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허형만 시 - 가짜, 제주 올레길

풍월 사선암 2011. 9. 27. 23:48

 

제주 올레 길

 

바쁠 것 하나 없다

말이 필요 없다

마음으로 보며 걷는 길

쑥부쟁이도 파도 소리도

피붙이인 듯 함께 걷는 길

제주올레 길을 걸으며

내 한 세상 건너다니는 동안

끊어진 길은 없는지

사라지고 잊혀진 길은 없는지

내 살아온 길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느니

세월이여, 이리 걸을 수 있음이여,

참으로 고맙고 눈물겹구나

 

<허형만 시집 그늘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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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스님, 김남조 시인이 누님이시라면서요

옆자리에 앉은 오탁번 시인이 장난을 거신다

글쎄, 그게, 중이란 게 나이를 알지 못해서

큰 스님이 딴청을 피우시다가 한 말씀 하시는데

나는 중 옷만 입었지 가짜 중이야

그 말씀이 끝나자마자 내 정수리가 뻥 뚫리는 듯했다

저리 큰 스님이 가짜 중이라니, 그럼 나는?

가짜 교수? 가짜 시인?

어쩐지 요즘 육십 세월이 헐겁더라니

그날 밤 나는 오탁번 시인과 왕십리에서 대취했다

 

- 2010'남부시' 2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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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1945년 전남 순천 출생. 1973'월간문학' 등단. 시집 '눈 먼 사랑' '첫차' '영혼의 눈' 12.

 

가짜는 스스로를 가짜라고 하지 않는다. 진짜는 감동을 주지만 가짜는 역겨움을 가져온다. 진실을 가장한 요란한 말로 현혹시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목적을 숨긴다. 숱한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도 진실은 빛을 발하는 법이다. 눈이 밝으면 그 빛이 보인다.

 

올해 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누구를 투표해야 할 것인지 친구에게 물었더니 ', 제일 가난한 사람 찍어, 그 사람이 제일 정직한 거야' 농담처럼 툭 던지는 그 말에 전류가 흐른다. 내가 낸 세금이 바르게 쓰이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옥석을 가려내어 가짜 공복이 당선되는 영광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이가 행복해지는 맑은 사회가 그립다. <강영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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