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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빙판길 사고, 자칫 큰 병 부른다

풍월 사선암 2009. 12. 29. 09:41

"꽈당!" 빙판길 사고, 자칫 큰 병 부른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권모(82)씨는 눈발이 한창 날리던 27일 오후 택시에서 내리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후 극심한 허리 통증이 생겨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은 결과 허리 척추 뼈 한 개가 주저앉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낙상(落傷)으로 인한 척추 압박(壓迫) 골절이다. 권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하여 꼼짝없이 누워 있는 상태다.


임산부 김모(31)씨는 28일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 발목 복숭아 뼈 골절을 입었다. 출근 버스에 급히 다가서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전신 마취로 골절 부위 수술이 필요한 상태지만, 임신 초기 태아 건강에 영향을 줄 위험성이 있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폭설로 노면이 빙판길로 변한 27일과 28일 서울 시내 주요 병원 응급실에는 낙상으로 골절을 입은 환자가 줄을 이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11~2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낙상사고가 평균 3배 더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한 노년기 낙상

 

골다공증과 만성질환 등으로 뼈가 부실한 노년기에는 가볍게 넘어져도 골절 위험이 크게 따른다. 노년 낙상의 10%가 부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그중 절반은 골절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분석(근골격계 질환 보고서·2000년)도 있다.


낙상에 따른 큰 골칫거리는 엉덩이 관절 골절이다.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14개 병원에 낙상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 1754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골반 뼈와 허벅지 뼈(대퇴골)를 이어주는 부위에 골절이 생긴 경우가 45~49%에 이르렀다. 이 부위는 대퇴골 중 가장 가는 부위로 골다공증 환자들이 낙상으로 쉽게 부러지는 곳이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는 "노인은 걸음걸이가 느리고 앞으로 나가는 전진력이 약해 엉덩방아를 찧듯이 잘 넘어진다"며 "이 때문에 엉덩이 관절과 척추 압박 골절이 흔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엉덩이 관절 골절이 생기면 깁스를 한 채 한 달 이상 누워 있게 된다. 그러면 활동 부족으로 골다공증은 더욱 악화되고, 혈액 순환도 느려져 뇌졸중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호흡기능과 면역력 저하로 폐렴도 흔히 생긴다. 갈수록 근력(筋力)과 영양 수준도 떨어져 골절 치료가 끝나더라도 전신 쇠약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노년기 낙상이 골절→전신 쇠약→폐렴 뇌졸중 등 심각한 후유증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시발점(始發點)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장수의학 전문가들은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최대 복병으로 낙상을 꼽는다.


◆낙상, 예방이 최선책


길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는 낙상 예방을 위해 걷는 속도와 보폭을 평소보다 10~20% 줄여야 한다. 구두 굽도 낮은 것을 신어야 하고, 노년층은 가능한 한 미끄럼 방지 밑창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춥다고 바지나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평형 감각이 떨어져 넘어지기 쉽다. 장갑을 끼고 양팔로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하고, 급격한 회전은 피해야 한다.

무겁고 두꺼운 외투는 몸의 움직임을 둔하게 해 낙상에 대한 대처 능력을 떨어뜨린다. 가벼운 외투를 여러 겹 입는 것이 권장된다. 거리에 눈이 치워져 있더라도 응달진 곳은 얇게 살얼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늘진 곳은 피해서 걷는 것이 좋다. 낙상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해질 무렵에 흔히 발생하니, 이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09. 12. 29, 조선일보)