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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런던올림픽을 말하다

풍월 사선암 2012. 8. 23. 10:00

"박종우 동메달 자격 충분환영만찬 제외한 체육회에 실망"

 

[홍명보 감독, 런던올림픽을 말하다]

박종우에게 직접 전화, 행사에 참석하라고 지시'축구협 공문' 신중했어야

 

올림픽 최고의 실수 - 일본전 김기희 투입 때 포지션 알려 주지 않아

새 직업은 남편·아빠 - 한 점의 후회도 없어올해 말까지 쉬고 싶어

 

"체육회와 축구협회가 박종우로부터 평생 다시 없을 추억을 빼앗았다."

 

제자를 위해 가슴에 칼을 품고 다닌다는 스승이 작심하고 한 쓴소리였다.

홍명보(43) 감독이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박종우(23·부산)'독도 세러모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가장 안타까운 선수, 박종우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올림픽 3위의 성적은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소감부터 밝혔다. 홍 감독은 "좋았던 분위기가 박종우 문제로 퇴색된 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넥타이를 고쳐매고 진지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한 점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한국 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홍명보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런던올림픽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홍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선당분간 자연인으로 돌아가 재충전 하겠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박종우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한 점은 아주 안타깝다. 그는 어느 선수보다도 우리 팀에 많은 공헌과 노력을 한 선수로 충분히 자격 있는 동메달리스트"라고 운을 뗐다.

 

그리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에서 귀국했을 때 만찬 등 환영행사에 박종우가 참석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전해듣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감독으로서 박종우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해 박종우에게 직접 전화를 해 반드시 참석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박종우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요구하는 내용의 '저자세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은 "그런 공문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서 보내야 했다. 꼭 일본에 (공문을) 먼저 보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과의 3~4위전이 끝난 뒤 상황을 설명하면서 박종우의 세러모니가 '우발적 행동'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준비했다면 감독으로서 당연히 못 하게 했을 것이다. 우리 팀에 일본인 코치도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끝나고 동메달을 딴 기쁨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 일이 벌어진 동안) 경기장에 있지 않고 라커룸에 들어간 내 책임도 있다"고 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정색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홍명보 감독은 18명 제자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할 땐 웃음을 되찾았다. "올림픽에서의 최고 실수가 뭐였느냐"는 질문에 "일본과의 3~4위전 후반 막판 김기희를 투입하면서 어느 자리에 서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내 실수였다"고 답해 취재진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선수단의 긴장을 풀어주는 선수가 없었느냐"는 물음엔 "내가 선수들과 함께 방을 쓰고 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는데 미친 짓을 하는 정신 나간 선수가 있었다고 들었다""그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홍 감독은 "이제부터 나의 새 직업은 남편과 아빠"라며 "36개월 동안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에너지, 경험, 지식을 소진했다. 재단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과 대학원 박사 논문 준비 등을 하면서 올해 말까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가장 중요한 경기가 남았다. 최강희 감독님이 잘하고 있는데 월드컵 대표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을 떠나는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성과에 그냥 만족한다면 2년 뒤 브라질월드컵 무대에는 아무도 설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 무대에 도전할 때도 무조건 빅클럽이나 금전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팀으로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손장훈 기자 / 입력 :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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