 변했다.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환절기에는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의 기능이 떨어져 호흡기질환이 증가한다. 기도와 기관지(기도가 양쪽 폐로 갈라져 들어간 부분)는 공기의 미세먼지·바이러스·세균을 걸러내는 필터다. 안쪽이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조직인 점막으로 돼 있다.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과 섬모(纖毛·미세한 솜털)가 필터 기능의 핵심이다.

 

유 교수는 점액에는 바이러스·세균과 싸우는 면역글로블린이 있다. 섬모는 미세먼지·바이러스·세균을 신체 밖으로 배출하는 빗자루라고 설명했다.

 

환절기에는 기도의 필터 역할을 방해하는 세 가지 복병이 나타난다. 심 교수는 실내 생활 증가에 따른 미세먼지 노출, 건조한 환경, 찬 공기가 기도를 황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춘식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1도 떨어지거나 공기 중 이산화황 농도가 1ppb 증가하면 중증 천식환자의 증상이 15~20% 악화한다.

 

유 교수는 공기가 건조하면 기도의 점액 분비가 절반으로 떨어져 방어벽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환기 자주 시키고 습도 50% 유지

 

환절기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려면 기도가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환기를 자주 시킨다. 습도는 습도계로 측정했을 때 약 50%를 유지한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기도를 촉촉하게 유지한다. 바이러스와 세균 전파의 온상인 손을 자주 씻고 감기가 유행하면 외출을 피한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목도리나 스카프를 이용해 목을 따뜻하게 하면 좋다.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도 중요하다. 심 교수는 독감백신의 면역력이 생기려면 2~4주가 필요하다. 11월 초까지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폐렴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백신접종이 권고된다면역기능이 떨어진 암,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류마티스 환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흡연과 연말에 증가하는 술자리는 호흡기에 독이다. 심 교수는 알코올은 기관지의 섬모 운동을 떨어뜨린다기도 근육을 이완시켜 침 같은 물질이 기도로 잘 넘어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호흡기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 있다. 김달래 한의원장(경희대 한의대 겸임교수)"폐의 열을 빼주는 더덕을 찢어 보리차처럼 20~30분 끓여서 먹으면 좋다""마른 도라지를 어금니에 물고 있으면 침이 많이 분비돼 호흡기 염증이 가라앉고 기침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만성호흡기 질환자가 감기·독감·폐렴을 앓으면 후유증이 남는다. 유 교수는 폐가 손상돼 호흡기능이 호흡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평소 호흡기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 있다. 김달래 한의원장(경희대 한의대 겸임교수)"폐의 열을 빼주는 더덕을 찢어 보리차처럼 20~30분 끓여서 먹으면 좋다"마른 도라지를 어금니에 물고 있으면 침이 많이 분비돼 호흡기 염증이 가라앉고 기침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입력 2012.10.22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