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촛불 드는 이 땅의 대학생들이여

풍월 사선암 2011. 6. 28. 23:51

[시론]촛불 드는 이 땅의 대학생들이여

 

그대 힘들지만 꿈 가진 '삶의 부자'

'반값'으로 미래를 탕진 말아야

 

이 땅의 대학생들이여! 대학 4년을 고학으로, 그 중 2년을 결핵환자로 지냈던 사람으로서 등록금이 주는 그 엄청난 고통을 십분 이해합니다. 당신들의 그 외침에 대해 누구도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침을 관철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기 전에 잠깐 생각해 봅시다.

 

무엇보다 당신들은 이 나라의 가장 큰 부자들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당신들은 아직 젊고 건강합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밝고 찬란한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한 번 둘러 봅시다. 이 세상에는 당신들 보다 몇 배나 더 가난하고 몇 배나 더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돈은 물론 여러분들이 향유하고 있는 그 젊음, 건강, 그리고 꿈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병들고 나이 들어 일하고 싶어도 못하고 배고픔과 가난과 외로움에 고통 받고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 하루 몇 천원으로 생활하는 그 수많은 독거 노인들, 고아들, 미혼모들, 홈리스들, 실업자들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 아니 도와야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바로 당신들도 포함된 우리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도와야 합니다. 십시일반으로 도우고, 세금으로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나라가 세금으로 등록금을 반으로 줄여 주기를 바랍니까? 이 불행한 사람들을 도외시 하고 젊고 진정한 의미에서 삶의 부자인 당신들의 안락을 위해서 그 돈을 쓰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요? 젊음은 어디에 갔습니까? 이상은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나도 학창시절에 참 힘들었습니다. 유학시절에는 공장직공, 택시기사, 수위, 웨이터 등 온갖 일들을 다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고생스러웠던 만큼 나에게는 젊음과 꿈이 있었습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런 면에서 그때 나는 부자였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젊음과 꿈은 나의 그 고생들을 값지고 소중한 경험으로, 나를 더 단련하고 더 강하게 만드는 너무나 훌륭한 자양분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들도 지금 부자입니다. 그 부자들이 그 빈자들에게 가야 할 몫을 챙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당신들의 자부심에 먹칠하는 일입니다.

 

이번에 반값 등록금 동맹휴학에 참여하지 않은 그 수많은 학생들의 마음 속에는 아마도 내가 이 나이에 벌써 나라에 손을 벌려?“ 하는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발상은 정말 황당한 것입니다. 나랏돈으로 등록금을 반으로 줄 일 수 있으면 버스 요금, 전기요금, 비행기 요금, 기차 요금, 아파트값도 다 반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들의 미래를 탕진하는 일입니다.

 

모두가 떡을 더 달라고 외칠 때 진정한 의미에서 부자인 당신들만은 도리어 당당하게 우리에게 줄 그 떡을 저 불쌍한 사람들에게 먼저 나눠 주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용기 넘치는 젊은이의 모습을 꿈꾸어 보는 것은 과욕일까요? 표에 눈이 어두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설치는 이 한심한 정치인들에게 도리어정신 차려라!‘고 호통칠 수 있는 젊은이가 전쟁과 독재에 앞장서 싸운 이 나라 젊은이의 모습 아닙니까?

 

대학 운영의 비합리성, 그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형편없는 교육의 질, 장학금 기탁을 어렵게 만드는 그 수많은 잘못된 제도들, 호의호식하면서 교육 기여에는 인색한 이 나라의 부자들에 대해 여러분은 얼마든지 소리 높여 항의하십시오. 그러나 그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나라에게 떡 더 달라고 촛불을 들고 나서는 그 행태는 제발 좀 그만 둬 주십시오. 제발 이 땅의 우리 그 자랑스러운 젊은이의 모습을 잃지 말아 주십시오!

 

전성철 <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 한국경제 201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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