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묘목에 물을 안 주는 까닭

풍월 사선암 2011. 12. 13. 00:27

 

묘목에 물을 안 주는 까닭

 

아버지는 고향 집 맞은편에 있는 널따란 땅을 마호가니 묘목을 기르는

사람에게 임대했다. 그는 묘목을 심은 뒤 물을 뿌리러 나왔다.

이상한 것은 물주는 날짜나 물의 양이 제멋대로라는 사실이었다.

 

사흘이나 닷새, 열흘 만에 올 때도 있었다.

물을 많이 줄 때도, 겨우 적실 정도만 줄 때도 있었다.

더욱 이상한 일은 묘목이 메말라 죽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올 때마나 묘목 몇 그루를 가져 와 심었다.

처음에는 게을러서 묘목을 말려 죽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이 새 묘목을 가져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그에게 물었다.

날마다 물을 주면 마호가니가 말라 죽지 않을 거 아녜요?”

 

그는 말했다.

나무는 한두 달 가꿔 수확하는 채소와 달리 무릇 백 년을 내다보고

길러야 하네. 나무 스스로 땅속에서 물이 나오는 곳을 찾을 줄 알아야 하지.

내가 물을 주는 것은 하늘을 흉내 내는 것뿐일세.

 

하늘이 예고하고 비와 바람을 내린 적 있던가?

불규칙한 날씨에 적응 못한 묘목은 자연스레 말라 죽지만,

죽자사자 땅속으로 파고들어 수원을 찾아내는 나무는

백 년이 지나도 거뜬히 살아남는다네.”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만일 내가 시간 맞춰 꼬박꼬박 물을 준다면

묘목은 의지하는 습관이 생길 걸세.

뿌리가 땅 표면에서만 겉돌고 깊게 파고들지 못해

물 주는 횟수가 줄면 금세 말라 죽지.

살아남는다 해도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쉽지.”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어디 나무뿐이랴,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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