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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주먹 백홍석, 비씨카드배 품 안에

풍월 사선암 2012. 5. 17. 08:50

철의 주먹 백홍석, 비씨카드배 품 안에

 

결승서 종합전적 3-1로 당이페이 누르고 우승!

 

백홍석 9단이 악몽 같던 9번 준우승의 딱지를 떼고 제4회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했다.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5번기 제4국에서 한국 백홍석 9단이 중국 당이페이 4단을 상대로 257수 만에 백으로 반집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1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1국을 먼저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던 백홍석 9단은 2~4국까지 3판에서 연달아 승리를 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백홍석 9단 개인으로서도 생애 최초로 세계대회 우승대회이라는 획을 그은 것이며, 한국 바둑에도 큰 힘이 됐다. 본선 32강전이 벌어지고 있던 때만 해도 한국 우승은 아주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중전 11판 중 한국은 10판을 패했다. 한국 기사는 3명만이 16강에 진출했다. 중국은 기세등등 자신만만했다.

 

백홍석 9단은 16강부터 니우위티엔 7, 저우루이양 5, 후야오위 8단을 거푸 꺾었다. 모두 역전승이었다.

 

그전까지 세계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백홍석 9단은 4강전 후야오위 8단과의 대국에서 막판까지 거의 져 있던 바둑을 승리하며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나 상대 당이페이 4단은 치밀한 스타일로 세계대회 16연승을 거두고 있는 강적이었지만 백홍석 9단의 펀치는 여지없이 그의 심장도 흔들었고 결국 쾌거를 이뤄냈다.

 

86년생인 백홍석 9단은 권갑용 8단 문하로 2001년 입단했으며 20119단이 됐고 데뷔 11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시상식은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서초동 비씨카드 본사에서 열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총상금 약 83천만원)을 자랑하는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 대회를 도입했으며 국내외 프로, 아마추어 등 모든 바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전면적 오픈제 방식을 채택한 세계대회다. 제한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초읽기 603회를 준다

 

인터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마음 편했다"

 

이번 비씨카드배에 불어 닥친 황사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이세돌 9단은 당이페이 4단에게, 이창호 9단은 미위팅 3단에게 졌고 한국 랭킹 상위권의 다른 기사들이 줄줄이 중국 기사에게 져 탈락했다. 홀로 지지 않고 전진하던 기사는 백홍석 9단이었다.

 

금세라도 질 것 같은 바둑을 기적같이 뒤집으며 승리했고 그 흐름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16강전에 이르러서는 우리 땅에 중국기사들끼리의 대국이 가득했다. 중국은 우승후보들이 줄을 잇는데 한국은 몇 남지 않은 기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다. 백홍석 9단만이 지지 않았다.

 

중국은 우승은 떼논 당상이요 중국 기사 중 누가 우승할 것이냐를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백홍석 9단이 결승에 올랐고 희대의 다크호스 당이페이 4단에 3-1 압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백홍석 9단은 16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결승4국에서 반집승하면서 긴 여정을 마쳤다.

 

중국으로선 허망할 것이다. 한국으로선 기적 같은 우승이다. 어떤 불리한 바둑도 포기하지 않은 백홍석의 집념은 한국 바둑에 힘을 주고 있는데 정작 백홍석 9단 본인은 즐기면서 마음 가볍게 임했다고 말한다.

 

이제야 환하게 웃는 백홍석 9단을 만나봤다.

 

- 소감은?

정말 기분 좋다. 솔직히 초반은 내가 나빴다. 중반 공격할 땐 내가 워낙 낙관파라 그런지 좋다고 봤는데, 중앙 접전에서 약간 당하면서 미세해졌다. 난 끝날 때까지 꽤 앞섰다고 생각해서 빨리 두었는데 반집승인 줄 생각 못했다.”

 

- 당이페이 4단은 어떤 기사라 생각하는가?

끝내기가 강한 기사는 아니라고 봤다. 대신 끈질긴 면이 있다. 이번 결승을 준비하면서 기보는 많이 놓아보지 않았다. 처음에 놓아보다가 자꾸 내 스타일을 잃게 되어서 그만 뒀다. 포석을 중점적으로 연구했고 그 외엔 컨디션 관리에 힘썼다.”

 

- 이번 비씨카드배 대국 중 가장 기억이 남는 판이 있다면?

아무래도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본 것이니까 결승 대국이다. 내 일생에 가장 큰 판이었다.”

 

- 결승이 거의 매일 두는 일정인데 힘들지 않나?

나에겐 득이다. 기세 탈 때 끊기지 않았다.”

 

- 이전까지 9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결승은 좀 달랐나?

그전엔 결승 때마다 너무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이번엔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마지막 1, 그저 즐겁게 두자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다. 마음가짐도 바둑 한번 재밌게 두면 후회없겠다고 먹었다. ”

 

- 결승1국 전날밤 다른 대국이 있었는데 지장은 없었나?

내가 원한 대국이었다. 프로기사는 결승전엔 영향 없으리라고 봤다.”

 

- 장가는 언제

일단 내년에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 이번 대회에는 중국세가 극심했다. 어떻게 봤나?

중국은 신예와 정상의 실력차이가 적다. 허리가 두텁다. 우리 쪽도 정상급들이 약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 한국바둑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병역을 수행하고 있을 때에 바둑과 떨어져 있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지금보다 전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 우승이 확정된 직후 가장 떠올랐던 사람은?

나를 프로의 세계로 이끌어 준 권갑용 사범님이다. 또 부모님도 떠올랐다. 내 컨디션 관리를 도와준 여자친구에게도 정말 고맙다. (여자친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 여자친구를 잠깐 소개한다면?

일반인이고 2살 연하이다.”

 

- 향후 단기 계획이 있다면?

대국 전에 생각해 둔 것은 없다. 앞으로 대국이 많은데 며칠간은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상치 못하게 한국기사들이 많이 탈락해서 내가 응원을 많이 받게 됐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 우승 이후 계획은?

내년에 입대할 생각이다. 여러 차례 미뤄왔다. 올해는 군대 가기 전 그냥 기분 좋은 한 해를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우승을 하게 됐다. 세계대회 우승자게 걸맞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BC카드배] 김수광 201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