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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광고는 왜 10시10분에 멈춰 있을까?

풍월 사선암 2011. 2. 1. 00:01

 

시계 광고는 왜 10시10분에 멈춰 있을까?

 

신문 광고에 등장하는 시계는 바늘이 늘 10시 10분에 멈춰있다.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시계들도 마찬가지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이유를 물으면 어깨를 한번 으쓱,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점원들도 더러 있다. 놀라운 것은 상당수 미국인들이 이를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죽음과 관련짓는다는 사실이다. 셋이 암살당한 시간이 바로 10시 10분이라는 것. 이 비운의 지도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계 메이커들이 바늘을 10시 10분으로 고정시켜 놨다는 얘기다.

 

그러나 링컨은 밤 10시 15분에 총을 맞고 다음날 아침 7시 22분에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케네디도 12시 정오 조금 지나 저격을 당했으며 킹 목사 사망시간 역시 저녁 6시 무렵이다.

 

아마 건국 이후 미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이어서 사람들은 이들이 숨진 시간을 10시 10분으로 믿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다른 속설은 미국의 원폭 투하. 히로시마에 떨어진 '꼬마'(Little Boy, 원폭 코드 네임)와 나가사키를 폐허로 만든 '뚱보'(Fat Man)의 두 원자탄이 10시 10분에 공중 폭발됐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꼬마'는 8시 15분, '뚱보'는 11시 2분에 각각 투하됐다.,세계적인 시계 제조회사로 발돋움한 세이코가 원폭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시계바늘을 10시 10분에 맞춰 출시했다는 소문이 번져 이런 얘기가 나온 모양이다.

 

경쟁사들이 이를 반미감정의 표출로 선전을 해대 세이코는 한때 미국시장에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가장 신빙성이 있는 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시계 메이커들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연유를 알고 보면 이렇다. 대공황의 짙은 그림자가 사회 곳곳에 드리울 즈음 어느 시계회사 직원이 갓 출고된 제품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193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계바늘은 8시 20분(∧)에 맞춰져 시장에 나왔다. 이게 그 직원에겐 짜증난 모습으로 비춰진 것.

 

매출이 급감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마당에 시계 바늘마저 울상을 짓고 있으니 울화가 치민 것이다.

 

이를 본 수퍼바이저가 무릎을 쳤다. "어려운 때일수록 소비자들에게 밝은 웃음을 선사하자." 바늘을 10시 10분(∨)으로 바꿔놓자 시계가 금세 스마일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이 회사의 제품은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 그러나 각국마다 경기 부양책의 약발이 먹힌 탓인지 요즘 서서히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도 엊그제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내다봤다. 2년 전 극도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놔 '운명의 예언자'(Dr. Doom)란 별명을 얻었던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경기침체가 지난 연말 끝나 새해엔 회복된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심지어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가 1만3500까지 오를 것으로 믿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던 우울한 경제가 '10시 10분'의 미소 경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참에 우리도 10시 10분을 일상생활에 도입해 삶의 활력을 얻어 보자. 이 시간이 되면 옆자리의 동료나 고객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덕담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엔돌핀이 자신도 모르게 솟아나 '불경기야 물렀거라' 자신감이 생겨나지 않을까. 경기도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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