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걷다보면 - 김종분

풍월 사선암 2012. 8. 15. 12:05

 

걷다보면 - 김종분

 

걷다보면 나를 깨우치고

나의 존재감을 알게 된다

걸으며 무한의 느림 속,

마음에 열린 공간을 만들자

 

풀들이 소리 없이

자신들의 몸을 완성해가듯이

걸으며 내안의 모난 것들을

털어내고 다듬어나가자

 

낮은 구릉 사이

햇살을 받아 길게 이울고 있는

저 낯선 길이 나의 생명길이다

걷다보면 저 길이 더 길어지리라

 

소담한 오솔길에 들어서면

만물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길을 걸으며

길과 무언의 대화를 하자

 

내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숨찬 지난날을

쉬어가며 걸을 것이다

허나, 정상을 탐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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