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이별 - 황장엽

풍월 사선암 2010. 10. 16. 09:36

 

離別(이별) - 황장엽

 

지루한 밤은 가고

새 아침은 밝아온듯 하건만

지평선에 보이는 검은 구름이

다가오는구나.

영원한 밤의 시절이

찾아 오는구나.

 

벌써 떠나야 할 시간 이라고

이세상 하직할 영이별 시간이라고

값없는 시절과 혜어짐은

아까울 것 없건만

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

달랠길 없어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고 가나.

 

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 가나.

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례는

또 어떻게 하고,

때는 늦었고 남은 건

마지막 순간 뿐

여한없이 최선 다해 받들고 가자.

삶을 안겨준 조국의 거룩한 뜻 되새기며......

 

2008.1.1. 황장엽

  

▲ 故황장엽 전 북한민주화 위원장이 14일 대전현충원 사회공헌자묘역에 안장됐다. 

 

"한밤중 여윈 몸 촛불처럼 태우며..."

 

黃長燁 선생님 靈前에 이 詩를 바칩니다.

장진성(탈북詩人)

 

追慕詩

-黃長燁 선생님 靈前에 이 시를 바칩니다.-

 

당신은

참으로 살 줄 모르셨습니다.

일흔이 넘은 여생에

무슨 미련이 더 남아 있다고

그 모든 樂을 뒤에 두고

낯 설은 이 땅에 오신 겁니까

 

아니 당신은

살기를 원치 않으셨던 분입니다

쪼개진 이 조국이 뭐라고

반 백년이 넘도록

하나를 하나라고 말 못하는 이 자유가 뭐라고

남들은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것을

버리고도 어쩌면 그리도 떳떳하셨습니까

 

당신은

목숨이 하나인 줄도 모르셨습니다

아셨다면

그 목숨을 노리는 끈질긴 협박에도

그처럼 태연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독재보다 강한 자유를

그처럼 자신 있게 보여주실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이 지나면

새날이 오는 줄 누구나 다 아는데

그것조차 모르신 듯 순진했던 당신이었습니다

잠들어선 아니 될 애국의 양심으로

한 밤 중 여윈 몸 촛불처럼 기껏 태우며

해 뜨기를 순간순간 기다리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횃불이었습니다

分斷의 가운데 서시여

거짓이 숨어있는 곳과

진리가 가능한 곳을

우리 눈에 보이게 해주셨던 빛이었습니다

가슴으로도 들리게 해주셨던 깨우치는 음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나라의 어르신이셨습니다

뜻보다 옳은 生은 없고

진리보다 긴 세월은 없다고

사람이 사는 법을 알려주신 87세였습니다

 

이 시대에 사는 人生이라면

조국의 상처보다 더 큰 곡절 없고

자유의 통일보다 더 큰 성취 없음을

몸소 희생으로 보여주신 애국의 열정이었습니다

 

아 그런 당신

우리들의 기억 속에 살

당신의 이름은 黃長燁입니다!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의 著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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