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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며, 해를 맞으며…그곳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풍월 사선암 2011. 12. 29. 10:36

해를 넘기며, 해를 맞으며그곳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정동진·정서진·정남진

 

정동진, 해돋이 명소 '으뜸'31일 정서진엔 해넘이 축제

남쪽의 또다른 끝 전남 장흥, 전망대·소등섬 일출 장관

 

◀정남진의 고장인 장흥 남포마을에서 바라본 소등섬 일출.

 

강릉 시내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18쯤 떨어진 정동진(正東津)이 해돋이 관광명소로 떠오른 건 1994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였다. 서울 청량리역을 비롯해 부산·동대구·대전·광주 등 전국에서 정동진으로 가는 해돋이 열차가 운행되고 정동진으로 해맞이하러 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다. 일출명소 중 으뜸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정동진이었다.

 

◀해넘이 명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인천시 정서진의 낙조 풍경

 

정동진이란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있는 나루라는 뜻. 위도상으로는 서울 도봉산의 정동쪽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신라 때부터 임금이 용왕에게 친히 제사를 지내던 곳인 데다 2000년 국가지정행사로 밀레니엄 해돋이축전까지 열렸던 터라 그 명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동진뿐만 아니라 정서진(正西津), 정남진(正南津)도 새로운 해넘이, 해맞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북진(正北津)은 북한의 중강진이다.

 

경인아라뱃길의 관문인 아라인천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정서진은 정동진의 반대 개념. 광화문 도로원표를 기준으로 정동진과 대칭되는 좌표점으로 지난 3월 지정됐다.

 

정서진은 석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랑의 전설도 전해져 오는 곳이다. 옛날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한 선비가 이곳 나루터 주막에서 하룻밤 머물다 주막집 딸과 눈이 맞았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던지 선비는 과거도 포기한 채 석양을 바라보며 사랑을 고백했고 둘이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설을 들려주며 인천시와 서구청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 어울리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어째 해돋이를 보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젊은 연인들의 언약식 장소가 된 정동진과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다 싶지만, 전설이란 다 그런 것 아닌가.

 

인천시는 정서진을 해돋이 명소 정동진에 비견되는 해넘이 명소로 띄우기 위해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정서진 해넘이축제를 연다. 정서진 표지석 제막식을 시작으로 해넘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인기가수 공연, 뱃고동 울리기 등 다양한 행사로 축제가 꾸며진다.

 

정남진은 한반도의 남쪽 끝, 전남 장흥이다. 국립지리원에 따르면 광화문의 정남쪽 내륙 끝이 경도 12659, 위도 3432분에 해당하는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일대다.

 

이에 따라 장흥군은 2004년부터 장흥을 정남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왔는데 정남진전망대와 소등섬 일출이 장관이다. 장흥으로 길을 떠나보자.

 

한국경제 서화동 기자

 

 

 


해는 남쪽에서 뜬다?

 

한반도 끝자락 전남 장흥 정남진 해돋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남해 섬들 사이로

고기잡이 배, 해 낚으러 간다

   

거친 숨 몰아쉬는 바다 일출이 

남성적이라면,

산사의 일출은 새색시처럼

수줍고 여성스럽다

 

보림사 사찰 입구 일주문에

황금빛 햇살가루 뿌려지면,

찬란한 빛이 한 걸음씩

어둠을 밀어내고

비자림 산 중턱에 말간 해 걸리면,

비로소 절정이다.

 

툭 하니 쏟아냈다. 수평선이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뜨겁고 노란 해를 하나 토해냈다. 해가 머리를 내밀기까지 한동안 뜸을 들였다. 어미 뱃속에서 막 나온 짐승의 어린 새끼와 운명이 닮았다. 힘겨운 세상을 잘 견디라고 산통이 필요했나 보다.

 

한반도 끝자락 전남 장흥의 해돋이는 자연이 빚어낸 멋이 가득 담겼다. 그 이름이 정남진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득량도,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를 볼 수 있다. 바다뿐 아니라 산에서 맞는 해돋이도 일품이다. 신라 고찰 보림사일출은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황금가루 빛깔 잔치가 곱기도 곱다. 지난 주말 땅끝마을 전남 장흥에 다녀왔다.

 

해돋이 새로운 명소 정남진=정남진 하면 아직 이름이 낯설다.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4곳은 진()이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정동쪽의 정동진이 가장 유명하다.

 

그중에서 정북쪽의 중강진은 평안북도 압록강변에 있어 상징성만 가지고 있다. 인천버스터미널 부근의 정서진은 서쪽을 향한 까닭에 해돋이보다는 묵은 해를 보내는 해넘이 명소다.

 

그런 면에서 일출 보기에 적당한 해돋이 장소는 전남 장흥 정남진이 정동진에 견줄 만하다.

 

남해안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해변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멋스러운 일출이 일품이다. 46m의 정남진 해돋이 전망대에선 날씨가 좋으면 득량도, 소록도는 물론 연흥도, 거금도까지 남해 바다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진다.

 

풍광의 백미는 바다에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 고기잡이배들이다. 사진 풍경을 위해 원래 그곳에 자리 잡은 듯 한가롭게 푸른 바다를 수놓았다. 장흥은 전망대뿐 아니라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촬영지 남포마을도 일출 명소다.

 

간조 때 그림은 손바닥만 한 소등섬으로 들어가는 굽은 길과 섬, 그리고 태양이 마치 자연이 빚은 병풍처럼 나그네 발길을 붙잡는다. 소등섬 남포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로 겨울철이면 민박집 창문만 열어도 붉은 태양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주변에선 겨울 석화구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이 많이 몰린다.

 

동양의 ‘3대 보림신라 고찰 보림사=정남진의 거칠거칠한 바다 일출이 남성적이라면, 보림사에서 바라보는 산사의 일출은 새색시처럼 수줍고 여성스럽다.

 

보림사 일출은 사찰 입구 일주문에 황금빛 햇살가루가 뿌려지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찬란한 빛이 한 걸음씩 어둠을 밀어내고 400년생 비자나무 군락의 비자림 산 중턱에 걸리면 비로소 절정이다.

 

눈길을 산사로 다시 돌리면 국보 제443층 석탑과 대웅전이 빛에 노랗게 물들면서 아득하니 자태를 뽐낸다. 햇살이 가득하니 뜰을 채우면 비로소 보림사는 아침을 맞는다.

 

860년께 신라 헌안왕 때 세워진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 3보림으로 불리는 천년 고찰이다. 목조 건물의 빛바랜 단청엔 숨겨진 옛 영화가 곳곳에 숨 쉬고 있다. 고즈넉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드라마 세트장며느리바위 편백나무 숲 아기자기한 장흥=장흥군 시내를 달리다 보면 억불산 며느리바위가 기괴한 형상을 드러낸다.

 

어린애를 업은 며느리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는 자린고비 시아버지가 시주승을 박대한 죄로 뒤를 돌아보며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며느리 바위 뒷산은 100편백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피톤치드 삼림욕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명소로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내에는 드라마영화 세트장, 여름이면 물축제가 열리는 탐진강’, 전통 5장흥장터까지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몰려 있다.

 

장흥장터에는 탤런트 고현정이 대통령으로 나왔던 드라마 대물의 곰탕집 세트장이 실제로 곰탕을 파는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은어 낚시를 하는 명소로, 여름에는 물축제가 열린다. 탐진강은 과거 탐라국 사신이 진상품을 들고 찾아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축제엔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

 

헤럴드 경제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