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술고래, 주 3일은 스톱 … ‘간 때문이야’
75세 ‘간(肝) 박사’ 김정룡 이사장
국민훈장 무궁화장 받은 그의 건강이야기
◀ 평생 간 질환 진료와 연구에 노력해온 공로를 인정 받아 27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김정룡 한국간연구재단 이사장이 간 건강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소한 주 3일은 음주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안성식 기자]
‘간 박사, 간 명의, 두주불사(斗酒不辭, 말술도 마다하지 않음)의 애주가’. 언뜻 보면 모순 같은 별명이다. 김정룡(76)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겸 한국간연구재단 이사장 얘기다. 김 이사장이 27일 평생 간 질환 진료와 연구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일흔을 훌쩍 넘은 나이면 쉴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대 의대 간연구소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인제대 일산백병원에서 1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2000년 8월 서울대 의대를 정년퇴직한 뒤 그해 11월부터 매주 두 번씩(화·목요일 오전) 환자를 본다. 서울대 의대 선배인 백병원 백낙환 이사장이 삼고초려(三顧草廬, 인재를 구하기 위해 크게 노력함) 끝에 그를 영입했다.
김정룡 한국간연구재단 이사장은 평생 간과 같이해 왔다. 1970년대 초 B형 간염 실태조사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국민의 10%가 양성이었다. B형 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으로, 더 심해지면 간암으로 발전한다. 그는 직감적으로 B형 간염 백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78년 미국 하버드대 연수 시절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사람의 혈청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사실상 세계 최초의 B형 간염 백신이었다. 당시 정부가 이 백신의 허가를 망설이면서 선수를 빼앗겼다. 외국 제약회사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 이어 세 번째로 B형 간염 백신을 내놨다. 그는 지금도 이 순간을 아쉬워한다.
백신 덕분에 25세 이하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을 2%로 낮췄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백신 접종 전 국내 2위이던 간암이 지금은 5위로 떨어졌다.
김 이사장이 자부하는 또 하나의 업적이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임신 중 엄마에게서 태아에게 감염된다는 사실과 그 예방법을 밝힌 점이다. “산모가 B형 간염 감염자인 경우 갓 태어난 아기에게 B형 간염 백신과 B형 간염 글로불린(면역물질)을 24시간 내에 동시에 주사하면 아기의 간염을 99% 예방할 수 있어요. 단 만 하루가 지나면 엄마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아기에게 감염될 수 있어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는 환자를 보기만 해도 간의 상태를 짚어낸다. 간이 굳으면 얼굴이 거무죽죽하고 더 나빠지면 혀가 빨갛게 변하고 반짝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간 박사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C형 간염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점이다. 국내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간암 환자의 20%가량이 C형 간염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백신 판매액의 3%를 로열티로 받았다. 많을 때는 한 해 10억원이 넘기도 했다. 그는 85년 1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모아 한국간연구재단을 만들었다. 서울대 의대 부설 간연구소를 설립해 건물을 국가에 헌납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라며 “10%가량은 챙겼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폭탄주 매니어’다. 술이 간에 해롭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아는데 간 명의가 술을, 그것도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폭음을 한다. “요즘도 폭탄주 여덟 잔 정도는 먹어요. 젊을 때는 앉은 자리에서 양주 세 병까지도 마셨어요.”
그는 이렇게 술을 먹어도 일흔 전까지는 필름이 끊긴 적이 없다. 그는 목∼일요일 술을 마신다. 목을 달래기 위해 모인다는 ‘목탄회’, 금요일엔 젊은 시절에 조직한 ‘금주회(金酒會)’에서, 주말엔 대개 골프를 즐긴 뒤 친구들과 어울려 마신다. 금주회는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모임이다. 40년 전부터 지속한다. 50여 명의 의사가 1시간가량 최근 의료기술을 토론한 뒤 술집으로 몰려간다.
이렇게 술을 마시는데도 간이 멀쩡하다. 매년 11월 건강검진을 받는데 언제나 정상 판정을 받았다. 비결은 3일(월∼수요일)은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주 4일 음주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김 이사장은 “아버지도 술을 잘 마셨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술을 끊을 생각은 없다.
김 이사장은 간 질환 환자는 술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나 환자가 술을 마시면 간경화·간암으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간 건강법은 간에 좋지 않은 약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간에 부담을 주는 항생제·감기약·아스피린을 되도록이면 먹지 말고, 특히 성분 미상의 약을 조심하세요.”
그는 일부 환자가 말을 붙이기 어려워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이사장은 “인상이 워낙 고약하니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해도 안 돼”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입력 2011.10.28 / 글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김정룡 박사의 간 질환 예방 10계명
▶간에 관심을 가지면 예방·치료가 쉽다
▶간을 특별히 보호하는 음식은 없다
▶나쁜 약을 잘못 먹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를 받는다
▶수건·물컵·면도기 등은 자기 것을 사용한다
▶모자(母子) 수직감염을 막기 위해 신생아에게 백신을 접종한다
▶적어도 주 3일은 음주를 피한다
▶흡연을 삼간다
▶소화가 안 되거나 소변이 붉게 나오면 검진이 필요하다
▶피곤하면 오후에 30분간 누워서 쉰다
A형·B형·C형 간염 환자 치료법
▶ A형: 30대 이하 A형 백신 접종, 간염 걸린 경험 있으면 백신 불필요
▶ B형: 50대 이상 백신 맞을 필요 없음
▶ C형: 예방 백신 없음. 미국서 약 2종 판매 중
자료=서울대 의대 간연구소
◆김정룡(金丁龍) 박사=1935년생으로 서울대 의대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6년부터 서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로 일했으며, 2000년 8월 정년 퇴직한 뒤 그해 11월부터 일산 백병원으로 옮겨 10년째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B형 간염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B형 간염 백신 개발도 주도해 ‘간 박사’로 불린다. 한국간연구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의대 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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