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140년만에 최악 지진 일본 대지진

풍월 사선암 2011. 3. 13. 10:32

 

 

 

 

 

 

 

 

 

 

 

 

 

 

 

 

 

논밭·공장지대 수면 아래로

 

11 일 일본 열도를 경악에 빠뜨린 초대형 쓰나미는 동북부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해안 지방을 단숨에 삼켰다. 바닷물은 빠른 속도로 해변가를 거쳐 육지 깊숙이 휩쓸어갔다. 집과 논밭, 공장지대가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둥둥 떠다니는 것은 소나 돼지가 아니라 목조 주택과 건물, 선박, 자동차였다. 주민들이 얼마나 떠내려가고 죽었는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일본의 긴급 재난방송은 "되도록 튼튼한 콘크리트 건물의 3, 4층으로 대피하라"는 얘기만 숨가쁘게 쏟아냈다. 예상을 못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급습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해 대비 체제를 갖춘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속수무책으로 허둥댔다.

 

오후 246분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진 발생지역인 산리쿠 바다 밑에서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쓰나미의 첫 파도는 그로부터 6분 뒤 미야기현 해안가에 도달했다. 50높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자 초대형 쓰나미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와 이와테현에선 7m를 넘는 파도가 마을과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바닷물은 해안지역부터 차례로 가옥과 차량, 선박을 휩쓸어 나갔다. 재해상황에 대비해 설치해둔 < 엔에이치케이 > (NHK) 카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이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생생하게 중계했다. 미야기현 센다이만과 가까운 센다이공항은 활주로가 침수됐고, 승객들은 급히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했다. 센다이의 빌딩과 아파트 곳곳에서는 화재가 잇따랐다.

 

이미 7m를 넘은 1파에 이어 닥칠 쓰나미 2, 3파는 10m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충분한 대비 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터여서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쓰나미는 18962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메이지 산리쿠 대지진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일부 해안 지역에선 파도의 높이가 20m를 넘었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이번 대지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지진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쓰나미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산리쿠 지진이 특히 대형 쓰나미를 자주 발생시키는 이유는 이 일대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지각판의 독특한 움직임에 있다. 지진을 낳는 북미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부드러운 퇴적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양쪽 판의 충돌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 이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지진파보다 바닷물에 훨씬 큰 에너지가 집적된다는 것이다.

 

산리쿠는 쓰나미의 원조다. 1896년 당시 지진에 이은 거대한 바닷물의 습격을 받은 일본인들은 "집채만한 파도가 덮쳤다. 쓰나미다"라고 소리쳤다. 이후 쓰나미가 지진해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하게 됐다. 이후에도 일본 동북해와 동해에서 쓰나미로 몇천명씩 숨졌으며, 미국 알래스카와 필리핀,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로 23만명이 숨졌다 

 

[일본 대지진] 리히터 규모 8.8 강도는 대부분 건물 완파 수준내진기준 초과한 듯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의 리히터 규모는 8.8.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발생한 지진 가운데 일곱 번째로 강력하다.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Richter magnitude scale)1935년 미국 지질학자 찰스 리히터가 지진의 에너지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었다. 통상 수치가 1씩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는 32배씩 증가한다. 즉 이번 일본 대지진은 지난달 22일 규모 6.5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보다 무려 900~1,000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지닌 셈이다.

 

파괴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규모 8.8 정도면 대부분의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다고 보고 있다. 오용해 기상청 지진감시과장은 "교량이나 초고층 건물 등 대형 구조물은 상당수 파괴된다고 보면 된다""산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9 정도에 이르면 건물들은 전면적으로 파괴되고 지면에는 단층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철로가 엿가락처럼 심하게 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규모 2~2.9 사이일 경우 보통의 사람이 진동을 느낀다. 창문이나 전등과 같은 공중에 매달린 물체가 흔들리는 정도다.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보다 조금 더 강한 규모 3~3.9 는 집이 크게 흔들리고 창문이 깨진다. 작고 불안정하게 놓인 물건들은 떨어지기 십상이다.

 

현재 일본 곳곳에선 여진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현 등에서 관측되는 규모 5의 여진에선 사람이 서있기가 힘들고 가구들도 심하게 움직인다. 집 안 천장과 벽의 내장재는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다.

 

이번 지진이 더욱 무서운 건 8.8이란 강도 이후에도 이 같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버틴 건물들도 며칠간 계속되는 여진으로 내구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질공학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8.8이란 수치는 일본 내 일반적인 건물의 내진 기준을 초과한데다 이 상태로 여진이 계속된다면 남아있는 건물도 대부분 쓰러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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