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채나미"를 아십니까?

풍월 사선암 2011. 10. 11. 17:47

 

"채나미"를 아십니까?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사당동 쪽으로 향하다보면 고가도로가 끝나는 곳에 새로 지은 교회가 하나 있다. 이수성결교회. 작년 10월 카페골목이 있는 서초구 방배본동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이 교회 정문 앞에는 커다란 뒤주가 하나 놓였다. 이름 하여 채나미통’. ‘채나미채우고 나누는 사랑의 쌀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성미(誠米)를 모을 때 흔히 그랬던 것처럼 신자들이 매 끼니 한 숟가락씩 쌀을 덜어 모아서 이 채나미통에 가져다 담으면, 교회 인근에 사는 영세민들이 필요한 만큼 쌀을 퍼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쌀을 채우는 사람이나 가져가는 사람 모두 누구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쌀을 채우는 사람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쌀통을 채우고, 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 눈치 볼 일 없이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쌀을 가져가는 사람 중에는 100원짜리 동전을 몇 개 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교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처음에는 한 달에 쌀 2가마 정도 소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쌀을 가져가는 사람이 느는 바람에 한 달에 4가마, 5가마로 늘더니, 최근에는 한 달에 6~7가마가 들어간다!"고 한다. 목사님은 일요일 날 설교에 앞서 교회소식을 알릴 때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면서 채나미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성도들의 호응도 크다. 기명 혹은 익명으로 몇 만원, 몇 십만 원씩 채나미 성금을 내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의 생일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채나미 성금을 내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에는 80세가 넘은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강북의 한 달동네에 사는 그 할머니는 아들이 호적에 올라 있는 탓에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 겨울에도 배를 곯고 있었다고한다. 집에 쌀이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동작동 이수성결교회에 가면 쌀이 있다고 알려주면서 , 한 번에 한 봉지만 가져와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교회는 그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온 할머니는 비닐봉지에 쌀을 담다가 목사님과 마주쳤다. 할머니는 목사님에게 사람이 굶어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목사님은 쌀을 더 가져가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이거면 됐다. 이 쌀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오지 않겠다! 고 말했다.

 

가슴이 짠한 얘기였다. 선진국 진입을 얘기하고, G-20의 일원임을 자랑하지만,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굶어죽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런 이들이 우리 옆에 남아 있는 한, 아무리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가 빛나더라도, 좌파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울러 이렇게 복지사각(死角)지대에 놓인 사람들, 당장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먹고 살만한 사람들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상의료니 무상급식이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게 얼마나 정신 나간 소리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나라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다음에야 그 재원은 한계가 있기 마련, 더 절실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도움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정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이런 분들부터 챙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구석이 있다. 그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쌀은 한 봉지만 가져가는 할머니,

 

단 돈 몇 백 원이라도 놓고 가는 영세민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아직도 이사회에 타인에 대한 배려’ ‘염치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아울러 우리 사회의 일부 종교인(특히 개신교인)들이 다른 종교 믿는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 골 지르는 소릴 해서 곧잘 물의를 일으키지만, 이렇게 조용히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는 종교인도 있다는 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