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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속의 지혜 - 資治通鑑 1권 中에서

풍월 사선암 2011. 5. 6. 21:59

 

고전속의 지혜 - 資治通鑑 1에서

 

나라 文候王이 신하 李克에게 정승 추천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居視其所親하며 富視其所與하며 達視其所擧하며 窮視其所不爲하며

貧視其所不取五者足以定之矣니이다.

 

* 평소 생활하는 가운데 그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십시오.

* 부자가 되었을 때에는 그가 함께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보십시오.

* 직위가 현달한 지위에 갔을 때에 그가 천거하는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살피십시오.

* 어려운 자리에 몰렸을 때에 그가 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를 살피십시오.

* 가난했을 때에 취하지 않은 재물이 무엇인지를 보십시오.

 

이 다섯 가지로 충분히 결정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치통감(資治通鑑)

 

"임금이 되어서 '자치통감'을 모르면 정치를 잘하려고 하여도 잘 다스리는 자료의 근원을 알지 못할 것이고, 혼란스러운 것을 싫어하지만 혼란을 막는 방법을 알지 못할 것이다. 또 신하 된 사람이 '자치통감'을 알지 못하면 위로는 임금을 섬길 줄 모르고, 아래로는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 아들 된 사람이 '자치통감'을 모르면 스스로 처신하는 방법을 꾀하여도 반드시 선조를 욕되게 할 것이며, 일을 처리하더라도 후세에까지 드리우기에는 부족할 것이다."('자치통감'에 음주를 단 호삼성의 말)

 

'자치통감'은 송나라 때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분량이 294권이나 되는 방대한 저작이다. 사마광은 송나라 영종황제의 명령을 받고 106710월에 먼저 '통지'(通志)라는 이름으로 여덟 권을 지어서 바쳤다. 그러나 영종이 그해 4월에 죽고, 그의 아들인 신종이 황제에 등극하자 신종에게 이 책을 바쳤는데, 신종이 이 책의 이름을 '자치통감'이라고 붙여주었다. 사마광은 그 후로도 계속 작업을 하여 17년이 더 지난 1084년에 '자치통감'을 완성하였다.

 

'자치통감'은 송대 이후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동양 사회의 지식인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존중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시대에는 '천자문' '동몽선습' '사서'를 읽은 다음에 '자치통감'을 읽어야하는 것으로 알아왔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집대성한 세종대왕은 이 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백성들에게 이 책을 쉽게 읽히고자 당시의 저명한 학자들을 동원하여 국가적인 사업으로 '자치통감훈의'를 편찬하였으니, 당시 이 책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되었는지 알 수 있다.

 

"상감께서 경회루에 직접 나가시어 합격자 네 명을 불러오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계몽'(啓蒙)'중용'(中庸)을 강론하게 하였는데, 최자빈(崔自賓)과 이맹현(李孟賢)은 이 두 책을 두루 잘 알고 있었다. 세종이 '자치통감'을 강론하게 하고서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나라 시대에 고조(高祖)와 항우(項羽) 가운데 누가 더 올바르고 위대하였는가? 하니 최자빈은 항우가 정대(正大)하다고 하였고, 이맹현은 한 고조가 더 정대하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세종은 이맹현을 으뜸으로 정하였다.

 

많은 긴 이야기를 사마천은 '사기'에서 130권으로 정리하여 써놓았고, 반고는 '한서'에서 100권으로 정리하였다. 그런데 사마광은 이 내용을 30권으로 정리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축소된 것은 아니다. '사기''한서'는 기전체라는 인물별 역사 기록 방식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사건 하나를 서술하면서도 그 사건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 그 사건을 중복해서 기록하였다. 그러나 사마광은 편년체 역사 서술 방식으로 이 중복을 줄여 30여 권으로도 충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내용상 기존 역사서의 정수를 뽑아냈다는 점 말고도, '자치통감'은 사마광의 명문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송 8대가(왕안석, 중공, 구양수와 소식 3부자)가 활동하던 시대에 같이 살았고, 또 유학을 새로운 철학으로 승화시킨 북송시대의 주렴계, 장횡거, 정이천, 정명도 등 송학을 일으킨 사람들과 한 시대에 살았던 사마광은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역사와 철학, 문학을 동시에 녹여 넣으며 도를 싣지 않은 문장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당시 분위기에 맞는 글로써 문학의 결정판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지혜'라고 부르는 것은 오랜 역사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역사 기록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속에는 그 세월만큼 승리하고 위기를 극복하고 상황을 반전시킨 사람들의 경험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의 허를 단숨에 꿰뚫어 보고 촌철살인의 꾀를 내며,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단번에 반전의 물꼬를 트는 번득이는 지혜, 고요한 평화 속에서도 장차 닥칠 위기를 간파하고 대비하는 신중함, 20만 대군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내는 세 치 혀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화술, 시장에서 마구잡이로 끌고 온 병사를 이끌고 배수의 진을 치고 승리하는 전술 등이 바로 이 '자치통감' 속에 들어있다.

 

'자치통감'은 파란만장한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로 마치 소설 같은 흥미를 느낄 정도로 재미있게 구성한 책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동양역사학에서도 '춘추' '사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명저로 후대 학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역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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