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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우울증, 몸 곳곳에 통증… 기억력 떨어뜨려

풍월 사선암 2012. 8. 29. 11:05

노년층 우울증, 몸 곳곳에 통증기억력 떨어뜨려

 

65세 이상 25% 우울 증상허탈·무기력감이 원인, 젊은 우울증과는 증상 달라

약물 투여량은 절반부터부부가 함께 취미활동 해야

 

퇴직 공무원 김모(65). 직장에 다닐 때는 일에 매달려 가족과 관계가 소원했다. 퇴직 후 관계 회복을 시도했지만 대화가 단절 된지 오래여서 쉽지 않았다. 일에만 매달려 살았기 때문에 속내를 터놓을 친구도 거의 없다. 김씨는 그러던 중 전립선비대증에 걸리는 등 건강이 나빠졌고, 그 여파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과거의 역할 상실로 우울증 발병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65세 이상 노인의 15~25%가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우울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료계는 파악한다. 노인 우울증은 50대 이전의 우울증과 비교해 원인·증상이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노인 우울증은 은퇴 후 과거의 역할이 상실된 데 따르는 외로움, 허탈감, 무기력감이 주 원인"이라며 "목표를 이루지 못했거나, 업무에 몰두하다가 가족 관계 등 다른 중요한 것을 잃어버려서 생기는 40~50대 우울증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 변화와 질병도 노인의 우울 증상을 가속화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천 교수는 "나이가 들면 생활 여건이나 주변 환경이 젊을 때와 달라지는데,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부부 관계도 문제다. 현재의 노년층은 보통 남편이 일을 하고 아내가 뒷바라지를 해 왔는데, 퇴직 후에는 이런 관계가 바뀐다. 하지만 남편이 바뀐 관계를 인정치 않고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 부부 관계가 나빠져 우울증이 생긴다.

 

우울증 증상도 다르다. 젊은 사람은 우울·슬픔 등과 같은 심리적 감정을 호소하는 반면, 노인은 신체의 특정 부위가 아프거나, 잠을 못자거나,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는 식으로 나타난다. 망상이나 초조함도 흔히 동반돼 치매와 헷갈리기도 한다.

 

노인 우울증은 은퇴 후 사회적인 역할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특징이 있다.

 

약물 치료는 신중하게

 

노인 우울증도 우선 항우울제로 치료한다.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노화로 약화된 소화·흡수·배출 기능을 감안해 약 용량은 50대 이하의 절반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약 복용량을 증가시킬 때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은 4~5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약의 상호 작용 때문에 우울 증상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약을 처방받기 전에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신용욱 교수는 "신경안정제 등은 근육 풀림이나 어지럼증을 일으켜서 낙상을 가져올 위험이 있으므로 노년층에는 잘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와 함께, 가족 면담 등과 같은 치료도 병행한다.

 

생활 속 노인 우울증 극복법

 

부부관계 회복=부부가 함께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함께 하면서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불만을 풀어야 한다. 이동우 교수는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소원했다면 밀린 숙제하듯이 너무 성급하게 관계 회복에 나서지 말고,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도록 시도하라"고 말했다.

 

변화 수용하기=나이가 들면 성격이 자기중심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어떤 상황이든지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노년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울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노년층 우울증은 무기력이 큰 원인이다.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면 자존감을 높이고 성취감도 느끼면서 우울 증상을 극복할 수 있다. 집 근처 시니어클럽 등에서 봉사 활동을 알선해준다.

 

동아리 활동=역사탐방, 전통춤 강습, 게이트볼, 컴퓨터, 서예 등 다양한 노인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면 우울 증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된다.

 

입력 : 2012.08.29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한국우울증연구소강용 소장 "우울증은 감기와 같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사회다. 하룻밤 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급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다. 오늘날 싱크탱크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의 근간이 되는 연구결과를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앞 다투어 최고의 싱크탱크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밖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선거, 안으로는 4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라는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분석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싱크탱크는 그래서 큰 관심을 받는다. 뉴시스는 올해 초 대한민국 싱크탱크를 재조명 한다. 일곱번째 순서로 '한국우울증연구소'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강용 한국우울증연구소 소장 "우울증을 감기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우울증을 일컬어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 또한 우울증과 관련이 깊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우울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강용(48·사진) 한국우울증연구소장은 19"우울증은 5명 중 1명이 걸리는 질병"이라며 "감기와 같다.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빨리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소장은 "우울증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이 아직 보수적인 탓에 실질적으로 치료 시설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치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듯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야한다는 말을 편하게 나눈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캠페인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봄을 재촉하는 햇살이 따스했던 이날 강 소장을 만나 올해 핵심 연구 분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우울한 기분이 2~3주 동안 계속 이어질 때 이를 우울증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우울감과 우울증을 혼동해선 안된다. 금새 웃었다, 울었다 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기복이 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은 하루 만에 감정이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수 개월에 걸쳐 지속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에 걸리면 치료받고 싶다는 말 조차 하기 어렵다. 우울감을 두고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 전달 대문이다."

 

-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원인은.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심리적인 원인이다. 성격이 소심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참는 사람,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린다. 본인이 큰 병에 걸렸거나 지인의 사망, 사업실패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적인 원인이다. 부모가 우울증에 걸린 병력이 있다든지 뇌의 작용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 스스로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있을까.

 

"'갑자기 친구를 만나기 싫거나 행동이 느려지는 등 모든 일이 귀찮게 느껴진다, 부정적인 생각만 많이 한다거나,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신체적으로는 불면증과 식욕 부진,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타인과의) 비교의식, 자기 비관에서 시작된 자살사고다. '내가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혼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지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 우울증 환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집계되는 환자 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제한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관련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는다. 이에 현재 알려진 우울증 환자 수는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울증 환자 중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의 30% 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한다면 실제 우울증 환자 수는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 과거 우울증 환자와 현재 우울증 환자의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경우 우울증 환자들은 대부분 30대 이상 주부들이었다. 남편의 외도와 자녀 문제, 고부 갈등 등으로 화병과 함께 우울증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우울증 환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청소년의 경우 친구 문제와 성적 비관, 20대 이상은 취업 문제, 노인들은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층이 과거와 비교해 환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반항과 저항, 거부, 분노 등으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 청소년들이 반항을 한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나 좀 잡아달라' '외롭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와도 상담을 함께 진행한다."

 

- 환자가 다양해진 만큼 그에 따른 치료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있나.

 

"일단 아동이나 청소년은 집단으로 치료를 진행하면 안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청소년의 경우 또래 관계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성인이나 노년층의 경우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집단 치료를 진행한다.

 

이들은 일단 모이게 되면 공통 분모를 찾아 집단 치료 당일 저녁에 따로 계모임을 만들 정도로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다. 이 밖에 노인 분들은 주로 과거 회상, 즐거웠던 기억과 지난날의 업적을 많이 떠올리게끔 하고 청소년들의 경우는 공감을 키워드로 대화를 진행한다. 주부들은 가정을 위해서 희생을 하기 보다 자신에게 보다 많은 투자를 하게끔 조언한다. 음식 조절이나 명상 등도 권유한다."

 

- 스스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얼마나 되나.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주변의 권유로 찾아온다. 나머지 약 30%는 스스로 병원이나 센터 등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다. 이 처럼 환자들이 우울증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에게 되도록이면 기록이 남지 않는 관련 센터를 방문토록 한다. 치료에 가장 좋은 것은 약물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 우울증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몸은 건강할 때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본인 스스로 우울증이 의심되면 온라인을 통해 검사를 실시해보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시작이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만으로 금방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다면 심리상담을 진행하거나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을 하면 된다. 무엇이든지 초기에 잡아야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굳이 의학적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울증 중기를 넘어가면 개인 의지만으로 병을 극복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온라인이나 전화상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 우울증에 좋은 음식이나 생활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감자나 시금치, 우유, 호두, 산나물 등이 좋다. 술과 담배, 육류, 인스턴트 커피 등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그리고 햇빛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례로 노르웨이나 북극지방에는 우울증 치료 과정에 광선 치료가 포함돼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어두운 곳에 있는 것을 즐긴다. 이 보다는 야외에서 빛을 쬐고 사람이 많은 곳 보다는 적은 곳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게 되면 비교의식이 생기기 때문에 좋지 않고, 산이나 공원을 찾아야 한다. 봉사활동도 매우 좋다."

 

- 올해 추진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우울증 심리 치료를 진행하는 센터를 전국에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걸리는 질병이다.

 

우울증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이 보수적에서 좀 더 개방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캠페인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그에 따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우울증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전문 상담사를 양육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뉴시스 · 사진= 정의진 · 최동준 기자 | 기사입력 201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