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 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붇습니다.
이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마라.
늙지마라.
제발 제발 죽지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거리고,
노쇠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 하련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는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여덟 가지의 큰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 생노병사(生老病死)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과
♠ 애별리고(愛別離苦)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 등과 헤어지는 아픔
♠ 원증회고(怨憎會苦)
내가 싫어하는 것들, 원수 같은 사람 등과 만나지는 아픔
♠ 구불득고(求不得苦)
내가 원하거나 갖고자 하는 것 등이 채워지지 않는 아픔
♠ 오음성고(五陰盛苦)
육체적인 오욕락(식욕.수면욕.성욕.휴면욕,명예욕)이 지배하는
아픔 등의 네 가지를 합하여 팔고(八苦)라고 합니다.
이런 것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짐수레와 같은 것.
옛날 성인께서 주신 정답이 생각납니다.
♠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몸이나 생명이나 형체 있는 모든 것은
♠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은 것이니
♠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를 잘 관찰하여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 살면서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습니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습니다.
싸워서 모든 일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어논 그 그릇.
내가 조금 낮춰논 눈 높이.
내가 조금 덜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보다 조금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공간이 됩니다.
이 세상에는 70억 명 이라는 무수한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우리 인간들의 수백억 배가 넘는 또 다른 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이 공간을 더럽힐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공간을 파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공생(共生)의 공간이기에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으니,
내 눈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이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나를 맞아준 아내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