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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Lethe)의 강은 망각의 강

풍월 사선암 2011. 2. 15. 17:22

레테(Lethe)의 강은 망각의 강

 

인간은 누구나 이승을 하직하면 저승에 오르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이승과 저승을 구분 짓는 것 중의 하나가 그 사이를 흐르는 5개의 강이다.

 

5개의 강을 모두 건넌 후에 인간은 완전히 저승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

 

불교에서 말하는, 1주일에 한 번씩 7번 부처님과 면접을 끝내야만 저승에 이른다는...49제라는 의식과 거의 비슷한 경우인데, <그리스 신화>에 보면 그런 5개의 강을 이렇게 구분지어 놨지.

 

5개의 강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죽어서 저승길에 오르면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첫 번째 강에 이르게 되는데,

 

그 첫 번째 강이 "비통의 강", 또는 "슬픔의 강"이라고 말하는 "아케론"이라는 이름의 강이지.

 

혼령이 도착하면 이 강을 건너기 위해 카론이란 늙은 뱃사공이 모는, 밑바닥이 없는 소 가죽배를 얻어 타야 하는데, 이 노인네가 인정이란 건 눈꼽만큼도 없어서 엽전이라도 한 닢 찔러 주지 않으면 절대로 배에 혼령을 태워 주지 않거든.

 

그래서 그 때 뱃삯을 지불하라고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의 입 속에 동전을 넣어 주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지.

 

어렵게 가죽배를 타고 피안에 이르면 또 다른 강이 혼령을 가로막는데, 그것은 "시름의 강"이라고 하는 "코키토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비탄하게 생각하고 울면서 건넜던 "비통의 강"을 지난 후 만나게 되는 강. 혼령은 이 강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게 되지.

 

그 순간, 자신의 비통했던 과거가 모조리 보이는 거야...

그 비통함을 보면서 혼령은 다시 슬퍼하고 시름하면서 그 강을 건너게 돼.

 

강을 건너니 이번에는 커다란 불길이 혼령 앞에 나타나게 돼. 그 이름은 "플레게톤"이지.

 

사실 불길이라기보다는 엄청나게 뜨거운 불덩이가 흐르는 강이지. 그러나 혼령에게는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관계로 이 곳을 건너면서, 자신의 혼을 불태우게 돼. 그러면서 영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지...

 

세 개의 강을 건넌 혼령은 "증오의 강", 또는 "영원 불사의강"이라 불리는 네 번째 강인 "스틱스" 앞에 이르게 돼.

 

스틱스에 몸을 담궈야만 영원히 죽지 않는 혼령이 되는 것이지. 우리들이 몇백 년 전에 죽은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는 것도 망자들은 이미 이 영원 불사의 힘을 얻었다고 믿기 때문인 것이야.

 

트로이 전쟁에서 화살을 맞고 죽은 브래드 피트, 즉 아킬레우스도 스틱스에 몸을 담근 적이 있었지.

 

아킬레우스는 인간의 몸이었던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이었던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당시의 법전을 살펴보면, "신과 신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죽게 되는 고통을 겪게 된다."고 써 있다고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엄마 테티스는 인간의 몸이었던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놈을 신들처럼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지.

 

그러던 어느 날 밤... 테티스는 아들놈을 업고 스틱스 강으로 캠핑을 가게 되고, 몸을 담그면 영원 불사한다는 강물에 아들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고 담갔어.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하필이면, 강물에 닿지 않은 발목--테티스가 아킬레우스를 담글 때 잡았던 발목 부분에 화살을 맞고 목숨을 잃게 되잖아.

 

그래서... 인간들이 말하기를, 치명적인 약점을 "아킬레스 건"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된 거야.

 

이렇게 스틱스를 건너면서 혼령은 영원 불사의 능력을 부여받게 되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다섯 번째 강에 이르게 되는데,

 

그 다섯 번째 강이 그 유명한 "망각의 강"이라고 말하는 "레테의 강"인 것이다.

 

레테의 강에 이르면 혼령은 품 안에 품고 온 바가지를 꺼내서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지. 마시기만 하면 강의 이름처럼,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들이 사라져 버리는 거야. 전생에서의 기억이나 데이터는 깡그리 사라지고 비로소 저승의 백성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

 

이렇게 마지막 레테의 강을 건너면 혼령들은 강 건너 T자형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낙원의 들판이라 말하는 "엘리시온"으로 가는 길이 되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무한 지옥인 "타르타로스"라는 불구덩이로 인도되는 거지만, 어느 쪽으로 가든 간에 혼령들은 저승 사람으로서의 새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지.

 

인간들은 죽지 않고서는 결단코 영원 불사의 능력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워 버리고 싶은 기억을 단 한 가지도 지워 낼 수 없는 거야.

 

죽지 않고서는 스틱스를 건널 수 없고, 레테의 강을 건널 수 없는 것이 그 이유인 게지.

 


♬ C.W. Gluck "Alceste" 中 Divinite's du Styx
글룩의 "알체스테" 中 알체스테의 아리아 "스틱스의 여신"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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