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북한강 기슭에서 -고정희

풍월 사선암 2012. 10. 22. 07:47

 

북한강 기슭에서 - 고정희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등을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등을 기대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루나무 잎 새처럼 안타까이

손 흔드는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상에 안식이 깃드는 황혼녘이면

두 눈에 흐르는 강물들 모여

구만리 아득한 뱃길을 트고

깊으나 깊은 수심을 만들어 그리운 이름들

별빛으로 흔들리게 하고 끝끝내 못한 이야기들

자욱한 물안개로 피워 올리는

북한강 기슭에서, 사랑하는 이여

내 생애 적셔줄 가장 큰 강물 또한

당신 두 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정희 시인

 

출생:1948(전남 해남)~199169(지리산 등반 중 실족사)

 

학력:한신대학교  

데뷔:1975년 시인 박남수 추천 현대문학에 작품 발표

수상: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 경력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

        1984년 기독교신문사, 크리스챤아카데미 출판간사

 

실천문학사 일을 보던 소설가 김영현이 본 고정희의 마지막 모습은 종로에서 있었던 국민대회 때 거리에 가득한 최루탄 속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었답니다.

 

고정희는 놀랄 만한 다산성 시인이면서도 결코 어느 하나 함부로 창작해 내지는 않았다고 평가된다. 오직 '시를 쓰기 위해서 살았던'것 같은 그에게 시는 존재의 결과이자 이유였다.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