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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6.25를 역사라 하는가?

풍월 사선암 2012. 6. 14. 23:37

누가 6.25를 역사라 하는가 

 

李相禹 (서강대 석좌교수)

 

누가 6.25를 역사라 하는가? 누가 6.2560년 전 끝난 전쟁이라 하는가? 6.25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에 있다.

 

전쟁은 상대가 항복해야 끝난다. 북한은 휴전 이후 60년간 하루도 전쟁을 쉬지 않았다. 아직도 남반부를 해방한다고 120만 군대를 앞세워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우리가 우세한 군사력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고 있어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무력해방 의지를 버리고 우리와의 공존을 수락할 때라야 6.25는 끝난다. 6.25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대남 정치전을 집요하게 벌이고 있다. “DMZ가 아닌 서울이 주전장이라고 선언하고 한국 정치에 개입하여 친북정권창출이라는 또 하나의 6.25전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화된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남한 내에 구축해놓은 친북 세력을 동원하여 이들을 지원하고 친북 단체에 정치자금을 공급하고 대남정책을 조정해가면(북풍) 서울에 북한에 호의적인 정부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믿고 북한은 한국의 선거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대남 정치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금년 선거에서는 좀 더 강하게 친북정권 창출운동을 펴고 있다. 과거 지하에 잠복시켜 놓았던 지하당 조직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합법투쟁을 펴기 시작했다. 통혁당과 민혁당은 지하당이었다. 이제 민혁당을 바탕으로 진보당이라는 합법 정당을 만들어 의회정치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기존의 민주당을 숙주(宿主)로 하여 비례대표 자리를 얻어 국회 진입에 성공하였다. 이 정치전은 6.25전의 일부인 비군사적 전투이다. 북한은 군사전과 비군사적인 정치전을 배합하여 남한 해방을 완수하여 강성대국을 금년 내에 만들어 낸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온 국민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이제 신흥 준강대국이 되었다. 그 사이 북한은 경제파탄에 이른 시대착오적 개인 지배의 신정국가(神政國家)로 전락하였다. 모든 국력 지표에서 북한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 규모는 한국이 북한의 40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반부해방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이것이 북한이 생각하는 우리의 약점이다.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조차 부인하는 반국가 단체도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정치투쟁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에 호의적인 한국 국민을 앞세워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쓰지 못하게 묶고 군사방위체제 구축을 방해하여 북한의 대남공세를 막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북한은 상당 수준 성공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 오만도 문제다.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북한의 위협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함으로써 북한의 대남공세에 우리 사회를 무방비 상태에 내버려두고 있다. 국민복지예산으로 90조원 이상을 배정하는 우리 국회가 국방예산 32조도 많다고 깎으려 애쓰는 실정이다. 방위비 삭감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야당의 정부 헐뜯기와 여당의 무책임이 손을 잡고 한국을 무방비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기막힌 푸대접 속에서도 우리 국군은 최선을 다해 북한의 군사위협을 억제해나가고 있다. 이런 기막힌 상태가 북한이 강성대국의 꿈을 못 버리게 만들어주고 있다.

 

분단 이래 지속되어온 남북한간의 대결, 60년 계속되어온 6.25전쟁도 이제 끝날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북한이 체제붕괴의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는 재기 불능의 상태로 들어서고 있고 국제적 협력을 얻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오직 한국을 점령하여야만 살아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25전쟁이 종착역에 임박하고 있다.

 

6.25전쟁을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끝내는 길은 있다. 우리가 결심하면 6.25를 아름답게 끝낼 수 있다. 북한의 무력공격 능력을 무력화(無力化) 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억제전력을 갖추고 북한이 도전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길이다.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동독의 항복을 유도해낸 서독의 아데나워 수상의 대동독 정책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이 한국과의 대결을 포기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정상국가로 변신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새로운 정권을 흔쾌히 도울 것이다. 그 때가 되면 6.25전쟁은 끝나고 남북한이 통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6.25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6.25를 목격하고 그 전쟁에서 고통 받았던 세대는 이제 몇 남지 않았다. 6.25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새 세대에게 6.25를 바로 끝내는 법을 일러주는 일이다. ‘6.25를 평화롭게 끝내는 방법은 북한이 헛된 꿈에서 깨도록 힘의 우위를 갖추는 것임을 가르쳐주는 일이다. 평화는 선한 자가 강할 때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 진리이다.

   

필자 : 본회 회원(전 조선일보 기자), 전 한림대 총장, 현 신아시아연구소장

 < 대한언론인회 / 2012년 06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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