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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백의민족 숨결 서린 ‘작은 역사 교과서’

풍월 사선암 2011. 9. 6. 08:02

강화도, 백의민족 숨결 서린 작은 역사 교과서

 

청동시대 고인돌·고려 왕궁터

강압아래 병자수호조약 맺어

조선말 함포외교 ·과 격전

 

육지 같은 섬 강화도는 작은 역사교과서로 불린다. 섬 전체에 문화재가 널려 있고, 풍부하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있고, 몽골이 고려를 짓밟는 그 순간 고려 왕실은 강화도에 천도해 우리에게 고려 왕궁터를 남겼으며, 조선 후기에는 정제두가 양명학을 연구한 곳이기도 하다. 근대에는 프랑스, 미국과 전투를 벌였던 전쟁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섬이다. 그리고 일본과는 최초로 근대적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조약을 맺은 현장이기도 하다. 강화도는 이처럼 우리 민족의 숨결이 서려 있는 곳으로 우리 역사를 선사시대에서 근·현대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천혜의 자연적 경치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강화도 본도와 교동도·석모도 등 주민이 살고 있는 섬 11개와 무인도 18개로 이루어져 있다.

 

◀용두돈대.

 

강화조약이 체결된 연미정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풍류를 즐기거나 학문을 공부하던 정자이다. 한강과 임진강의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정자 이름을 연미정이라 지었다고 한다. 고려 고종이 사립교육기관인 구재(九齋)의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놓고 공부하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또한 조선 중종 5(1510) 삼포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황형에게 이 정자를 주었다고 한다. 인조 5(1627) 정묘호란 때에는 강화조약을 체결한 곳이기도 하다.

 

 

◀석모도의 일몰.

 

조선시대 대포가 있는 갑곶돈대

 

강화읍 갑곶리 1020에 있다. 이 돈대는 고려 고종 19(1232)부터 원종 11(1270)까지 도읍을 강화도로 옮긴 후 몽고와 싸울 때의 외성으로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였다. 조선 인조 22(1644)에 설치된 제물진(갑곶진)에 소속된 이 돈대는 숙종 5(1679)에 축조됐다. 고종 3(1866) 97일 병인양요 시 프랑스 극동함대가 6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으로 상륙하여 강화산성, 문수산성 등을 점령했다. 같은 해 1013일 프랑스군은 삼랑성(정족산성) 전투에서 양헌수 장군의 부대에 패주했다. 이때 강화성 내에 있던 강화 동종을 가져가려다 여의치 않자 성내에 있던 외규장각 도서 등을 약탈하고 조선궁전 건물은 불을 질러 소실됐다. 돈대 내에는 조선시대의 대포가 전시되어 있다.

 

◀초지진.

 

바다를 지키는 요새 초지진

 

해상으로부터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하여 조선 효종 7(1656)에 구축한 요새이다. 고종 3(1866) 10월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침입한 프랑스군 극동함대 및 고종 8(1871) 4월에 통상을 강요하며 내침한 미국 로저스의 아세아함대, 고종 12(1875) 8월 침공한 일본군함 운양호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이다. 당시 프랑스와 미국, 일본의 함대는 우수한 근대식 무기를 가진 데 비해 우리 군은 사거리도 짧고 정조준도 안 되는 열세한 무기로 외세에 대항해 싸웠다. 특히 일본 군함 운양호의 침공은 고종 13(1876)에 강압에 의한 강화도수호조약(병자수호조약)을 맺어 인천, 원산, 부산항을 개항하게 되고 또한 우리나라의 주권을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곳은 민족 시련의 역사적 현장으로 애국애족 및 호국정신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성보 포대.

 

슬프고 아픈 역사의 현장, 광성보

 

광성보는 조선 효종 9(1658)에 설치되었으며, 숙종 5(1679)에 용두돈대, 오두돈대, 화도돈대, 광성돈대 등 소속 돈대가 축조되었다. 영조 21(1745) 성을 개축하면서 성문을 건립하고 안해루(按海樓)라는 현판을 달았다. 고종 3(1866) 프랑스의 극동함대와 치열한 격전(병인양요)을 치렀으며, 고종 8(1871) 미국의 아세아함대(신미양요)가 이 성을 유린하여 우리 수비군은 탄환 및 화살이 떨어지자 어재연 장군 이하 전 장병이 백병전으로 맞서 용감히 싸우다 전원이 장렬히 순국한 곳이다. 광성보 내에는 신미양요시 순국한 순무천총 어재연, 동생 어재순의 쌍충비와 무명용사들의 합장 묘인 신미순의 총 그리고 1977년 전적지를 보수하고 세운 강화 전적지 보수 정화비 등이 있다.

 


 

늦여름 호젓한 갯벌졸고 있는 작은 고깃배

 

◀강화도는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닿는 짧은 거리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광활한 갯벌이 있어서 가을 여행지로 인기가 좋다. 갯벌체험은 즐겁고 신나는 동시에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고 환경의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늦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호젓함을 만끽하려면 강화도 여행이 제격이다. 강화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에 속한 섬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강화도로 가려면 김포를 통과해야 하는데 김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한다. 한데 강화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이라는 사실이 늘 의아하다.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강화갯벌센터.

 

세계 5대 갯벌천연기념무로 지정

 

강화군은 전체가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강화도가 제일 큰 섬이다. 김포시에서 강화도로 이어지는 다리는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 두 곳이 있다. 섬이면서도 육지와 연결된 곳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강화도는 바다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서울에서 갈 수 있는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는 짧은 거리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광활한 갯벌이 있어서 인기가 좋다. 해변에 간다 해도 여름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 절기 처서(處暑)가 열흘쯤 지나고 나니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해변에 텐트를 치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상쾌한 바람을 맞아보기엔 지금처럼 좋은 계절이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 주말이면 바다와 일몰을 구경하려는 많은 사람이 강화도 해변으로 달려온다. 강화도에서 가을바다의 정취를 느끼기엔 동막해변만 한 곳도 없다. 해변을 따라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은 낮에는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고, 밤이면 잔잔한 솔향기를 뿜어내 더없이 좋다. 강화도 본섬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동막해변은 길이는 200m에 불과하다. 밀물 때는 10m의 좁은 백사장이지만 물이 빠지면 직선거리 459.5나 되는 갯벌이 드러난다.

 

천혜의 갯벌을 품고 있는 동막해변에서 여하리, 동검리로 이어지는 강화도 남단은 유럽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남미 아마존 강 하구 해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강화도 갯벌은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됐다. 여기에 인근 교동도와 석모도, 주문도, 아차도, 볼옴도 등 작은 섬들 사이에도 갯벌 천지다. 여의도 면적 52.7배 크기의 갯벌이 강화도를 둘러싸고 있다.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가 이곳 갯벌에서 서식한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참게, 농게, 쇠스랑게 등 14종의 게가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또 조개나 고둥 등 연체동물, 갯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도 발견된다.

 

펄을 조금만 파헤치면 게와 조개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갯벌체험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다. 갯벌체험은 즐겁고 신나는 동시에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고, 환경의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저녁 무렵 하늘과 바다 그리고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은 환상이다. 갯벌의 광활하고 웅대한 모습을 보려면 동막리를 비롯한 주변이 드높게 펼쳐지는 본오리돈대로 가야 한다.

 

갯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곳도 있다. 강화갯벌센터는 1층에는 갯벌 생태에 관한 전시, 2층에 철새들에 대한 전시를 하고, 매월 색다른 생태식물을 특별전시도 한다. 특히 1층 전시장에는 오감전시라 하여 전시물을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동막해변과 갯벌체험관이 있는 화도면 여차리까지의 2차선 포장도로 주변에는 독특한 건축물들이 눈길을 끈다. 바다가 보이는 이곳 펜션들은 미술관과 음식점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강화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은 시조 단군(檀君)의 신화가 서려 있는 곳이다. 전국체육대회의 상징인 성화 채화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마니산 정상엔 단군이 제사 지낸 첨성단

 

이 지역을 여행지로 삼았다면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 세운 고조선의 흔적을 만나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나라인 고조선 유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강화도 남쪽 끝에 위치한 마니산 정상이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중간에 위치해 민족의 정기가 집결한 곳으로 알려진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인 참성단이 있다. 제단은 원래 네모꼴의 돌을 쌓아 놓은 형태였으나 여러 차례의 수축(修築)으로 오늘날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됐다. 길상면에 있는 삼랑성(三郎城)과 함께 단군 관계 유적으로도 중요하다. 참성단에서는 지금도 매년 전국체육대회의 상징인 성화를 채화하고 있다.

 

마니산에는 천년고찰 전등사가 있다. 372년 소수림왕 때 세운 전등사는 몽골족의 침략을 막고자 노력한 고려왕실의 절이다. 전등사에서 마니산 정상까지 등반은 두 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마니산은 해발 47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해수면 가까이에 있어 육지의 보통 산으로 따지면 700m 정도 되는 산행길이다. 가을철 해무가 낮게 끼거나 주변에 억새가 피어나면 마니산 주변은 신비감을 더해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행정보

 

가는 길=서울에서 가려면 올림픽대로 또는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 48번 국도(김포)352번 지방도로초지대교전등사동막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신촌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신촌강화여객터미널 1시간 소요.

 

묵을 곳=강화군(지역번호 032) 화도면 동막리와 사기리, 여차리 바닷가에 시설 좋은 펜션이 여럿 있다. 초록별펜션(937-7858) 일마레펜션(010-5456-1242) 마리펜션(937-9975) 씨씨하우스(937-3453) 바닷가펜션(937-8499) 갈릴리펜션(937-0063) 구름위산책(937-0037) 하늘바라기(010-3322-9368) 별빛바다(937-1970) 쁘띠펜션(937-8251).

 

먹을 것=강화는 밴댕이, 장어, 순무를 이용한 김치와 정과 등이 유명하다. 잘 알려진 음식점으로는 편가네된장(937-6479)의 한식, 사회적기업인 콩세알농민식당(933-9685)의 백반, 충남서산집(933-8403)의 꽃게탕, 버들회집(937-3472)의 왕새우 소금구이 등이 있다.

 

<세계일보>입력 2011.09.01 / 강화=류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