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

풍월 사선암 2011. 8. 27. 09:48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

 

어느 동네에건 반드시 바보가 한 명씩 배치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스승으로 한 명씩 내려보내셨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남을 모함하거나 비방하지 않는다.

부디 조롱하지 말고 경배하라.

 

한밤중. 우울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에서

잘 익은 우울 한 개를 따서 껍질을 말끔히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절망의 분말을 한 스푼 정도 섞은 다음

한 컵 정도의 쓰디쓴 그리움과 혼합해서 마시면

자살충동이 배가됩니다.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에게

'자니'라고 보내야 할 문자를 어쩌다가

'자지'라고 보내고 이틀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워쪄!

자지? 하면 오해를 덜 수도 있었는데

왜 물음표를 안 붙였느냐 하면요,

저 아직 핸펀에서 기호 쓸 줄 모르거든요.

 

으헝~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어도

천 리나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대 사이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랄알타이어가

부랄알타이어로 읽혀지면 변태인가요.

 

세파에 시달리다 늘어난 주름살.

어떤 이가 보톡스 몇 방이면 펴진다고 가르쳐주네.

 

아주 잠깐 키득거리는 개들의 웃음소리.

내면이 허할수록 겉치장에 여념이 없는 법,

 

내 낯짝에 주름살은 괜찮으니

제발 구겨진 세상의 주름살이나 좀 펴졌으면 좋겠네.

 

너덧 살짜리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고흐도 피카소도 클림트도 쪽팔려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표현력과 아름다움과 순수성이 간직되어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왜 학교만 들어가면

한결같이 조악하고 천박한 그림들을

그리게 되는 것일까.

 

- 이외수/ 아불류 시불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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