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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걷기여행] 개미마을과 인왕산길, 백사실계곡

풍월 사선암 2010. 12. 29. 14:14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 개미마을과 인왕산길, 백사실계곡

 

기차바위에 오르면 사람의 터전과 자연의 조화가 보인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과 함께 가볼 만한 길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단연코 인왕산을 가보시라고 일러준다. 북촌한옥마을도 좋고, N서울타워도 가볼 만하지만 지금의 서울을 단시간에 인왕산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길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길이니만큼 서울사람이라면 의무감을 품고라도 가봐야 할 것이다. 예쁜 벽화가 기다리는 홍제동 개미마을과 백사 이항복 선생의 별장이 있었다는 백사실계곡은 여기에 주어지는 덤이다.

 

◀ 기차바위에서 바라본 장엄한 풍광. 외국인과 가볼 만한 서울 최고의 길로 강추 

 

길은 지하철3호선 홍제역 2번 출입구(1)를 나오는 것으로 첫 발을 뗀다. 30m 앞에 있는 ‘주재근베이커리’ 빵집 앞에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인도를 2분 남짓 걷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 7~8분쯤 걷다 오른쪽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언덕길로 향한다. 문화촌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문화촌현대아파트단지 길을 걷게 된다. 101동 아파트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는다.

 

5분 정도 단지 외곽 찻길을 걸어 올라가다 104동 아파트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등산로 출입문’이 보인다. 이 문을 나서면 곧바로 앞에 있는 공원을 통해 인왕산을 오를 수 있지만 그리로 가지 않는다. 개미마을로 향하기 위해 왼쪽 골목을 따라간다. 100m 조금 넘게 가면 골목이 나뉘므로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곧바로 왼쪽 골목으로 돌아가면 개미마을 입구와 연결되는 편도 1차선 찻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홍제동 개미마을(2)을 알리는 ‘빛 그린 어울림 마을1호’라는 안내판이 녹색 울타리에 붙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푯말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후원으로 건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추계예술대, 한성대 미대 학생들이 이 거대한 개미마을 캔버스에 아름다운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청아한 물소리가 따라붙는 백사실계곡 길(위). 개미마을의 인기스타인 코스모스 돼지 모녀(아래).

 

개미처럼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왕산 기슭에 기대어 사는 이 마을은 서울에서 몇 안 남은 소위 달동네다. 회백색 일색이던 이곳 담벼락에는 미술학도들의 붓이 지나가면서 장미와 해바라기가 피어나고 나리꽃도 하늘거리며 쉼 없이 방싯거린다. 화려한 그림 꽃밭을 지나 언덕을 계속 오르면 이제는 그림 동물농장이다. 젖소가 긴 혀를 내밀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눈웃음을 살살 치는 누렁이가 천진난만한 눈인사를 건네온다. 노랑코스모스를 꺾어 든 돼지 모녀가 창 밖으로 내다보는 모습에서는 아무리 심각한 사람이라도 함박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코스모스 돼지 모녀가 반기는 개미마을

 

지도에 표기된 개미마을길은 마을버스가 오르내리는 주요 진입로다. 진입로를 따라 10분 정도 언덕을 오르면 공중화장실이 있는 마을버스 회차지점에 닿는다. 여기서 몸을 돌려 올라왔던 길을 100m 정도 거꾸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차 한 대가 간신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포장길이 노란 철난간을 끼고 나 있으니 그리로 오른다. 5분 못 미처 걷다 나무계단 몇 개를 밟고 오르면 왼쪽으로 인왕산 숲길(3) 입구가 보인다.

 

나뭇잎에 가려 잘 안보이던 푯말에는 ‘기차바위 능선 300m’라고 쓰여 있다.

 

좁은 숲길 오르막을 올라 작은 능선에 올라타는 데는 5분이 걸린다. 확 트이는 전망에 기분이 한껏 고조되지만 이 길의 전망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북쪽으로 있는 집채만 한 바위 오른쪽으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유턴하듯 길을 잡아 간다.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기차바위 능선으로 향한다.

 

이 길을 3분 정도 가다 보면 홍심약수터에서 올라오면서 만나는 갈림길이다. 이곳 이정표에는 직진 방향으로 ‘기차바위 능선 650m’라고 쓰여 있다. 아까 인왕산 숲길 입구에서 본 푯말이 ‘기차바위 능선 300m’였으니 오히려 우리가 가 할 곳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오해할 수 있다. 분명 두 개의 이정표 중 하나는 잘못된 표기일 것이다. 나중에 GPS 트랙 자료를 분석해 보니 나중에 만난 ‘기차바위 능선 650m’가 잘못된 것이었다.

이 푯말은 기차바위 능선을 따라 400m 정도 더 가야 나오는 ‘기차바위’ 위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정정되지 않을 것 같은 ‘기차바위능선 650m’ 이정표 방향으로 5분여를 더 간다. 길은 대체로 약간의 오르막이지만 험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인왕산 자체가 거대한 암봉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평지 걷기보다는 난이도가 약간 있는 편이다. 기차바위 능선을 만나는 작은 T자 갈림길에서는 당연히 인왕산 정상 방면인 오른쪽으로 간다.

 

1,기차바위능선으로 향하는 솔숲길. 2,성곽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인왕스카이웨이 산책로와 만난다. 3,백사실계곡 하류의 현통사.

 

마사토 위에 높지 않게 자란 송림 사잇길을 걷는다. 길 왼쪽으로 북악산 성곽과 코스 후반에 지나게 될 창의문이 쳐진 솔가지 너머로 부감된다. 기차바위 능선을 걸은 지 7~8분 정도 됐을 때 왼쪽에 큰 바위가 나온다. 바위를 피해 오른쪽 길로 내려가면 개미마을로 다시 내려가게 되니 주의하자. 왼쪽의 큰 바위 위로 올라간다. 그 위로 불과 100m도 안 되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면 루트를 따라 양옆으로 안전로프를 설치한 인왕산의 명물 기차바위다.

 

기차바위에서 뒤를 한번 돌아다보자. 북한산 연봉이 초원을 내달리는 야생마의 갈기처럼 물결치며 하늘과 땅의 경계를 이루는 모습이 경이롭게 펼쳐진다. 그 품으로 찾아든 평창동 마을이 소인국의 장난감마을처럼 아련하게 자글거린다. 숲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 사는 집이 지붕을 얹었으나 산맥은 그마저도 제 안의 자식인 양 품 안에 끌어안고 우뚝 섰다. 기차바위 북쪽 전망은 이렇듯 인간의 터전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하모니다. 반면 남쪽의 너른 벌판엔 섬처럼 떠 있는 남산을 빌딩 바다가 출렁이며 겹으로 포위망을 둘렀다.

 

기차바위를 지나 5분만 더 가면 인왕산 서울성곽이다. 성곽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오르면 성곽 위에서 양쪽으로 길이 나뉜다. 초소가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오른쪽에 우뚝한 인왕산 정상까지 다녀올 것이다. 인왕산 정상은 완전히 암봉이지만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쇠붙이와 석재로 계단을 놓아 어렵지 않게 올라볼 수 있다.

 

10여 분 만에 도착한 인왕산 정상에는 삿갓을 엎어 놓은 듯하다 하여 삿갓바위라 불리는 정상석이 기다린다. 바위 위로 올라가기 편하도록 누군가 애써 정을 쳐서 홈을 파놓았다. 그 홈을 밟고 올라서면 지금껏 지나며 보아왔던 서울의 풍광이 다시 한 번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북쪽은 북한산이 주인이고, 너른 벌판은 사람들의 터전이다.

 

북한산 연봉이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길

 

인왕산 정상에서 인왕스카이웨이 산책로까지는 인왕산 서울성곽을 따라 올라왔던 길을 되짚으며 내려가면 된다. 내려갈 때는 계단이 많으니 등산용 혹은 노르딕워킹용 스틱이 있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왕산 성곽만 따라가면 30여 분 만에 인왕스카이웨이에 닿는다. 지나는 자동차에 주의하며 건널목을 건너 왼편으로 꺾는다.

 

인왕스카이웨이 산책로는 찻길을 왼쪽에 끼고 있지만 폭신한 흙길로 나 있다. 5분 정도 가면 정자를 사이에 두고 길이 Y자로 갈라진다. 왼쪽길을 택하면 곧 윤동주 시인이 산책하며 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하여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얻은 쉼터가 나온다.

 

  인왕산 서울성곽길(위). 인왕산 정상 삿갓바위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전경(아래).

 

그곳을 지나면 곧 길은 찻길로 내려선다. 찻길에서 오른편으로 유턴하듯 돌아 인도를 100m쯤 걷는다. 길 건너편으로 1968년 1·21 사건 때 목숨을 잃은 최규식 경무관 동상이 보이고 그리로 건너는 건널목이 있다. 길을 건너 왼편으로 향한 계단을 오르면 고색창연한 창의문이 기다린다. 창의문은 인조반정(1623년) 때 능양군(인조)을 비롯한 쿠데타군이 한양으로 난입하기 위해 부수고 들어왔던 문으로 지금도 문루에는 반정공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창의문 오른쪽 북악산 서울성곽 입구에는 화장실이 있으므로 필요하면 다녀오도록 한다.

 

백사실계곡 가는 길은 창의문을 통과한다. 마을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곧 길이 Y자로 갈라지면 ‘산모퉁이’, ‘오솔길’ 푯말이 있는 왼쪽 길을 택한다. 동양방앗간이 있는 길에서는 약간 오르막길인 직진 방향이다. 걷기에 하등의 불편함이 없는 낮은 경사의 오르막을 이룬 부암동 골목길을 10여 분 정도 걷는다. 호젓한 골목길이지만 가끔 차가 지나므로 너무 넋을 놓지는 말아야 한다.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의 촬영지로 유명한 산모퉁이 카페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걷는다. 길은 여전히 약간의 경사를 이룬 오르막이다. 카페를 지나 100m쯤 갔을 때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오른쪽 찻길로 간다. 70m 앞에서 다시 갈림길이므로 직진하듯 내리막길을 택한다. 옛 추억이 떠오를 듯한 아련한 골목길을 5분 정도 걷다 담뱃가게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백사실계곡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청와대 경비 목적으로 40여 년간 닫혀 있던 이곳은 이제 도롱뇽 서식지로 보호받고 있다. 또 드물게 멧돼지가 출몰할 정도의 성긴 숲이 길을 호위한다. 물길을 따라 난 큰 길을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였다는 연못이다. 백사실계곡의 길은 빨리 걸으면 10분 만에 끝나버릴 정도로 짧다. 하지만 천천히 거닐면서 쉬어가면 몇 시간이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 연못터 주변으로 공터가 많으니 그곳에서 쉬어갈 것을 권한다.

 

백사실계곡이 끝나는 곳에는 현통사라는 사찰이 있다. 계곡 물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사찰 안을 잠시 둘러보고 다시 사바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이 몽환적인 길에서 우리를 끄집어내어 집으로 데려다줄 시내버스가 정차하는 세검정초등학교 버스정류장(7)까지는 현통사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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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Walking.co.kr/  글·사진 윤문기 도보여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