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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만 제거하면 약 되는 '옻' 관절염·아토피 치료에 탁월

풍월 사선암 2010. 2. 10. 10:00

독성만 제거하면 약 되는 '옻' 관절염·아토피 치료에 탁월

 

한방, 어혈제거 효능 있어 혈액순환·관절염 등 사용

100% 독성 제거법 없어 알레르기 있으면 금물

 

◀ 옻나무 껍질을 벗기는 장면.

 

우리 조상들은 옻을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기력이 보해진다며 혈액순환이 좋지 않거나 잔병치레가 많을 때 옻닭이나 옻오리를 보약처럼 먹었다. 최근에는 참옻진액, 옻가루 등이 시판돼 가정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옻이 오른다"는 말처럼, 옻은 잘못하면 강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양·한방 의학계에서 옻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팀은 옻 나무에 있는 성분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국제면역약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유발한 쥐에게 옻나무추출물 50㎎/㎏을 투여하자 염증 유발 물질이 80%까지 제거됐다. 이는 관절염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효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방에서 옻은 건칠이라 하여 어혈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거나 위나 관절 염증에 쓴다. 말린 옻 껍질 2~10g을 물 2~3컵에 넣고 2~3시간 달여 식후에 복용하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산후풍으로 팔 다리가 시릴 때, 관절염이나 타박상으로 무릎 통증이 있을 때, 위염으로 인한 복통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먹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위장장애 등 부작용이 있지만 옻 추출물의 독성을 제거한 뒤 계지, 방풍 등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한방병원은 올 상반기 중 옻 추출물을 이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억력·아토피 증상 개선

 

옻의 좋은 성분은 주로 껍질의 안쪽(검은 부분)에 많이 들어있다. 일반인 10명 중 2~3명은 옻 알레르기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사진은 옻 산업 특구인 충북 옥천군 참옻나무의 단면.

 

옻이 지닌 항균작용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아토피 증상을 억제한다. 김성준 조선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옻 나무에 있는 성분이 기억력 향상 효과와 치매나 파킨슨 병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한국응용생명학회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사람의 뇌세포에 옻나무 추출물을 주입하자 3일째부터 뇌세포의 영양소 공급량이 늘고, 기억력·치매·파킨슨병 등에 관여하는 뇌세포를 건강한 상태로 재생시키는 유전자가 활성화됐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옻 추출물을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옻을 만지면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을 잘 제거하면 오히려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개선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태후 경희대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옻은 항균 작용이 있어 위염 등 각종 염증 치료에 사용했다. 이런 기능에 착안해 버섯균으로 옻의 독성을 제거한 뒤 0.25%로 희석시킨 용액을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 쥐에게 투여했더니 염증 반응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옻 추출물을 이용한 아토피용 크림 시험용 샘플을 만든 상태로, 내년 봄쯤 일반의약품으로 개발해 시판할 예정이다.


◆옻 알레르기 등 위험 해결돼야


최근 옻의 독성을 제거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김태영 농촌진흥청 발효이용과 연구원은 "옻은 독성만 잘 제거하면 약용으로 쓸 수 있다. 지난해 발효, 원심분리 등으로 옻의 독성을 제거해 성가병원 의료진과 함께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피부발진이나 간독성 등 이상 반응이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중에 나와있는 옻 제품은 독성이 완벽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섭취할 때 주의하라고 말한다. 김명곤 전북대 바이오식품공학과 교수는 "옻은 좋은 효능이 많지만, 아직 독성 제거 방법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옻을 발효시키면 독성이 제거되지만 100%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수홍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과의 알레르기 검사 키트에도 옻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옻 알레르기를 사전에 찾아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옻 함유 식품을 먹기 전에 피부에 바르거나 아주 소량만 먹어본 뒤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면 절대로 먹으면 안되고, 아무 문제가 없으면 복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옻이 올라도 조금씩 계속 먹으면 면역이 생겨 나중에는 괜찮아진다는 것은 틀린 속설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한번 옻에 노출되면 항원에 민감한 상태가 돼 두 번째 먹을 때에는 조금만 먹어도 쇼크 등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 2010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