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어머니 죄송합니다.

풍월 사선암 2010. 10. 2. 18:12

 

어머니 죄송합니다.

 

나한테 티끌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안쓰럽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인사치레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이 고마웠습니다.

보답하고 답례하고 싶어 후배와 친구들을 불러냅니다.

날 위해 밥을 하고 밤늦게 까지 기다리는 당신이,

감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일상에,

그들을 대신해 진짜 눈물을 흘렸습니다.

실제 생활에 힘겨워하고 숨가퍼하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려본 적은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생기고 사랑을 하면서

더 잘해주고, 더 아껴주려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픈 당신 걱정은 제대로 해 본적이 없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겐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스스로 죄책감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당신에게 한 잘못은 셀 수없이 많아 용서를 구할 수조차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조금 알게 되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전부 알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랑의 엽서 공모전에서 대상받은 전민진 학생의 글입니다.

- 2005년 11월 25일 엄마의 위암판정 소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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