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살다보면

풍월 사선암 2012. 5. 8. 07:02

 

식당 벽 낙서 74번째 글 - 살다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가고 오고'

오고 가고

 

우리 인생 가는 길에

꽃피고 새 울고

바다 바람이 계곡 물소리

오색 단풍 속에 취해도 보고

눈 내리는 밤 그 춥던 아침 바람

 

다람쥐 체 바퀴 돌듯

가고오고

오고가고

인생 살고 나면 남는 게 뭔가

 

--식당 벽에 낙서된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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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이야기"

 

칠년 전 아들 결혼식 때 친구가 축의금으로 백만원을 했다.

그때는 친구가 퍽 고마워 콧등이 시려오는걸 겨우 감정을 눌렀다.

친구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몇 일전 친구로부터 아들 결혼 청첩장을 받았다.

왠지 기쁨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하루살기에도 빠듯한 삶이기에

어떻게 축의금을 챙길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마누라와 상의를 한 결과 일수 돈을 내서라도 축의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축의금이란 축하로 주는 돈이기 이전에 상부상조 한다는 뜻이란다.

일수 얻은 돈으로 후련한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갔다.

 

친구는 악수를 하면서 연신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바쁜 틈에도 안부까지 물어줬다.

정말 아내와 나는 일수 돈을 얻어서라도 빚을 갚게 된 것이 참 잘했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집으로 등기우편이 배달되었고 발신인이

며칠 전 친구에게서 온 것이라 웬 인사장을 등기로 보낼까?

뜯어 봤더니 눈 익은 친구의 글이었다.

이 사람아! 내 자네 형편 다 아는데 무슨 축의금을...

 

축의금이 뭐냐고 우정 맺힌 나무람이었다.

평소에도 자네 살림 어려운 것 아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자네 우정을 돈으로 사려고 했느냐는 나무람이...

그리고 이백만원의 수표를 보내왔다.

 

이 사람아! 나는 자네 친구야

어려운 자네 형편에 백만원이 무슨 소리냐.

만원이면 족하네.

여기 이백만원 보내니 그리 알게 이 돈을 안 받는다면

자네를 친구로 생각지 않겠네.

 

그리고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한가한 틈이 나면 옛날 그 포장마차에서

돼지곱창에 소주 한잔 하자는 말을 곁 드렸다.

웬지 이번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정 어린 축의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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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투유"

 

<여보 건강해야 돼요!>

 

이른 아침 717평 서민 임대 아파트에서

66세된 할아버지가 생일 축가를 부르고 있다.

마누라 공순례여사 회갑일 날!

아파트경비 교대가8시라 회갑상을 일찍 차렸다.

 

회갑상이라야 미역국에 찰밥 그리고 케익

공순례여사는 당뇨가 심한 탓에

거동이 불편해서 할아버지가 상을 차렸다.

 

그리고 그 상을 마주앉아 할아버지가 축가를 부르고

할머니는 손뼉치고 그리고 촛불을 불어서 껐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 대학1학년 때 사고로 죽고

할아버지 형제간도 술 때문에 하나는 죽고

하나는 알콜 병동에 있으니,

정말 없는 것 보다 더 못했다.

 

공순례 여사가 스물둘에 시집와서 39년 동안 살면서

고생 고생 했지만 벌어둔 돈은 딸이 죽을 때

도와준 고향후배가 보증 부탁에 거절 못하고

그래서 전 재산 날려버렸다.

 

공순례여사의 병도 이때부터 시작됐고

아파트 경비도 나이가 넘었지만 열심히 일한 덕에

인정을 받아 다니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들도 딸도 재산도 없는 처진데

공순례여사는 영감이 회갑상이라고 차려 준게 눈물겨웠다.

미역국에 아침을 먹고 할아버지는

공순례여사에게 돈 봉투를 내밀었다.

 

이돈 가지고 입고 싶었던 메이커 옷 사고

자네 친구들 불러서 거하게 점심한번사소.

공순례여사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꼭 친구들하고 점심 먹고.....

 

할아버지는 바쁘게 아파트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출근길 할아버지 마음도 뭔지 모르게 치밀어 오른 것 같았다.

40여년 간 호강 한번 못시켜준 마누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詩庭박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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