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팜므파탈 / 김은희

풍월 사선암 2011. 6. 13. 23:49

 

팜므파탈 / 김은희

 

하얀 피부에 쭉 뻗은 몸매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용기 내어 한 번 입 맞추었지

 

첨엔 어색했으나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횟수가 늘수록

그녀와의 데이트는

엄마 젖꼭지 물고 잠든 아가마냥

편안하고 행복했어

 

이제는 그녀 없이 하루,

아니 한 시간도 견딜 수 없게 됐네

그녈 향한 사랑 날마다 불붙었지

 

그녀는

초조함 달래주고, 고민도 덜어주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

 

하얀 구름 속 천사 같던 그녀

어느덧 검은 마수를 드러내고

그녀에게 중독돼버린 나는

날마다 조금씩 쇠약해져갔지

치명적인 팜므파탈

그녀와 이별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냉정히 뿌리칠 수 없었어

 

호기심에 슬쩍 한 번 해본 입맞춤

결국 죽음의 여신,

검은 입술에 입 맞추었네

 

그녀는 여전히

허연 다리 쭉 뻗으며 뻔뻔한 유혹의 미소 흘리고 있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 되고 건강을 해친다!'

타투를 몸뚱이에 새긴 채

 

 

팜므파탈(femme fatale)

 

*요약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

 

*본문

femme는 프랑스어()'(여성)', fatale'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미술·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어,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를 뜻하는 말로까지 확대·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운명적'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굴레를 뜻한다. 즉 팜므 파탈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다. 따라서 팜므 파탈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역시 팜므 파탈의 손아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인력 앞에서 남성은 끝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팜므 파탈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팜므 파탈은 종교적·신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문학작품 등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예로는, 뱀의 꾐에 빠져 금단(禁斷)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하와(이브), 헤로데스를 춤으로 유혹해 그로 하여금 세례 요한을 죽게 하는 신약성서의 살로메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젊은 시인을 유혹하는 라미아(Lamia:그리스신화에서 어린이를 잡아먹는 요부), 하나의 몸에 사자·염소·뱀 등 3개의 머리를 한 키마이라 등도 팜므 파탈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로 영화 용어로 많이 쓰이는데,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자 주인공의 운명을 예기치 않은 나락으로 빠뜨려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악녀를 가리킨다. 이 경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학예(學藝)의 여신 뮤즈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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